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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Feb 20. 2018

지금은 탈핵문화학교

핵쓰레기 너머를 상상하는 작은 학교

영등포에서 은평으로, 하자센터에서 크리킨디센터로 이사하는 하자작업장학교는 요새 무얼 준비하고 있을까요? 7년 전, 지구를 떠나게 된 수많은 존재들을 기리는 사람들을 모아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할 것인지 생각하는 작은 학교를 열었습니다. 




들어가며

‘탈핵문화학교’는 다가오는 2018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추모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느슨하게 모이더라도 꾸준히 모이는 활동적인 팀을 꾸려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 많이 확장시키고, 같이 공부하고 시간을 보내는 동료들을 모아보고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7주기 311나비퍼레이드를 준비하는 '탈핵문화학교' 홍보 포스터



'비커밍', 핵폐기물을 짊어지기

올해로 7주기입니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원자력 에너지를 이미 너무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만큼 핵폐기물이 축적되었습니다. 핵폐기물을 재처리할 수 없는 기술이 없는 현재 상황으로는 핵폐기물과 멀리하며 살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 관련 기사: 핵폐기물 해법 없이 ‘덮어놓고’ 원전 확대 정책···후손들 안전까지 위협 (경향비즈, 2017.8.24)


그런 삶을 살게 된 것은 무섭고 어렵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가 핵폐기물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탈핵을 어렵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 보자는, 그런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이번 퍼레이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되어보기-Becoming”입니다. 핵폐기물을 짊어지는 존재가 되어보는 의미라고나 할까요? 공포심을 짊어지어보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진실이긴 하나 그 안에 어떤 것을 넣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아이들에게 이 짐을 짊어지고 걷게 하면 무척이나 힘들어하겠지요. 그렇다면 어른들은 그 안에 무엇을 넣고 상상하며 걸으면 좋을까요? 어린이들은 과연 어떤 것을 넣을까요? 그래서 각자 짊어진 드럼통을 메고 광화문으로 모여서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  시사만화가 하시모토 마사루의 그림. 한 인터뷰*에서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일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것이 자신이 붓을 놓지 않는 이유라고 말한다.

* 관련 기사: 이름과 반대로 사는 반전·반핵 만화가 (시사인, 2011.5.23) 



프로그램 

1월 22일부터 5일간 진행된 탈핵문화학교의 프로그램은 1) 핵폐기물 드럼통 만들기, 2) 장다리 제작 및 실습, 3) 삼바드럼 워크숍, 4) 합창으로 구성했습니다. 핵폐기물 드럼통과 장다리 제작과 실습은 나무닭움직임연구소 도움으로 진행했습니다. 


핵폐기물 드럼통은 커다란 골판지 판과 한지 등 여러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고 모델을 완성했고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키트화/도면화를 진행했습니다. 골조를 만들어 이어 붙이고, 한지를 부착한 뒤 잘 말려 색을 입히고 어깨끈과 드럼통 뚜껑의 여닫이를 만들면 완성입니다. 


❙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어깨에 짊어지게 될 핵 폐기물 드럼통을 제작합니다.


장다리는 지면에서 50cm, 80cm, 1m 떨어진 높이의 나무다리를 만들어 직접 올라타 걷는 도구입니다. 거기에 의상을 더해 연극적/시각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지요. 참가자들은 넘어져도 안전하게 넘어지는 연습과 안정적으로 걷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  311나비퍼레이드에서 선보일 장다리를 직접 제작하고, 만들어진 장다리에 올라 걷는 연습을 합니다.


삼바드럼은 일종의 브라질의 풍물인 ‘바투카다’의 형식을 가지고 브라질의 대표 리듬인 삼바리듬을 연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퍼레이드의 음악적인 요소와 이미지를 미루어 볼 때 이 팀의 최우선 목표는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리듬과 악기가 낯설기 때문에 걸으면서 연주하고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온 몸의 감각을 활발하게 살려야 했습니다. 좋아하는 만큼 표현이 잘 안 되어 나오는 웃음도 나왔습니다. 어렵고 잘 안 되더라도 제대로 될 때의 희열을 나누는 순간을 함께 나누며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  북을 두드리며 삼바리듬에 몸과 마음을 실어본다.



에필로그: 각자, 그리고 함께 걷는 걸음 

대망의 마지막 날에는 퍼레이드를 위해 각각의 팀들이 속도를 맞춰야 했습니다. 어린이들의 걷는 속도부터 행사의 시작과 끝까지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마무리엔 항상 춤과 노래가 있었지요. 다 같이 부르는 노래로 ‘항해’ 그리고 ‘나비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  '항해' 댄스비디오(311나비퍼레이드 캠페인송, 2017) ©하자작업장학교  


체르노빌 사고 이후 핵구름 비에 병들게 된 느릅나무를 기리는 엘름댄스*도 추었습니다. 퍼레이드 진행 중에 춤/노래/음악/연극적인 요소가 계속될 것을 기약하며 탈핵문화학교를 마쳤습니다. 덧붙여 이번 퍼레이드의 마지막에는 여러 개인들이 직접 작사를 한 합창곡 ‘꽃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엘름댄스(Elm Dance)는 반핵평화주의자로 불리는 조안나 메이시에 의해 전파되어, 인간을 대신하여 방사능비를 맞고 죽어간 느릅나무를 위로하며, 상처받은 지구가 치유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음


❙  오는 3월 10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있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7주기 추모제 포스터


탈핵문화학교에 모인 동료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기억할 때 애도와 추모의 마음을 가지고 다르게 방법을 모색하고 상상해보려 노력합니다. 각자가 드럼통을 한 번 짊어지고 소신을 가지고 한 걸음 나아가 보자는 것이지요. 생명에 대한 존엄과 생각을 이어나갈 동료들 만들어 가는 축제와 퍼레이드를 지속하면 좋겠습니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떠올리며 나비를 꿈꾸고, 핵쓰레기 너머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는 나비가 춤추고 있지 않을까요? 



작성자


무브(이재우) move@krkd.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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