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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Aug 19. 2020

어쩌면, 불가능을 시도했던 2020년

크리킨디 밝은방 (Lucid Art room)

크리킨디센터에서 2020년 2월부터 매주 수요일 (물론 코로나19 휴관기간 제외하고 7월부터는 수요일, 금요일 비대면 수업 진행) 오후 3시에 진행한 발달장애청소년 창작자 프로젝트 밝은방 (Lucid Art room) 워크숍을 소개합니다. 10여명의 발달장애 창작자의 예술멘토인 효나, 인경과 ‘크리킨디 밝은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크리킨디 밝은방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이 경계 없이 함께 예술작업을 하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고자 하는 크리킨디의 제안으로 2019년 발달장애청소년 아트스페이스 <밝은방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인경과 효나는 지난 10년간 ‘로사이드’라는 비영리예술단체에서 발달장애 창작자들의 예술작업을 지원, 기획, 소개하는 일을 하던 중 오직 ‘창작’에만 집중하고자 2018년 ‘밝은방’ 예술그룹을 만들었습니다.)


2019년 밝은방 작업과정과 전시회


- 2020년 크리킨디 밝은방은 작년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2019년은 크리킨디 밝은방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독자적인 창작세계를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은 작년에 발견한 각자의 개성과 고유성을 좀 더 발전시키고 매체적으로 확장시켜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코로나19로 워크숍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코로나19 휴관 직전까지 밝은방은 크리킨디 콜라보랩 공방들과 다양한 협업을 계획했었습니다. 2019년 창작자들은 밝은방 내에서만 창작에 집중했었기에 2020년에는 좀 더 바깥과 소통하는 작업을 시도해보자 회의를 한 바 있습니다. (ex. 무지개테이블의 레시피 작업을 소개하는 일러스트 작업, 미장 공방 벽화 도안 작업) 그러나 이 역시 전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2020년 밝은방, 오리엔테이션 (왼쪽), 거리두기 작업 (오른쪽)


발달장애창작자와의 워크숍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히 병이나 병의 증상으로 인식하는 발달장애 창작자의 어떠한 특징을 긍정, 수용하고 그것이 독자적인 창작세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이 작업은 시간이 필요하고, 창작자 가족과 운영 주체의 지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강사는 창작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면밀히 관찰, 교감하며 그의 고유성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에 한 시간에 많은 인원을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강사는 창작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기술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내부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를 찾아내어 그것이 나아가면 좋을 예술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소 일 년 이상의 장기 워크숍이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이 모든 활동은 ‘언어(말)’를 통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의 소통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기 위해 밝은방에 오는 것입니다. 강사와 발달장애 창작자가 긴 시간 만들어낸 익숙한 시간, 공간, 작업의 순서와 태도, 교감의 눈빛 혹은 재료를 제시하는 손짓,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 쓸모없지만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냥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함, 그들의 작은 변화나 시도도 발견되고 긍정 받는 분위기... 이런 것들이 창작자들이 자신 내부의 것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밝은방 서명수 창작자의 작업모습 (왼쪽), 밝은방 최진우 창작자의 작업 모습 (오른쪽)


- 6월 말 처음 시도했던 비대면 수업은 어떠했나요

작업에 대한 소통이 비대면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기에 비대면 수업을 선뜻 시작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개별 창작자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모님 또는 주변 가족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것이 예상되었기에 시작 전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실제 사용 방법을 부모님과 소통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성과는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며 4~5명의 창작자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여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창작자는 온라인 소통에 피로를 느껴 자발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중단하거나, 고령의 보호자가 어플 기능에 숙달되기 어려워 비대면 수업을 한 번도 시작하지 못한 사례도 발생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비대면 워크숍 참여자 수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불가능에 대한 시도, 비대면 수업 장면


비대면 수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2020년 7월, 기억에 남는 한 순간 보다 온라인으로 창작자의 개별 작업환경과 집안에 쌓여가는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사전의 우려대로 강사와 창작자 간, 창작자와 창작자 간의 섬세한 개별 소통 및 교류가 불가능하고, 과반의 창작자가 워크숍을 위한 준비와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있어 부모님만을 의지해야 했던 점, 코로나19로 온라인 워크숍을 하기까지 소통과 준비에 많은 에너지를 썼지만 결국에는 시립청소년특화시설의 강사로서 숫자로 단순화되는 실적의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비대면 수업의 장점, 창작자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었다

크리킨디 밝은방의 현재와 하반기 계획은 무엇일까요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지금으로써는 작업환경이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쌓아 나갈 수 있도록 창작자들을 격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하반기에는 그렇게 쌓아온 작업들을 발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전시나 포스터북 형식의 출판 결과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의 : 크리킨디센터(서울시립 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 070-4323-2866 / hilda@krkd.eco















작성자

효나
소설가. 2008년부터 발달장애 창작자와 함께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그들의 창작세계를 소개하는 전시, 출판물을 기획하고 있다. 현 크리킨디센터 밝은방 프로그램 예술강사.
인경
어두컴컴한 빛과 깨진 언어를 느리게 실험하는 시각예술 작업자. 현 크리킨디센터 밝은방 프로그램 예술강사.
힐다 hilda@krkd.eco
크리킨디센터에서 밝은방, 진로상상 AI혁명의 파도를 담당하며 2020년 열심히 배우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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