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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Nov 28. 2019

원탁#3 : 파쿠르, 그리고 젠더

경쟁하지 않는 파쿠르, 몸의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월런 해볼까

지난  <기후위기시대 파쿠르>를 주제로 열린 원탁에서는, 도시를 탐험하는 파쿠르 러너들의 생존뿐 아니라 지구를 돌보는 마음을 가진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짚으며 시대를 고민하고 걱정하는 바람과 실천의지를 담아, 기후위기 선언을 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원탁은 세계 파쿠르 커뮤니티에 고하는 기후위기 선언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10월 말, 크리킨디센터와 파쿠르제너레이션즈코리아는 <여성파쿠르 - 퍼플버드>를 열며, 운동하는 여성들,  운동을 갈망하는 여성들, 운동을 갈망하지만 앞에 나설 수 없었던 여성들을 초대하였고 이들과 함께 오롯이 자신의 몸에 집중하고 자매애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 파쿠르 세계는 99%가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나 건물을 넘나드는 익스트림한 운동으로 인식되는 파쿠르 세계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파쿠르를 만났고, 파쿠르와 함께 공존해왔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제이 오늘의 본격 원탁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특별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김혜민 님입니다. 우리나라 파쿠르 역사에서 최초로 파쿠르를 시작했던 여성이고, 최초로 여성 파쿠르 단체를 운영했던 분이십니다. 그때 시작했던 이야기와 맥락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파쿠르를 시작했던 경험, <하람단미>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한국 최초 트레시스, 김혜민


 [참고 영상] 노컷브이 - 왕따 지킴이 '스파이더우먼' (2012. 6. 21) 



파쿠르 세계에서

여성 홀로 있다는 것

 

혜민 간단하게 끝날 얘기가 아닌데..(웃음) 제가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오늘 한 시간 전에 확답을 드렸어요. 매우 고민을 거듭하고 큰 용기를 내어 나왔습니다. 저는 당시 상처를 많이 받고, 숨은 세대예요. 파쿠르는 위험해, 하지 마, 직장에서도 교사로 있을 동안은 취미로라도 파쿠르를 하지 말라는 권고를 듣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뒤로 숨게 되더라고요. 제가 많이 떠는 것도 느끼실 거예요. 7-8년 만에 나오는 거라서 이야기를 하는 중에 많이 힘들어할지도 몰라요.

우선 저를 다시 소개하자면, 저는 김해에서 ‘청소년재능나눔단’이라고 해서 파쿠르뿐만 아니라 비보이, 요리, 메이크업 등 재능을 가진 청소년들이 봉사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고요. 하람(꿈을 가진 사람) 단미(여자)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남녀 구분 없이 우리가 가진 걸로 봉사를 해보자 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을 했었어요. 선한 마음으로 봉사하다보니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근데 차츰 변질되면서 업체에서도 무료로 이용하려고 하고, 부모님들도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런 데 노출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으셨어요. 여성단체를 운영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나 어려움들이 많았고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받는 상처. 운동도 못하는데 왜 오냐. 저도 그런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파쿠르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 여성파쿠르 봉사단체 하람단미 멤버들

 

어느 날 남자 화장실에서 이야기가 들리는 거예요. “휘미스(닉네임), 그 누나는 운동도 못하면서 왜 맨날 따라와?”라는 이야기, 벽에 제 욕도 쓰여있었고요. 처음엔 넘겼지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고, 친하게 놀다가도 갑자기 사우나를 가면 제가 낄 수가 없는 거예요. 운동을 못한다는 걸 극복하기 위해서 다시 돌아와서 반복 연습하고, 남겨진 쓰레기도 청소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되니까 저도 지치고, 그런 상처로부터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웃긴 게 운동을 안 하니까 못 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으로 한 게 오프로드 오토바이. 그 곳도 여자가 적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다행히 여성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10명~50명 모이면 여자 아이들이 별로 없어요. 저는 평생 해보고 싶었던 게 활동 끝나고 나서 같이 커피 한잔 하는 것. 근데 그런 분들이 많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날 활동하고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게 좋은데 서로의 성장을 볼 수 없어서, 여성으로서 이런 걸 하는 게 많이 어려웠어요. 강한 척도 해봤어요. 겨울에 남자들이 반팔 입고 나오면 저도 똑같이 해보고.. 생각해 보면 저도 어울리기 위해서 노력 아닌 노력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 단체를 운영하면서 여자들을 만나다 보니까 드러나는 한 가지 문제가 연애. 첫날 만나면 바로 교제를 시작해요. 어떤 분은 울면서 전화도 왔어요. 첫날인데, 4명이나 연락 와서 사귀재요. 운동하러 왔는데, 그런 문제로 다시 나가기가 두렵다고도 했고요. 이해가 됐어요. 여자여서 너무나 많은 관심에 부담이 되기도 했거든요.



