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킨디 청소년 인문학
지난 12월 13일 크리킨디센터에서는 <어쩌면 권력일지도 몰라>라는 이름의 인문학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30여 명의 청소년과 비청소년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꽤 오래된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 영화에서 나오는 권력의 구조도를 그려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4시간이 넘도록 토론이 끊이지 않았어요.
동물농장(Animal Farm, 1954) : 존 할라스(John Halas)와 조이 배첼러(Joy Batchelor) 부부의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영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를 귀엽게 디자인하거나 의인화하지 않은, 정치적 의도를 지닌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출처 : 세계 애니메이션 백과, 한울엠플러스(주))
이런 수다를 떨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인문학 수다를 통해 인문학적 일생 생활을 해본 것 같아요.
인문학적 관점에서 나의 삶을 성찰해보게 되었어요.
처음에 늦게까지 이렇게 말하게 될지 몰랐는데 오랜만에 한 주제로 의견을 나눈 시간이어서 즐거웠어요.
동물농장을 보면서 권력에 대해 잘 주제를 풀어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영화 표지만 보면 지루할 것 같았는데 재미있었어요.
조별 토론이 끝나고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참가자들의 소감을 전해 들으니 왠지 뿌듯해지는 6명의 청소년들은 그제야 툭하고 웃으며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인문학을 배우면 복잡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안의 감정들이 어떤 연유일까 알고 싶어 모인 6명의 청소년들.
이 워크숍은 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인문학 워크숍이었어요.
이 자리가 마련되기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요?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11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주어진 3시간도 부족하게 수다를 떨다 보면 밤 9시가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개운해지기도 때로는 조금 허탈할 때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도 자신만의 치열한 세상을 용기 있게 말하고 보여주었습니다.
각자의 답을 찾기 위해 모였지만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찾게 된 1기 크리킨디 청소년 인문학 TF 멤버들, 곁, 달, 묘, 심지, 열대어, 이사의 “인문학적 수다”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처음에 인문학 TF 구성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크리킨디의 구성원들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크리킨디 청소년 인문학 TF는 특이하게도 청소년들이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강연의 주제와 내용을 구성하는, 청소년이 논의를 주도하는 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또래 동료들과 이 시대의 주요한 문제점 그리고 이의 해결 방안을 머리 맞대고 논의할 수 있었던 경험은, 평등한 관계에서 논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치열한 논의 결과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체화되어 있는 권력관계에 대한 워크숍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권력일지도 몰라’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워크숍으로 크리킨디 청소년과 어른 모두 참여가 가능하였고, 주변의 일상적인 권력에 대해 인식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활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모임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의 주제와 내용 그리고 해결 방안 등 논의의 전 과정을 청소년들이 책임지고 이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세상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이 점은 크리킨디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보다 책임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며, 향후 사회에 나가서도 사회의 모순들에 대해 예민하게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사
존중을 얘기하다 보니 혐오와 평등을 이야기하다 보니 차별과 권력이 나왔다. 왜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할까. 왜 우리는 그런 이유로 기뻐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는 걸까. 양면인 것들은 왜 정확히 같은 비율로는 양분되지 않는 걸까. 왜 항상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커야만 할까 권력이라는 단어로 우리가 사회 구조 제도 질서라고 부른 것들을 다루고 싶었다.
사회가 우리를 격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별 혐오 강요 억압 제한 통제 배제 규정 부정 지배와 같이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표현들을 많은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저항 경계 거부와 같은 표현들을 찾기 어려웠다
나는 종종 그런 불편함과 마주할 때 무력감을 느낀다. 그 불편함에 다가갈수록 나를 에워싼 불편함은 한없이 커지고 반대로 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거 같아서.
앎과 삶 사이에서 갇히기보다는 유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를 이루는 것들 사이에서 긴장과 이완 좌절과 환희를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달
정제된 인문학이 아닌 아주 넓은 범위의 인문학에 대해 서슴없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소중했어요. 우리 모두 상처 받고 상처 주고 산다는 게 당연하지만 새삼 깨닫고서 충격이었어요. 비슷한 듯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유하며 그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심지
스스로와 이야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를 먼저 잘 들여다볼 줄 아는 것. 나와의 대화를 한다면 세상과도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속의 나를 볼 수 있을 테니깐.
/곁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지 않게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해. 안 그러면 스스로가 괴롭지 않을까. 따듯하지만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어.
