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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Jul 01. 2020

[너구리 마음]은 누가 만드나요?

청소년들의 '좋은 삶' 인터뷰 시리즈 [너구리 마음] 제작자 시로 이야기

크리킨디센터가 정기적으로 만드는 청소년들의 '좋은 삶' 인터뷰 시리즈 너구리 마음. 너구리 마음을 통해 만난 청소년이 어느덧 11명이나 되는데요, 그 기념으로 너구리마음을 만드는 영상작업자 시로에게 너구리 마음을 만들게 된 배경과 너구리 마음을 만들면서 든 생각과 느낀 점 등을 물어보았습니다.


- 너구리 마음을 처음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그전에 하던 작업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제도권 안팎으로 여러 지역과 공간에서 다양한 청소년들과 교육의 형태로 영상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하자마을과 하자 청소년들, 그리고 크리킨디센터로까지 확장된 청소년들과의 인연은 제 작업과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주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 시기에 흔히 주류 미디어에서 그리는 것처럼 입시 걱정이나, 성적 등을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좋아서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는 다른 버거운 짐들로 인한 고민과 걱정이 훨씬 많았고 그 짐들 때문에 불행하게도 저의 청소년기는 늘 깜깜한 터널 속에 있었던 기분입니다. 그때는 나만 여느 친구들과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미래가 더더욱 불안해지기도 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 다양한 청소년들과 공부하고 작업하며 별처럼 수없이 많은 이야기와 만나게 되면서 그 시절 저를 위로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때 나만 외딴 터널에 갇혀있었던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순간순간 계속 생각했습니다. 왜 이 별처럼 수많은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고, 늘 청소년들의 모습은 '입시 걱정만 하고 있고,  평일 낮에는 학교에 있다'는 고정 관념에 가둬지는 걸까. 한 번은 어떤 시기에 어떤 공간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청소년,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청소년,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청소년, 대안학교를 이제 막 졸업하던 청소년, 홈스쿨링을 하고 있던 청소년이 저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워크숍에 참여했었습니다. 그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서로 너무 어색해하고 대화를 전혀 하지 않길래 한 명씩 한 명씩에게 물어보니 어떤 안부를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저에게도 쌓이게 되면서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별처럼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보다 많이 보여지고 그 목소리들이 드러나길 바랐습니다. 그 방법을 고민하면서 제가 교실 안팎에서 만나오던 청소년 작업자들을 중심으로 이들을 기록하고 이들과 함께했던 작업들을 모아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연출했던 장편 다큐멘터리 <구르는 돌처럼>(2018),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2019)가 그런 맥락의 작업 일 수 있겠는데요, 긴 호흡을 가지고 가야하는 장편 작업말고 다른 방식의 작업도 고민하던 중 크리킨디센터에서 기획하신 너구리 마음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구리 마음 썸네일 (왼쪽부터) 하나: 김진원 김진은, 둘: 이미르, 셋: 김은결

- 그동안 다큐 작업을 하시면서 많은 사람을 인터뷰 하셨을 텐데 청소년을 인터뷰하는 건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청소년을 인터뷰하는 건 다른 사람을 인터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상황, 환경, 배움에 있는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언어를 계속 고민하게 되는데요. 저에게는 이 경험들이 새로운 언어를 찾는 과정입니다.


- 인터뷰라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인터뷰는 청소년, 비청소년을 떠나서 인터뷰이, 인터뷰어 서로가 진지하게 서로를 관찰하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특히 오랜 시간 봐왔어도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는 방법이고요. 여담으로, 제가 청소년들과 매체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들어보기 위한) 도구로 ‘타로’를 공부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비슷한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 누군가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인터뷰를 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경청과 공감입니다. 경청하는 자세와 공감하는 마음은 인터뷰이에게 그대로 전해질 거예요. 그리고 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터뷰이의 일상을 계속 상상합니다. 그 상상을 놓치지 않는 게 팁이라면 팁일까요...   

            


너구리 마음 썸네일 (왼쪽부터) 넷: 원종성, 다섯: 서호민, 여섯: 양연주

- 10명이 넘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좋은 삶'에 대한 생각을 들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10번이나 계속 반복해서 하는 생각이지만, 매번 인터뷰를 마칠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은 뭘까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그때그때 만났던 청소년들의 에너지에 영향을 받아서 저도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좋은 삶'을 생각하곤 합니다. 인터뷰이에게 새로운 영향과 영감을 받는 게 너무 좋아서 저도 인터뷰이에게 좋은 영향과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지금 시로가 바라는 '좋은 삶'은 어떤 삶인가요?

제가 우선 지금, 생각하는 ‘좋은 삶’은 이런 기록과 작업을 일상에서 계속 지속할 수 있는 삶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함께 고민하고 기획할 수 있는 작업자들이 주변에 있다는 건 참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니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합니다.       

           


너구리마음 썸네일 (왼쪽부터) 일곱: 조유빈, 여덟: 세미콜론(오승현, 박현우, 정우준), 아홉: 김지원

- 너구리 마음을 10편 넘게 제작하면서 제작하기 전과 후로 달라진 생각이나 관점이 있나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짝이는 별 같은 이야기들이 훨씬, 아주 훨씬 더 많다는 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달라진 생각이라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지점은 너구리 마음 뿐 아니라 여러 작업 중에도 청소년을 인터뷰한 후에는 “청소년인데 말을 너무 잘한다” 든지, “그래서 청소년 같지가 않다”는 피드백을 가끔 듣곤 합니다. 이 현상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시로의 영상작업자로서의 정체성과 그동안 해왔던 작업 안에서 너구리 마음 시리즈는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잘 보려고 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도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요. '볼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상상력의 부재'가 차별과 혐오를 낳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상상력을 복원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어떤 경험이 필요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작업의 지속성입니다.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 고민에서 출발해서 저의 일과 삶, 일과 작업 혹은 작업과 삶을 연결하는 것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오랫동안 만나온 청소년, 청년들과의 경험을 작업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구르는 돌처럼>과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너구리 마음 시리즈도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지금까지 업로드 된 열 한 편은 저 혼자만이 아닌 제 동료들이 중간 중간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열 편에 함께 해주셨던 동료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디자인 및 너구리 마음 하나(들꽃한아름 편) 편집_ 이채민 

둘(미르 편), 셋(김은결 편), 다섯(서호민 편) 편집_ 장민재 

열(김도담 편) 편집_이하경 

열 하나(한영현 편) 촬영 및 편집_송영윤

일곱(조유빈 편) 촬영 및 소스제공_김정근

함께 촬영

송영윤

촬영 도움

이솜이

김도담

모든 인터뷰이, 인터뷰이 가족, 선생님 분들

기획하고 진행해주신 히옥스, 은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런 판을 기획하고 만들어주신 크리킨디센터에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 너구리 마음 시리즈로 만나보고 싶은 청소년은 누구인가요?     

비밀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앞으로 업로드 될 너구리 마음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너구리마음 썸네일 (왼쪽부터) 열: 김도담, 열하나: 한영현




너구리 마음 제작

박소현(시로)
오랫동안 다양한 10대들과 작업해 오고 있으며 <야근 대신 뜨개질>(2015),<구르는 돌처럼>(2018),<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2019) 등을 연출했다.


인터뷰 기획과 진행

은수 eunsoo@krkd.eco
크리킨디센터에서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면서 청소년들과 게임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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