❉ [참고자료] 파쿠르(Parkour)하는 여성들 | 프리러닝이 어떻게 도시를 새롭게 보게 하는가



일단 파쿠르에 대해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았어요. 여자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게 중요한데, 파쿠르는 그 당시에 무조건 건물 뛰어넘는 걸로 생각하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여학생들이 오면 무조건 건물 뛰어넘어야 하는걸로 생각했어요.  어떤 한 친구가 자기 안의 어려움을 안고 왔는데, 내 인생이 어려우니까 파쿠르도 그렇게 넘어가고 싶다고 했었어요. 내 인생의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성장시켜 준 게 파쿠르라는 장점도 있었죠. 제가 운동을 못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느낌이었는데, 조금만 잘하면 “우와~” 해주는 거예요. 어느 날 제가 어느 팀에 소속돼서 같이 운동하려고 보니 너무 차이가 나는 거예요. 그 당시에 저는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여자’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제가 정말 잘하는 줄 알았어요. 정말 그런 줄 알고, 운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못하는 실력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그러면서 약간의 배신감도 느껴졌어요. 정말 잘 가르쳐 줄 거면, 못한다는 얘기도 해줘야 하는데 여성이 열심히 하니까 격려해 주는 차원에서 그런 말을 해준 거예요. 처음에는 칭찬이었지만 나중에는 제 안에 자만감을 키워준 원인이 됐어요. 여성이기 때문에 뭔가 하나를 넘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엔도르핀이 나오더군요. 남자들은 2개월 걸리는 게 저는 4개월 걸렸어요. 남들보다 오랜 시간 걸리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남들이 알아주는 거 말고, 제 입장에서 그만큼 노력을 거듭해서 얻었기 때문에 이것도 했는데 다른 것도 못하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게 제 마음을 성장시켰던 기억도 있었던 거 같아요.


남자들의 세계에 많이 끼고 싶었는데, 자꾸 혼자인 느낌도 들었었고. 격려해 주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남자들의 실력은 이만큼 느는데, 제 실력은 그만큼 늘지 않고 많이 어려웠어요. 처음엔 파쿠르의 의미를 전한다는 뜻에서, 급여 중 많은 부분을 투자하기도 하고,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돈을 쓰기도 했는데 많이 어려웠어요.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사전에 약속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세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예요. 제가 4년 정도 놀이터에서 새벽마다 운동을 했었어요. 파쿠르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목숨을 걸고 운동하냐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버지, 가족, 주변에도 많이 숨겼는데 팀에 소속되다 보니까 공식적인 방송 활동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때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반응이 딱 반으로 갈렸어요. “와, 멋있다 진짜 멋있는 운동이다”, “와 미쳤다, 왜 그런 걸 하지?” 이런 반응. 도둑 기술 배우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고요.(웃음)




파쿠르에서 얻은 

성취의 경험들


그런 비난 속에서 파쿠르의 좋은 것들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조금 잘했다 느끼는 건, 하람담미랑 김해청소년문화의집이 함께 파쿠르를 가르치게 됐어요. 그 시설에서 학생들 다치면 안 된다고 보험도 들어줬어요. 파쿠르에 8명 이상이 모이게 됐는데, 시청에서 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운동이라 생각하고 승낙을 해줬는데, 조사를 해보고는 위험한 운동이라며.. 그래서 제가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나서야 시청이 움직인다고 얘기를 했고, 결국 시청에서 승낙이 떨어졌고, 다행히 그 프로그램이 열리게 되었어요. 학생들의 안전도 보장해 주겠다고 하면서 보험도 들어주고 좋은 케이스로 시작을 하게 되었고, 최초로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 파쿠르 동아리가 생기고, 1년 후에 발표를 하는데 8명이 전부 생존했어요. 청소년 동아리를 하면 청소년들이 중간에 점점 사라져요. 근데 파쿠르는 전부 졸업해서 좋은 선례로 이어지고 나서부터는 저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같이 봉사도 하고 같이 지내기도 했어요. 다행히도 그 선례 이후에 사람들이 문의를 주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동아리를 어떻게 열 수 있는지, 파쿠르로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지, 파쿠르로 꿈을 갖고 싶은데 파쿠르로 할 수 있는 직업은 뭐가 있을지 같은 질문들이 시작되면서 그때부터 저의 전성기가 시작된 거 같아요. 이제 신나게 얘기할게요. 제가 상담사니까, 직업으로서 파쿠르를 할 때 부모님의 반대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운동할만한 체육관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스턴트맨을 해야 하나요? 외국에 가서 취직을 해야 하나요? 체육관을 열어야 하나요? 이런 많은 질문들이요. 그러면서 저도 파쿠르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가면서 청소년들과 함께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 파쿠르를 시작하게 된 것도 어떤 십대 청소년이 파쿠르를 한다고 하기에 같이 하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파쿠르에 대한 선례가 생기니까 친구들이 많이 해보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두 가지 특이한 경험이 있어요. 집 옆에 불이 났어요. 연기가 나길래 그냥 나갔다가 신고를 했어요. 근데 119에서 오더니 발화지점이 있는데 못 찾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건물 옆 난간을 월런으로 올라가서 추정되는 지점을 얘기했는데, 소방대원들이 제가 있는 곳에 못 올라 오더라고요. 그때의 뿌듯함.  젊은 분이 올라와서 보더니, 그 인근에서 발화지점을 찾아서 빨리 불을 껐다고 하더라고요. 소방대원이 보기에 조그만 여자가 올라가서 발화지점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웃겼겠어요. 또 한 번은 저녁에 골목길을 가고 있는데 남자분이 쫓아와서 식칼을 꺼내는 거예요. 근데 다행히도 제가 파쿠르로 이용하던 담이 있었어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순간 그 벽을 넘어서 사라졌어요. 그러곤 한동안 그 길을 가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식칼을 꺼냈거든요.  제 착각일 수도 있고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제가 그 벽을 넘어서 가는데 그때는 무서웠지만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까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혜화역의 어느 카페를 가는데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난간에 휠체어가 끼어서 그 주변을 다 막고 있는 거예요. 그때 1.5층 정도 되는 난간을 뛰어넘었어요.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잖아, 용기 내서 할 수 있잖아 하는 생각으로 도왔던 기억과 경험들이 있어요. 

