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방”은 작년 11월에 크리킨디센터에서 시작된 화실의 이름입니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사진에 관해 쓴 노트, “밝은방”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이 방에서 우리 8명(곁, 롸롸, 릴라, 묘, 인경, 치, 판사, 효나)은 지난 2개월 동안 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능한 쓸모없고, 사소하고, 일상적인 예술을 시도했습니다.
첫 째 조명, 방문이 열리기까지
길들여지지 않은 개인들의 시선과 삶의 에너지가 담긴 “아르 브뤼 Art Brut”의 예술작업과 그 정신에 영감을 받아왔던 인경과 효나는 이 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와 워크숍, 출판물 등을 기획해왔었습니다. 그리고 이 번에는 크리킨디를 만나 청소년과 발달장애 창작자가 함께 표현과 시선을 공유하고,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주고받는 장소로써 밝은방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조명, 방의 풍경
크리킨디센터의 3층에 위치한 밝은방에는 6명을 위한 책상과 의자가 있습니다. 큰 창으로는 언덕과 나무가 보이고, 책상에 마주한 벽은 따뜻한 색들로 미장 되어있습니다. 붓과 물감, 색연필과 파스텔 등 기본적인 미술재료들도 한쪽 구석에 놓여있습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자신을 위한 작업을 합니다. 드로잉, 페인팅, 글쓰기를 쌓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쓸모 있거나 쓸모없는 무언가로 발전시킵니다.
셋째 조명, 예술과 교육, 운동의 경계에서
밝은방은 미묘한 위치에 열려 있습니다. 발달장애 창작자와 크리킨디의 청소년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작업을 하는 시간으로 열려있습니다. 인경과 효나는 자신들도 모르는 것을 가르치며 이 들 모두가 ‘나는 예술가다’라고 말하길 바랍니다. 평등과 해방, 즉흥의 공간으로 열린 예술 공간이지만 모든 이들에게 항상 열려있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행하는 이(활동보조인) 없이 어떤 이에게 밝은방은 닫혀 있거나, 너무 먼 곳이기도 했습니다.
넷째 조명, 불안과 어두움을 연습하는 방
이 방에서 우리는 망하더라도 끝까지 그려보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안 된다고 솔직히 말했으며, 관람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그림을 일부로 고심해서 그리기도 했습니다. 낯선 재료를 사용하여 슬프거나 즐거운 감정에 몰입하였습니다. 고독과 절망에서 나오기 위해 더 깊이 그 안으로 들어가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섯째 조명.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표정 없는 검은 눈의 초상을 계속 그려나가던 묘의 그림이 어느 순간부터 2차원 도화지를 벗어나 몸 전체로 나아가기 위해 붉은 실로 꿰매지고, 매달려지고,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입체작업이 되었습니다. 환상 속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주로 그리는 치는 평범한 풍경과 정물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리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관계 속에서 치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여섯째 조명. 예술의 힘
판사의 벽은 매주마다 2, 3장의 그림들이 붙여지면서 마침내 천장에 닿게 되었고, 이제는 천장을 가로지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그리고 싶은 것도 많은 판사는 과감하게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자신의 에너지와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그의 작업은 다른 이의 벽을 넘어가 방해하며 말을 걸기도 하고, 반대로 옆 사람의 도움을 이끌어내 또 하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밝은 방은 반복하고, 모방하고, 번역하고, 뜯어보고, 다시 붙이는 창작의 방입니다. 고독한 개인이 희미하게 이어지고 번져가는 장소입니다. 2019년에도 이러한 관계와 시간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 시간: 3월 6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2시-5시
* 장소: 크리킨디센터 3층 밝은방
* 대상: 17-23세 발달장애 창작자 3명과 크리킨디센터 청소년 3명
* 밝은방은 발달장애 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이 예술로 만나고 소통하는 작업실의 이름입니다.
문의: rok@krkd.eco
작성자
인경, 효나
밝은방 아트프로젝트 강사/퍼포먼스팀 즙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