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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Apr 08. 2020

세상에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자투리' 목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목신공방' 이야기

숲에서 주어온 나무들로 숟가락을 깎다 보니 어느덧 500개가 넘었어요그간에 50여 종의 나무들로 깎은 숟가락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숟가락으로 이루어진 숲이 보였습니다.’

     

2019년 진행된 '숟가락 숲' 전시

크리킨디 센터에는 숟가락으로 이루어진 작은 숲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바로 해남 이세일 목수의 ‘숟가락 숲’ 전시가 크리킨디 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해남 목신 마을의 이름을 따서 만든 크리킨디센터의 목신공방은 본래 나무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생나무로 일상의 소품과 가구들을 만들어보는 비전력 공방이자 실험실입니다. 벌목되거나 버려진 나무를 활용해 숟가락, 그릇, 의자들을 직접 만들어보며 일반적인 목공 스튜디오와는 또 다른 새로운 나무 문화에 관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목신공방의 작업은 우드카빙, 그린우드워크라고도 불리며 공간, 소음, 재료의 제약이 없는 수공예 목공작업입니다. 직접 숲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관찰하고 나무의 결과 손의 흐름, 그리고 도구에 집중하며 일상에서 필요한 소품들을 자급해 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규격과 전문적인 가공기술 위주의 일반 목공과는 달라 작업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나무 문화(The New Wood Culture)로 불리기도 합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 기계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좌: 뒷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관찰하는 참가자들 / 우: 나무의 결과 특성을 관찰하다


목신공방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나요?’     

지난겨울, 무궁무진한 손을 가진 청소년들이 그린우드워킹 마스터 이세일 목수님과 만나 아까시나무(흔히 '아카시아'로 이름이 잘못 알려진 나무지요)로 스툴을 만들었습니다. 평소에 잘 가지 않았던 산으로 올라가 직접 나무를 보고 수피(나무의 표면, 껍질부위)를 만져보기도 하며 나무의 형태를 관찰해보았습니다. 사용할 나무도 직접 채집하는 과정을 가졌는데 벌목 이후 버려진 나무들을 가지고 내려와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아까시나무는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목질이 단단하지만 유연하기도 해서 가구 제작에 많이 사용되는 나무이기도 하고, 여름에는 좋은 향기를 내는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도끼나 칼과 같은 처음 사용해보는 목공 도구들로 나무를 쪼개고, 깎아내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였습니다. 하루 7시간씩 3일이라는 긴 워크숍으로 진행되어 불평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업이었지만 아까시나무의 향, 결, 무늬, 사각사각 나무를 깎는 소리를 들으며, 나무와 손에 집중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툴이 완성되던 마지막 날, 도구와 꽤 친해지고 나무 톱밥 속의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청소년 작업자들의 경험을 이야기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벌목된 작은 나무들은 목재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워크숍을 통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쓸모와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스툴을 만들어보는 워크숍이었지만 버려진 나무에서 새로운 쓸모를 발견하며 그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목신공방은 숟가락을 중심으로 우드카빙 작업을 진행합니다. 참가자의 관심에 따라 스툴, 테이블, 나무 의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해남 이세일 목수의 숟가락 숲을 상상해보며 서울 사는 나무로 또 다른 숟가락 숲을 만들 모임을 가졌습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부터 12월까지 평소 우드카빙에 관심 있는 청소년, 청년들이 혼자 또는 같이 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숟가락 숲 서울’이 진행되었습니다. 파크 주변에 전정작업으로 버려져 있던 벚나무, 일본목련, 자두, 살구, 물푸레, 은행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직접 주어와 생나무에서부터 숟가락으로 하나하나 깎아나가 보며 사용하지 않던 근육과 신경들을 써보고, 도구를 사용하는 감각을 익혀보며 다양한 모양과 무늬의 숟가락을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숟가락을 깎는 과정 중 도끼질을 가장 재밌어 했습니다.)      



한 달에 3일, 5개월 동안 함께 모여 숟가락을 깎아보면서 나무를 이해하는 것도, 실력도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꾸준히 손을 사용해야만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아마도 우드카빙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숟가락 숲 서울 프로젝트는 12월을 기점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올해는 누구나 크리킨디 공간에서 숟가락을 깎아볼 수 있도록 작업장을 오픈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존 참가자들과의 만남도 새로운 참가자와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쇼 show@krkd.eco
손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곧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손에 집중해보고 할 수 있는 일을 넓혀가고 싶다면 우리 만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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