❙ 김혜민의 점프 컷




파쿠르의 원칙을 넘어서는 규범들,
비교, 경쟁하게 된 몸들



히옥스 오늘 이 자리는 세 번째 자리인데, 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어요. 젠더 이슈라고 하면서 혜민님 이야기도 초대해서 듣게 되었는데요, 저희 센터가 파쿠르 제너레이션즈와 만나서 ‘모두의 파쿠르’에 대해 고민하면서 계속해오고 있어요. 모두에는 세대와 성별, 몸의 훈련 여부를 가르지 않고 하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르지 않는다는 것이 선언으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상당히 많은 고개를 넘어야 도달하는 지점인 거 같아요. 그래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을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개를 넘고, 그래서 언젠가는 정말 모두의 파쿠르가 열리지 않을까. 일단 문은 열었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아까 혜민님께서 청소년을 만났을 때 청소년들이 스턴트맨 해야 하는지, 코치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라는 질문을 했다는데, 우리가 모였을 때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전문 트레이서가 될 수 있고, 잘 가르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코치가 될 수 있고, 특별한 기량이 있으면 스턴트맨도 될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이 꼭 되지 않고 파쿠르를  즐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일단 저희가 기대하는 바예요. 파쿠르 실력이 없으면 파쿠르를 그만둬야지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혜민님의 이야기를 듣는 다원의 표정을 보니까… 아까 말씀하셨던 3번의 경험과 유사했던 경험이 없으셨던 거죠? (웃음)


❙ 파쿠르는 비교와 경쟁을 거부한다  -  스테반 비그록스(파쿠르제너레이션즈 창립자) 인터뷰 중


❉ [참고영상] 파쿠르 다큐멘터리 - 스테판 비그록스 인터뷰 |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


코치들이 하는 활동을 보게 되면, 저에게는 일상이 단조로운데 혜민님은 경험처럼 일상이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약간 굴곡이 있는 느낌이 들고요, 그럼 인생이 좀 덜 지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데 근데 그런 게 아니라 주변 환경이 생동적인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스포츠 중 하나겠구나.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중에 젠더 문제는 세대보다 더 어려운 문제로 느껴지는 거 같아요. 여자치고는, 여자라서, 이런 게 아니라.. 제가 아는 파쿠르 원칙에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는데, 유독 세대와 성별이 꼈을 때 경쟁하게 되는 거 같아요. 파쿠르를 훼손시키는 파쿠르 밖의 규범들이 들어오는데 아마 혜민님이 파쿠르 하던 시절에는 파쿠르 내부에서 그 규범을 쳐낼 힘이 없었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파쿠르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혜민님을 탄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쯤은 여기 계신 파쿠르 트레이서들이 그런 힘 정도는 가지고 계실 거 같아요. 사회적 모순, 비교와 갈등으로 파쿠르를 못하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게 되는… 아마도 그런 얘기들이 더 많이 나와야 되는 상황인 거 같아요.


혜민 히옥스께서 해주신 말씀이 위로가 되네요. 제 삶을 잘 정리해주셨어요. 제가 대학교 시절 처음 시작을 했거든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계속 파쿠르를 했고, 성인이 갖고 있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갖고 있어도 약할 수밖에 없는. 주변의 공격이 계속 들어오니까 파쿠르를 사랑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히옥스 혜민님 얘기가 더 있을 수도 있는데, 얘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이나 경험을 나눠주실 수 있는 분이 있을까요?








❙ 파쿠르 창시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벨이 출연하여 파쿠르 기술을 선보인 영화.