/묘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판단과 선택들을 해야 해. 그 판단과 선택들의 내용은 우리가 살아오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지. 우리는 흔히 이것을 ‘가치관이 다르다'라고 표현하는데 난 이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모두에게 좋을 가치관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까. 어떠한 사람도 홀로 존재할 순 없어.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 좋은, 서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인문학이야.
/열대어
인문학이란 뭘까? 우리는 왜 모였지?
심지 : 사실 인문학이 뭔지 잘 몰라.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면 좋겠어.
곁 : 인문학의 범위가 어디까지이며 인문학 책도 많은데 어떤 책을 보고 어떤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할지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
묘 : 인간 사는 이야기가 다 인문학 아닌가?
달: 삶에 있어서 흔적들을 이야기하는 걸지도.
열대어 : 여름에 크리킨디에서 젠더캠프를 했는데 이때 이야기 주제는 성별, 외모, 성폭력, 혐오 의도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목표였어. 이야기 주제 중에는 성별, 외모, 성폭력, 혐오에 대해 다양하게 토론을 했어.
연극 작가님이 오셔서 강의해주신 것이 인상 깊었는데, 이때 강의 내용이 일상생활에서도 혐오가 많은데 그런 고민을 자신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해주는 내용이었지.
곁 : 나의 경우는 페미니즘, 인권문제 등 사회이슈에 관심 있기도 하지만, 지금은 내 자신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어.
열대어 : 요즘 뉴스에 통일이나 남북한 회담에 대해 많이 나오는데 사회주의나 통일 혹은 한반도에 대해 이야기도 좋겠어.
이사 : 청소년 운동, 사회주의, 페미니즘. 인문학 특강 같은 강의를 들어도 청소년들은 아직 자신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그래서 사회 속 많은 현장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열대어 : 감수성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 나누면 어떨까? 젠더 감수성 이라든지, 성별 간 혐오 같은 것에 감수성을 키운다던지, 나는 인문학이라고 하면 ‘권리’ 같은 것이 많이 떠올라. 인권이나 동물권, 노동권 같은 것들 말이야.
달: 사회 현상을 공부할 때 구조적으로 사회랑 결부되면서 개인으로는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앎이 삶으로 연결되면 좋겠어. 우리의 모임이 자명하고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곁 : 달에 말에 공감이 돼. 어떤 이슈나 사건들에도 여러 시각들이 다 있는데 누군가가 배제하는 시선이 많다고 느껴. 사회 안에서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풀이할 수 있을지 배우고 싶어.
묘 : 페미니즘 공부를 하다 보면 난민 인권과 겹치고 청소년 인권과 겹치고 그런 것이 많은 것 같아.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수용하고 취할 수 있는지 찾고 싶어.
열대어 : 우리는 사람을 첫인상으로 판단할 때 그가 속한 집단이 가지는 성격으로 그 사람을 파악해 버리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집단을 거치지 않고 그 개인을 볼 수는 없는 걸까?
곁 :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려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달 : 음., 나는 반대인데 만나면 만날수록 그 사람을 경험으로 정의 내리려고 하는 편이야.
그런데 타자의 의미는 뭘까? 자아는 또 무엇이지? 타자는 결국 자아를 투영하는 것이라고도 하잖아.
묘 : 동굴에 촛불 하나 있으면 그림자가 커지는데 그 그림자만으로 전달되고 퍼지는 그런 이야기가 생각나네.
달 : 우리는 각자의 패러다임 안에서만 보는 것인데 그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해.
묘 : 나무를 보면, 잎은 초록색, 가지는 갈색으로 보이는데 그게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사실 흑백인데 인간이 컬러로 인식하는 걸지도 몰라.
열대어 : 색약이 있는 걸 보면 보는 눈이나 신체의 구조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말이잖아.
달 : 맞아. 빨강은 다 사실 다른데 우리가 정의 내리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일지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곁 : 스스로와 이야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를 먼저 잘 들여다볼 줄 아는 것. 나와의 대화를 한다면 세상과도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속의 나를 볼 수 있을 테니깐.
달 : 나는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연대라는 것을 할 때 연결됨이나 유대감 같은 것보다는 서로 의존한다는 느낌이 강해. 우리는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닐까. 우주적 존재나 우주시민 같은 것도 생각하게 되는데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 관점에서 인간은 왜 의존하며 살아가는지, 또 누구와 의존하며 살아갈지 그런 생각들 말이야. 그리고 실수나 실패, 낭만과 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낭만은 효율의 반대에 있는 느낌인데 이 시대에 낭만은 비효율적이고 부차적인 가치인 거처럼 치부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에둘러 가는 것.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 : 개인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함으로써 자신을 세계 사회의 일원으로 파악하는 사상 및 양식.
