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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Feb 20. 2018

제로 플라스틱 분투기 #1

조금도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에서 느리게 플라스틱을 줄여가는 이야기


라테는 매번 종이컵을 사용했다

라테를 좋아한다. 거의 매일 1잔 이상의 라테를 마신다. 나의 일상에서 텀블러는 이제 필수 아이템이 되었지만, 라테를 텀블러에 담게 되면 설거지하기가 불편해 매번 종이컵을 사용했다.


새해가 시작된 1월의 어느 날, 크리킨디센터의 도메인인 닷에코(.eco) 약속*인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와 ‘미세 플라스틱의 역습’이라는 기사**가 그동안 눈에 안 띄던 일회용품들을 줌인하여 끌어당겼다. 새해 다짐이나 버킷리스트 안 쓴지도 10년이 넘어가는데, 2018년 첫 다짐으로 “라테를 텀블러에!”를 시작하게 됐다.


* 닷에코라는 도메인을 사용하려면, 지구를 위한 하나(이상)의 행동을 약속하게 된다. 이 온라인 서약으로 크리킨디 스태프들이 어떤 행동부터 시작할까 신중하게 고민했고, 서울혁신파크 안에 입주한 뒤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 관련 기사: "화살은 결국 인간을 향할 것"…미세 플라스틱의 '역습' (세계일보, 2017.9.18)


❙  인스타그램에 올린 라떼 텀블러 사용기. 지인 2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잘 하고 계십니까?


종이컵에 플라스틱 뚜껑을 닫고 뜨거울까 봐 컵홀더에 빨대까지 꽂아주시는 친절한 카페 사장님. 음료를 한 잔 마시는 데 사용되는 일회용품 종류가 4가지나 된다. 한 번은 “뚜껑을 주지 마세요”라고 말했다가, 출근길 버스에서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각나 다시 컵 뚜껑을 받아 들었다. (올해부터 버스에 일회용 컵 들고 타는 것이 금지라며?*) 한 커피 체인점은 이름값 때문인지, 싼값의 커피에 대용량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 양도 메가급이다.

* 관련 기사: 커피 들고 버스 못타자… 정류장마다 '컵 무덤' (조선일보, 2018.2.8)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1월의 어떤 날, 흐린 날씨와 먼지 속에 괴로워하다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마스크를* 공구하겠냐는 동료의 제안을 받았다. 일회용 마스크를 계속 쓰고 버리는 게 신경 쓰이던 차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필터는 일회용이다. 미세먼지가 악화되면서 공장에서는 공기청정기를 끝없이 찍어내고 (친구가 몇 주 전에 구입한 공기청정기는 두 달째 배송이 안 되고 있다 한다), 일회용 마스크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 관련 기사: This cosplay mask fights pollution too (엔가젯, 2017.5.10)


❙  대형마트에 쌓인 수많은 상품들 ©Wikipedia


이런 제품 생산 공정에서 공기를 악화시키는 화석연료 사용은 불가피할 텐데. 무엇을 선택해도 개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작고 정말 ‘미세’하다. 그리고 참 무력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미세한 존재들이 하는 구매는 모이고 모여 거대한 행위를 낳는다.


❙  사무실에서 사용한 비닐에 날짜와 이름 등 태그를 달아 아카이빙 해보는 걸 시작했는데, 모아진 비닐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정하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기로 하면서 ‘비닐’의 존재가 내 일상과 너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결국 뚜껑이 없는 내 텀블러를 담고 다니는 것도 비닐, 도시락을 넣는 것도 비닐, 집에 있는 땅콩이나 귀리를 싸오는 것도 비닐. 온통 비닐 투성이인데, 사용을 최소화해보고자 해도 참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된다. 일상에 편리함을 안겨다 준 것들은, 또 다른 방향에서 나를 불편하게 한다.


❙  제로 플라스틱은 과연 가능할까? 일상생활에 깊숙히 들어와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완벽한 실천보다는 소소한 시작이 중요해보인다. ©LessPlastic



작지만 꾸준한 행동

개인들의 완벽하지 않지만 작고 꾸준한 행동이 환경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이자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회사 The simp-ly Co.의 창립자인 로렌 싱어는 NYU에서 환경학을 공부하던 중 학생들이 플라스틱 포크, 플라스틱 봉지 스낵으로 식사하며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그릇으로 가득한 자신의 냉장고를 열어 보고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고. 그때부터 그녀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 로렌 싱어는 'Trash is for Tossers'라는 블로그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비닐과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포장지 없는 물품 구입하기, 친환경 제품 만들기 등의 라이프스타일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  로렌 싱어(Lauren Singer)는 자신이 3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를 16oz의 작은 유리병 하나에 넣을 수 있도록 생활방식을 바꿔나갔다. ©TEDxTeen


"제로 웨이스트에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시작하기 좋은 행동 3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쓰레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어떻게 하면 그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세요. 플라스틱병이 자꾸 쓰레기로 나온다면, 한 번 쓰고 버리지 않는 계속 쓸 수 있는 병을 구입하는 거죠.

두 번째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선택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겁니다. 저는 세정제나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데, 비용도 아낄 수 있고 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죠."

- 로렌 싱어


찾아보니 노플라스틱,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미니멀리스트(소유를 최소화하는 삶의 방식)*들은 다양했고, 실천 또한 본인의 생활 안에서 가능한 범위와 목표로부터 소소하게 발전시켜가고 있었다. 내 생활을 찬찬히 살펴봤을 때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시작점을 찾고, 그 생활에 대한 기록을 통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 서서히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습관에 물들어 가는 것이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 관련 기사: 그럴 거면 차라리 버려 (한겨레21, 2016.1.13)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에서 더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로 글을 맺고자 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
아무것조차도 연결돼 있지


❙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다고 믿는 탐정 더크의 이야기는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



p.s 라테 텀블러 이용 후기


❙  1일 1라떼 텀블러 사용을 실천하다 우유 소화가 잘 안되는 관계로 라떼를 끊기로 (또는 조금만 마시기로, 두유로 바꿔서 먹기로) 결심했다.



작성자


바다(김진옥) bada@krkd.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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