1 오늘 저희 가족이 처음 파쿠르를 경험했어요. 지금 굉장히 피곤한 상태인데..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3구역> 영화를 봤고요. 아이들이 파쿠르에 대한 감을 잡아야 하니까 미리 보고, 오전에 다른 곳을 들렀다가 왔는데, 원탁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파쿠르를 알게 된 게 불과 1주일 전이에요. 안 그래도 파쿠르에 대해 들었는데, 소식지에서도 보고 이건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시간 정도 참여했는데 마음에 비해 몸이 따르지 못해서 속상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경험해서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젠더 문제는 파쿠르뿐만이 아니고 여러 분야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사실 성에 대한 차별은 많이 완화되기는 했죠. <82년생 김지영>도 영화로 나올 정도로 얘기하기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는데, 우리와는 다른 아이들은, 이젠 성별 차이가 사실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그보다 이 세대에서는 홍보의 문제인 거 같아요. 많이 알려지고 파급효과만 있다면, 지금은 성별 때문에 하고 못하고 이런 구분은 없을 것 같아요. 많이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히옥스 따님이세요? 어떻게 1주일 만에 어머니에게 설득이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파쿠르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2 그 전에는 들어보기만 했고, 정확히 뭔지는 몰랐어요.


히옥스 어머니와 혜민님 얘기 중에 와 닿는 게 있나요?


2 남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혜민님 말씀을 들으면서, 시대를 앞서가는 허난설헌이다 생각이 들었어요. 어쩔 수 없이 앞서가는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 않나 싶은데,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가 있지 않나. 여성이라든지, 살아야 되기 때문에 이 운동을 반드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옥스 1주일 만에 우리의 든든한 멤버가 생긴 거 같아요. 82년생 김지영에서 허난설헌 얘기까지 하시는 걸 보니까 굉장히 적합한 이슈에 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저는 식칼 들으면서 쫓아온 분 얘기가 되게 좋은 아이디어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번 여성 파쿠르 퍼플버드에 오셨던 분들이 여기 한 분도 안 계셔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혜민님처럼 그렇게 하다 보면 여성들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옥스 남자 참가자들 중 처음 참가하신 분 계세요?  혹시 이야기 나눠주실 분?




나이, 성별을 넘어 
인간으로서 높은 경지를 목표로 두게 된다면


4 저는 이문제에 원래 관심이 많았거든요. 일단 확실히 과거에 여성이 차별을 받았고, 제가 늦둥이예요. 저희 부모님 세대가 그런 차별을 많이 받으셨기 때문에 부모님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오히려 아버지는 여자에게 잘해줘라, 때리지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왜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돼요 그랬더니 여자는 약하잖아 그러시더라고요. 어릴 때는 그랬는데 제가 학교를 다녀보니까 여자들이 때리면 너무 아프더라고요. 아빠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여자들이 약하다고 했는데 이건 아니잖아라고. 근데 점점 커가면서 뭐가 뭔지 알게 됐어요. 저희 어머니 같은 경우는 맞벌이어서 저를 외할머니가 키워 주셨는데, 어머니가 일 열심히 하셨음에도 남자들에 비해 불리했었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요즘 저희 세대에서는 여성들에게 뭔가를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점점 그러다 보니 역차별 얘기가 나오고,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상처 입히는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남자치고 못하고, 여자 치고 잘한다가 아니라, 단순하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좀 더 높은 경지를 목표로 두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덩치가 있어서 싸움도 잘할 거라는 얘기를 듣는데 근육이면 그렇겠지만 다 살이라서..(웃음) 파쿠르 할 때 보셨겠지만 저 월런도 못해요. 결국 신체적 조건의 불리함 있잖아요. 여성들도 잘 훈련된 남성에 비하면 불리한 거고,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어떤 상황에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되지 않을까. 성별과 나이 기준을 두지 않고 한 명으로서 더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히옥스 다른 한 분은 전에도 해보셨나요?


5 아뇨. 제가 일만 하다가 얼마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동영상을 보고 뭘 해볼까 하다가 파쿠르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 오게 되었어요. 참 좋았고, 운동을 떠나서 사회적인 이슈들을 얘기하는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히옥스 오늘 이런 이슈로 얘길 할 거라고 마음에 담고 오신 코치님들은 어떠셨어요?