열대어 : 적당함. 모자람과 지나침의 경계에 있는 적당함도 필요한 거 같아. 필요한 만큼만 쓰고 사용하는 것. 감정도 필요한 만큼 소모하고 말이야.
이사 : 나는 구조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대인 거 같아. 젠더문제를 예를 들면, 가부장 적인 사회 구조가 문제이고 그걸 타파하고 변화시켜야 하는 거잖아. 환경, 생태 관련 문제들도 구조적인 이야기를 더 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열대어 : 구조 타파에는 동의해. 그런데 지금 당장 그것을 하기는 어렵잖아. 큰 구조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으니 작은 행동 하나를 시작하는 게 중요해. 그것이 바로 크리킨디가 아닐까.
달 : 평화는 명사로 생각하는지 형용사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른 거 같아. 나에게 평화는 고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란스러운 것이야. 강정에서 평화를 배웠는데 강정을 생각하면 복잡스러움이나 활동가들의 에너지, 소란스러운 현장들이 떠오르거든. 평화는 잔잔한 호수의 일렁임을 만드는 것이야. 가만히 있다고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심지 : 동감해. 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이 생각나.
열대어 :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한데 나는 존중은 사랑이라고 생각해. 세상을 사랑한다고 하면 환경을 위한 일들을 하게 되고. 그 대상을 존중하게 되고. 그리고 배움의 시작은 애정에서부터라고 생각해. 얼마 전 <산호초를 따라서>를 봤는데 거기서도 사람들이 바다를 사랑하고 산호초를 사랑하기 때문에 왜 산호초가 죽어 가는지 공부를 하고 찾아가잖아. 그것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이에 비롯되어 배움이 이뤄지는 것이지.
산호초를 따라서 : 바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죽어가는 산호초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2017년 작품. (감독 : 제프 올로프스키)
그래서, 인문학을 통해 무얼 배우고 싶어?
열대어 :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들 하잖아. 경계도 모호해지고, 상식도 모호해지고. 그런 상태에서는 나를 견딜 수 있는 힘이 필요하지 않나. 나의 중심이 필요한 듯.
묘 :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지 않게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해. 안 그러면 스스로가 괴롭지 않을까. 따듯하지만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어.
이사 : 자본주의나 노동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사회구조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인문학적 관점도 필요하고.
달 : 사회를 움직이는 거스를 수 없는 손, 틀 그런 게 이 사회 속에 존재한다고 하잖아. 자본주의라는 큰 틀 안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부할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
묘 : 크게는 민족적인 문제나 전체주의로 보일 수 있지만 작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배제될 수 있고 전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어느 면에서는 약자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약자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 이걸 모르면 나도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공부가 중요하고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지.
곁 : 상식이 권력으로부터 휘둘릴 때 우리는 휘둘릴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개인으로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지 그걸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
심지 : 한나 아렌트에 대한 지식채널을 봤는데, 아이히만이 법정에서 나는 잘못이 없고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했을 뿐이라고 하자 이를 보고 한나 아렌트가 한 말이 있어.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범죄가 아지만 그가 명백히 유죄인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년 10월 14일 ~ 1975년 12월 4일)는 독일 출신의 정치 이론가이다. 종종 정치 철학자로 평가되지만, 아렌트 자신은 항상 철학은 "단독자인 인간"에 관심을 갖는다는 이유로 그러한 호칭을 거절했다. 그는 대신에 자신을 정치 이론가로 묘사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업적이 “‘한 인간’이 아닌 ‘인류’가 지구에 살며 세계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위키백과)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 1906년 3월 19일 ~ 1962년 6월 1일)은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전범으로 독일의 SS 중령 (최종계급)으로서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 즉 유대인 박해의 실무 책임자였다. (출처 : 위키백과)
달 : 예전엔 지시와 체제를 비슷하게 생각했었는데, 이걸 보면 다른 거 같아, 아이히만은 나치즘 안에서의 지시를 체제라고 생각한 걸까? 스스로 필터링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잣대가 있으면 좋겠어. 그 안에 내포된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도.
열대어 :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명령한다거나 환경이 나에게 압력을 가해서 내가 뭔가를 결정하고 행해야 할 때 그 일을 내가 어떤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할 것인가가 중요해. 좋은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좋은 가치관이란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그걸 만들기 위해 배우는 것이 인문학이고.