토마 여성 파쿠르 <퍼플버드>가 지지난 주에 있었는데, 그때 의견들이 대부분 혜민님의 의견과 비슷해요. 근데 깊이가 달라요. 혜민님은 파쿠르를 좀 더 오래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라 그런 것 같네요. 그때 나왔던 얘기들은 다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좋았고, 누군가 못한다고 해서 배제되지 않는 움직임이 좋았다는 의견이었어요. 왜 여성들끼리 모여서 좋았는가 하는 질문에는 보통 스포츠가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들이 과도한 관심을 받거나 주눅 들거나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의견이 있었고요. 스포츠를 할 때 자신도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파쿠르 축제에서는 파쿠르가 모두가 다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전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공감을 하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경험들이 누구나 다 있을 거예요. 자기가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소외되거나, 스스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옆 사람과 비교했을 때 옆사람이 너무 빠르게 하거나, 자신은 작은 목표를 오랜 기간 연습해서 도달한다고 했을 때의 좌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나 싶어요. 파쿠르가 그런 생각을 떨치기에 좋은 운동이 아닐까. 요즘은 차별적 교육을 받지 않으니 괜찮다고 하셨지만 제가 어울초등학교에서 파쿠르 수업을 하는데, 어떤 반이든 남녀 구분이 확실하고요,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여자들에게 “너는 여자라서 못해, 나는 할 수 있어”라고 하는 게 있어요. 자기가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반대로 여자들은 “우리는 여자니까 당연히 못하지, 여자니까 달라”라고 해요. 뭔가를 하면 자신들이 약자인 것처럼, 못할 것처럼 얘기해요. 근데 바닥에 손 짚으면 더러워지고, 어딘가에 부딪히면 아픈 건 다 마찬가지거든요. 그 똑같은 환경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시도를 안 하고, 그런 부분이 많이 보여요. 제가 봤던 파쿠르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공존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1 그것이 없다는 게 아니라, 약화되었다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요즘 아이들은 남녀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리 때는 남자 힘센 거 인정하고, 여자는 힘 약한 거 인정해서 서로가 잘하고, 못하는 게 있겠지만 남녀 상관없이 개인차로 잘하고 못하는 게 있고 이렇게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거죠. 또 사춘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에 예전에 중학생이 느꼈던 것을 초고, 초4학년들이 느껴요. 예전과는 달리, 몸을 움직이는 거 굉장히 싫어할 수 있어요. 그 아이들에게 앞머리는 생명이거든요. 지금 우리와는 굉장히 다른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젠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 대해 이해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혜민 제가 지금 파쿠를 시작했다면 너무 재미있게 했을 거 같은 반면에 나를 방해했던 열악한 것들을 많이 접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스무스하게, 느슨하게 해도 되고 말아도 되는 운동으로 했겠다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시작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두 가지 얘기를 계속 들어요. 와 멋있다와 너 왜 하냐, 미쳤냐 라는 얘기. 한 번은 제가 유튜브를 올렸는데,  (교사였으니까) 이 선생님한테 걸리면 파쿠르로 죽을 때까지 쫓아오겠다는 댓글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계속 소리에 ‘노출’된다고 생각해요. 하지 마, 그거 왜 해, 여자가 그걸 왜 해? 이상한 사람이야, 라는 얘기를 계속 듣게 되면 그들의 말에 계속 젖게 되면서 숨게 돼요. 근데 여기 와서 처음 든 생각이 헐, 부모님이 왔어! 이 자리에. 저한테는 빅 쇼크예요. 저 때는 부모님 반대로 몰래한 사람도 많았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몰래 했어요. 부모님과 같이 경험을 하다니. 이건 문화 쇼크죠. 문화 속에 살아갈 때, 그런 걸 도전해? 멋있다, 그거 하면서 체력 많이 기르겠다, 신선해 이런 피드백을 듣는다면 그 당시에 저는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 들어서, 억울하면서도 좋네요. 정말 제가 원했던  봉사를 통해서 파쿠르를 많이 알리고 언젠가는 여성들도 과도한 관심받지 않고, 여성들도 그 자체로 신나게 할 수 있는. 계속 모임 나오고 지속적인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했는데 제가 잠깐 사라진 사이에 여기 있는 분들이 잘 개척을 해놓으셨네요. 여동생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파쿠르를 시켜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언니 나 친구들한테 파쿠르 한다고 하니까 여자들은 못한대”라고 하더라고요. 이 또래들이 이런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고, 내가 너무 일찍 시켰나?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다가 정강이 세게 부딪치고 난 뒤에는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예쁜 다리가 생명이니까.(웃음)


 [참고자료] 여성의 관점으로 본 파쿠르 (Parkour: A Woman’s Perspective) by Lauren Stokes

(일부 발췌) 가끔씩 실력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과 연습을 하면,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경험이 풍부한 남성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더 좋은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때때로 경험이 없는 여성들이 있는 그대로를 관찰해서 상황에 더 적절한 조언을 제공해줄 때도 있다. 








1 저는 여성이고 48살인데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데, 나이가 많은 여성으로서 지금 시작한다면 전문가들께서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이 저는 파쿠르에 틀린 몸은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미디어와 유튜브에 노출된 파쿠르는 위험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요. 그게 파쿠르의 모든 부분을 담지 않을뿐더러, 이것이 파쿠르라는 기준을 계속 제시하게 돼요. 혜민님 말씀하신 것처럼 배제되고 구분될 수밖에 없어요. 오직 잘하는 사람만 인정받고. 실제로 현장은 그렇지 않거든요. 미국이나 영국 파쿠르 현장은 시니어 파쿠르도 있고, 스스로 코치도 하고, 시니어 파쿠르 컴퍼니를 설립해서 교육도 하고요. 그전에 그분이 물리치료사였기 때문에 파쿠르 커뮤니티에 부족한 스포츠 과학을 적용하는 거죠.  파쿠르에 한 가지 기준점만 제시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은 모든 사람, 모든 젠더, 모든 몸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다양성의 자유를 줘야 해요.


6 저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는 앗싸여서 막살았거든요. 젠더의 문제보다는 자기 능력의 문제인 거 같아요. 지방에서 체육관을 다녔는데 서울 가서 파쿠르 배우겠다고 하니 힘들 거라고 관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왜요, 제가 여자라서요?라고 했더니 체형이라던지 근력 문제에서 관장님이 엘리트 체육을 했던 분 입장에서 쉽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파쿠르 비슷한 걸 하고 싶으면 클라이밍이나 그런 거 하라고 하셨어요. 신체적 한계니까, 제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유연성이라든지 이런 걸 활용하는 방식으로 하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7 파쿠르를 하면서 동호회에 나가보면, 외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하고 싶은걸 따라 하고 싶은 그룹이 있고 그런 그룹에 시선이 집중이 되다 보니까 남자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생겨요. 저 같은 경우는 파쿠르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했을 때의 쾌감을 더 좋아하거든요. 파쿠르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운동도 여자가 훨씬 적은 편이고,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분위기를 힘들어하는 것도 대체적으로 비슷해요. 잘하지 못하면 저걸 하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있는데 파쿠르를 하면서 재미를 유지하고 싶다면, 꼭 무조건 파쿠르다운 걸 시작하다기보단 사람마다 신체조건에 따라서 근력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난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겠죠. 내가 어떠한 수준을 넘어야겠다는 기준보다는 건강해져야겠다는 처음 목표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1 저도 어렸을 때 운동을 했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게 두려워요. 제가 그 나이의 절반 정도 되다 보니까 철렁해요. 그 입장에서 운동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파쿠르가 되게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오게 되었어요.


혜민 오늘 오신 남자분들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결혼 전까지 제가 파쿠르 하는 걸 시어머님께 어떻게 말씀드리지? 이런 고민이 드는 거예요. 나 결혼하고도 계속해도 돼? 이런 고백 아닌 고백을 해야 했는데, 신랑은 하면 되지 하는 스타일이에요. 옛날 사진을 보더니 그걸 시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미쳤냐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때 든 생각이 나도 올드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시어머니가 이상한 눈으로 볼까 봐 겁을 먹었던 거예요. 신랑이 선수 쳐준 덕분에 프로필 사진을 바꿔도 별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남자들은 아내, 여자 친구가 파쿠르를 한다고 할 때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요.

 

8 저는 여자 친구 사귀던 초반에는 하고 싶었어요. 여자 친구한테도 같이 하자고. 얼마 전에도 파쿠르 가르쳐주기도 했고. 잘하더라고요. 만날 때마다 운동을 같이 하고 있고, 여자 친구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 그러시냐고, 그러고 끝났어요.


혜민 저도 다행히 편하게 끝났는데, 결혼 전에는 큰 고민이었어요.


히옥스 뒤에 웃으신 분, 어떠셨어요?



파쿠르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동료의 힘



8 같이 하면 정말 좋죠. 근데 생각난 얘기가 있어서요. 예전 파쿠르 세대의 젠더 문제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내가 느끼는 실력에 대한 감정, 다른 하나는 그때는 남성의 운동이었으니까 여성에 대한 시선 문제. 지금은 실력에 대해서는 애초에 홍보할 때부터 파쿠르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남보다 잘하는 게 아니라 나의 성취력을 느끼세요 라고 얘기하니까 그 부분은 좀 덜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시선의 문제는 쉽지가 않은 거 같아요. 제가 대학 때 미식축구를 한 적이 있어요. 근데 남자도 잘 안 들어오는 곳인데, 매니저로 여자 한 명 들어오면 “야, 여자 들어왔어” 하면서 호들갑을 떨면서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시선이 사실 미식축구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하는 운동 전체에 퍼져 있더라고요. 그런 시선이 없는 운동이 딱 하나인데 산악부예요. 남성 여성 다 같이 올라가는데, 대장들이 그렇게 시켜요. 남자 너희들은 3-40킬로 매, 여자들은 안되니까 20킬로 매. 몇 시간 동안 산을 오르다 보면 다 퍼지는 거예요. 남자들이 더 이상 여자를 여자로 보지 않고 그 시선이 없어지고 다 평등. 우스갯소리로 하는 거기도 한데, 그걸 파쿠르에도 적용시켜서, 남녀가 다 서로 힘들어할 수 있게. 그러다 보면 동료애가 생기는 거 같아요. 제가 했을 때는 동료애를 느꼈었거든요.