권력이 뭐길래!
열대어 : 스스로 자아존중감이 높지 않은 편인데 요즘 열등감과 우월감에 빠져있어. 이 두 개가 상반되는 감정인데 나의 경우는 열등감이 우월감을 만들기도 해. 우월감이 있고 오만한 행동을 하고 내가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서 남보다 나를 더 좋게 포장시키려고 하고 그렇게 남을 깎아내리면서 나를 치켜세우려고 하면서 열등감이 생기고. 그렇게 오만해하면서 실수 하나 하면 자책이 크고.
이사 : 열등감은 누구와 비교할 때 내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 대상은 상대적일 수도 있고 내 스스로 이상적이 내가 될 수도 있지.
열대어 : 열등감과 우월감이 나 자신을 겸손하지 못하게 하는 거 같아. 그런 겸손하지 못한 감정이 스스로 안 좋다고 생각해. 너무 남을 깎아 내면서도 또 스스로 나쁘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상대방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거 같아. 그러면서 열등감은 교실 안에서 권력구조가 생기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
묘 : 가족 내에도 권력구조가 있잖아. 같이 사는 고양이와도.
곁 : 성별, 나이 같은 것에 따라 권력구조가 생기는 거 같기도 해.
달 : 내가 상대적으로 우등하다고 느끼는 그 대상이라도 열등감이 없진 않을 거야. 사회도 나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못 받아들이는 거지. 스스로 보는 나 자신이 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남자친구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해도 나는 열등감에 갇혀 있으면 열등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열등감이 관계나 권력구조에도 투영이 되기도 하는 거 같아.
우리가 삶에서 배제시키고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하위 구조라는 것은 오히려 인식이 되어 있는데 내가 권력을 행사하는 입장이라는 것은 인식이 잘 안되거든.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비교하면 여성이 약자일 수 있는데 백인여성이 흑인남성보다 약자인지 쉽게 말할 수 없고, 아마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억압도 훨씬 복합적일 거야. 어떤 답보다는 새로운 물음을 가져갈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자본주의나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묶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권력이라고 생각해.
이사 : 지금 시대에는 자율성이 중요한 것 같아. 자율성이라는 것은 무질서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법을 만들고. 권력을 인지하고 그 권력을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래서 절제된 권력. 선한 권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묘 : 그것을 의식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작인 거 같아. 권력은 영향력이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해. 선한 권력이란 존재하며 가능할까?
이사 : 우리 관계 안에서 가상의 권력 구조도를 그려보면 어떨까? 그걸 작용하게 하는 요소들도 적어보고 이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이어볼 수 있는 워크숍을 열어보는 건 어때?
달 : 그래프도 같이 그려보면 재밌을 듯.
묘 : 권력이라고 하니까 생각하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라는 책이 생각나.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긴 한데 권력구조가 재미있게 표현되었던 걸로 기억해. 애니메이션이 있으니 다 같이 보고 워크숍으로 이어지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열대어 : 우리가 판단과 선택을 하고 또 가치관을 가지는 데에 있어서 권력이라는 것은 항상 존재하고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잖아. ‘나’라는 한 사람은 권력관계에서 지배자, 피지배자 한쪽에만 치우쳐 있지 않고 여러 관점과 관계에서 다양하게 위치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것들에 따라 내가 하는 결정들이 영향력을 갖기도 하고 또 다른 권력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고.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내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와 반대되는 입장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이런 깨달음은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시야를 좀 더 넓혀주지 않을까? 과연 나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고,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고, 이 속의 요소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들일까?
References
<우리가 뽑은 인문학 영화(영상)>
동물농장 (Animal Farm, 1954)
맨프럼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캡틴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2016)
우리들 (THE WORLD OF US, 2015)
블랙미러 시즌3 (Black Mirror, 2016) 6화 <미움받는 자>
블랙미러 시즌3 (Black Mirror, 2016) 1화 <추락>
칠드런오브맨 (Children Of Men, 2006)
소공녀 (Microhabitat, 2017)
인타임 (In Time, 2011)
브이포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티스(Teeth 2007)
박화영 (Park Hwa-young, 2018)
아논 (Anon, 2018)
마이매드팻다이어리 (My Mad Fat Diary, 2013)
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
송곳니 (Dogtooth, 2009)
폭력의 씨앗 (The Seeds of Violence, 2017)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Apt Pupil,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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