히옥스  그렇게 만들까 봐 제가 제이를 굉장히 말리고 있는 중입니다.  


혜민 근데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그토록 애달프게 여겼던 게, 같이 끝나고 커피 한 잔 할 친구가 없어서 굉장히 외로운 싸움을 해왔던 거 같아요. 물론 그때도 힘을 주는 친구가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동료를 애타게 찾았어요. 근데 지금은 그런 동료가 생기는 거 같아요. 옆 집 아줌마의 교육관이 저의 교육관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옆집 친구, 아는 이모 가치관이 내 가치관이 된다는 말이, 파쿠르 괜찮아, 나도 해보자 지금은 할 수 있는 문화인 것 같아요. 오늘 와서 신선하기도 했고 좋았는데. 같이 운동할 동료를 찾는다는 게, 같이 의논도 하고 올라갈 수도 있는데, 내가 이미 동료라고 하는 사람들과 실력차가 크다 보니까 맞춰가기 쉽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운동시간을 뺏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어요. 이런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거 자체가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참 감사하고, 내가 지금까지 파쿠르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게 발전해 가면서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는 거 같아요.  마음이 뭉클한 게, 그 갖고 싶었던 그 동료. 가끔 있긴 했었어요. 다 같이 운동하고 나면 드러누워서 쉬기도 하고, 그때 대화가 어쩜 그렇게 달콤한지. 운동하고 잠깐 쉴 때 나누는 대화 있잖아요.



❙ 미국 파쿠르 코치 멜라니 헌트와 함께 여성들의 자매애를 확인한 시간, 퍼플버드


 [참고영상] 2019 여성파쿠르 퍼플버드




히옥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할 건데, 할 얘기가 있는 분들은 빨리 정리해서 하시고, 그런 시간을 벌기 위해서 오늘 아침부터 13구역 보시고 여기까지 설득당해서 오신 분..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원래 운동 좋아하시나요?


9 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와서 해보니 색다르기는 하네요. 파쿠르를 지금까지 몰랐고,  아까 말씀하신 거 들어보니까 남자라서 여자라서 젠더 문제이기도 한데, 예전에 다른 운동의 경우 스키라던지. 어떤 사람들은 친구 따라서 상급자 코스 가서 내려오는 사람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소심해서 그렇게 못했고요. 위험하다고 할 때 무조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할 사람은 그렇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게 하고,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를 것 같아요.


히옥스  엄마 아빠가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면 가족 파쿠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10 저도 동료가 참 큰 역할을 한다고 느껴요. 파쿠르 하면서 동네에서 사귄 동생과 친구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온 거 같아요.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하루하루 파쿠르를 하러 나오지 않았을 거 같거든요. 지금은 매일 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제가 책임질만한 친구가 있고, 그 친구들이 나를 많이 지지해 주고, 그 친구들과의 추억이 행복하게 쌓이는 거 같아서 하게 돼요. 제가 파쿠르를 접하고 1년 정도 되었을 때 친구들을 만났어요. 파쿠르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평소에 인사만 하던 동생들이 “형 뭐해? 되게 멋있다, 나도 가르쳐 줘” 했을 때 되게 설렜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 이거 랜딩이라고 부르고 이런 식으로 하면 돼” 이렇게 알려주니까 옆에 있던 친구들이 나도 알려줘, 알려줘 하는데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파쿠르가 만들어 준 첫 번째 최고의 행복이었어요. 그날 그렇게 해서 하루 만에 절친한 파쿠르 동료들이 생겼고요. 그 친구들이 저를 믿어줘서 여러 도전을 하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 나와서 이야기도 하게 된 거 같아요.


히옥스  항상 자기 얘기를 해 줄 때마다,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하지? 파쿠르가 웅변의 기술을 가르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11 저는 남녀 구분에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여자들끼리만 있는 게 더 힘들거든요. 근데 나이 가지고서는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나이가 가장 어려 보이는 분에게 물어볼 게 있어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하는 운동으로는 파쿠르가 제일 좋다고 보거든요. 저는 한국 나이로 52살이고, 파쿠르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도 잘하지 못하고, 늘지도 않고, 고통만 있어요. 하지만 그 고통에 맞서는 큰 보람과 극복 감에서 오는 쟁취감이 있어요. 내 중심을 회복시키는 뭔가가 있거든요. 그래서 안팎으로 균형을 맞추고 성장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을 치유하고 도움을 주는 거 같고요. 근데 초등이나 중등 나이의 청소년들과 같이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특히,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가장 어렵거든요. 다양한 나이 때 사람들이 같이 운동을 하게 될 때, 저런 모습은 매너가 좋지 않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저에게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10 제가 생각할 때 운동을 하면서 만큼은 나이를 잊으면 좋겠어요.


11 저는 잊는데, 사람들이 안 잊어주니까요. 나이 많은 사람과 같이 운동할 때 친구들이 얘기하는 게 있을 거잖아요.


10 제가 생각할 때는 자기 운동할 것만 하시면 돼요.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양보하면서..


11 근데 무리들이 피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죠?


혜민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그 마음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하루는 파쿠르 가르쳐 준다고 해서 갔는데 제가 27살인데 초등학생이 나온 거예요. 본인이 잘한대요. 근데 잘 못해요. 제가 여자니까 나오라고 했던 거예요.


토마 저도 그럴 때 있어요. 성인 때 시작했는데, 학생이 나온 거예요. 나이가 초/중등이랑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배우거나 같이 운동할 때 그들끼리만 어울리려고 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혜민 그때 가장 중요한 게 꾸준함인 거 같아요. 계속 같이 대화하고. 그 친구는 그 친구 선에서 운동하고, 저는 제선에서. 팁을 드리자면, 제 컨디션에 대해 얘기하면 주변에서 배려를 해주더라고요. 어쩔 때는 제 마음 상태에서 대해서도 얘기해요. 마음 상태를 주변에 알리면 주변에서 도움도 주고, 꾸준함이 중요한 거 같아요. 꾸준히 하다 보면 주변에서 알아주는 거 같아요.


1 저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같은 나이끼리 묶어놓은 거라고 봐요. 같은 클래스 안에서 다양한 나이대가 만나면  나이가 드신 분이 실제적으로 살면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을 알려줄 수 있어요. 물론 몸은 더딜 수 있지만 어린이가 몸의 더딤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이스라엘은 나이가 많은 분부터 어린이까지  삶을 나누기 때문에 발전하는 거잖아요. 우리에게 이런 모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에 원탁의 파쿠르 왔을 때, 학생이 있는 게 감사했고요.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혜민 운동하면서 서로 교감하고 배우는 게 있거든요. 그렇게 계속하면서 서로 알아가면 괜찮지 않을까.



❙ 연령,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100여 명이 참여한 '힘센발 파쿠르 축제' (2019. 11. 9)

 

❉ [영상]1109 모두의 힘센발 파쿠르 축제



12 청소년들 입장에서는 모르는 존재가, 그것도 어른과 함께 운동을 하게 되면, 그게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어색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제가 파쿠르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네이버 영상 보면서 혼자 운동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처음 모임에 나갔을 때 낯가림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나와 같이 운동하는 사람이야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고요. 최근에도 초중학생들이랑  운동을 하는데 그 친구들 잘 모르거든요. 파쿠르 하러 모인 거잖아요. 파쿠르 얘기만 해요. 그러다 보면 친해져요. 같은 주제로 많이 얘기하다 보니까 친해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다른 얘기도 하게 되고요.


히옥스 마지막으로 혜민님 말씀해 주시는 걸로 하고요, 오늘은 젠더 주제로 얘기를 하려고 했잖아요. 모두의 파쿠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 이런 이슈가 있다는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씀드리고요.  파쿠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언어들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우리들 안에서 좀 더 나눠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더불어서, 다음 주에 기후 선언을 예정하고 있잖아요. 기후 문제도 이 이후에 계속 얘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파쿠르를 하는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감각에 대한 설명도 있게 될 텐데, 12월에는 2년간 해왔던 파쿠르의 과정을 통틀어서, ‘위험한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짚고 가는 원탁의 파쿠르가 준비될 예정이지만, 오늘 나왔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년에는 청소년 문화에 대한 얘기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쿠르가 갖고 있는 좋은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것들이 좀 더 확산될 수 있는 준비를 하면서 청소년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고, 이상한 언어에 대해서 점검하는.. 예를 들면, 나이가 많으신 ‘분’과 어린 ‘친구들’. 이런 게 우리의 무의식 중에 다 있거든요. 같이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혜민 마무리하자면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돈을 많이 썼어요. 맛집도 가고요. 근데 잘못된 방향이었던 것 같아요.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했던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공유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코치 자격 따겠다고 인도네시아까지 따라갔던 건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여자분들 오면 그냥 과도한 관심 말고, 운동하러 왔구나라는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싶습니다.


히옥스 여성들이 더 많이 파쿠르를 시작하게 되면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퍼블버드에서 나왔던 얘기는 여성들끼리 끝나고 나면 댄스파티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모임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혜민 오늘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큰 가능성을 봤어요. 앞으로 이렇게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한 사람들 ❙ 
김혜민(한국파쿠르&프리러닝전문그룹 '팀리얼' 소속 트레시스), 제이(파쿠르제너레이션즈코리아 대표, 크리킨디 힘센발 코치), 토마(크리킨디 힘센발 코치), 다원(크리킨디 힘센발 코치), 히옥스(크리킨디센터장), 임동건(KPA-한국파쿠르협회 대표), 박찬숙, 이용택, 장준영, 김지호, 강지원, 신지우, 이명하, 이진실, 김남미, 엄윤호, 엄지후, 엄선휴, 엄태온, 서호민, 양상, 두부, 삐삐,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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