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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un 24. 2022

[상념] 살리에리처럼,

부러움과 경외감에 갇혀,

"난 네 일기가 좋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글이 좋아서 많이 놀랐어."



이런 나의 솔직한 고백에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라는 말에 심히 당황했지만 유쾌히 칭찬으로 받아들여줬다, 아마도. 


알고 지낸 지 11년 차지만, 겸상을 한 건 아마도 올해가 처음이니 '생각했던 것보다'라는 표현은 적확한 내 진심이었다. 








글을 쓸 때면 언제나 고뇌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의 주제를 잘 담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진심이 묻어 나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다양한 단어를 고루 잘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라임을 맞추면서 말 맛을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적당히 지식이 있어 보이면서 지혜로움을 뽐낼 수 있을까,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는 건 비단 브런치에서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이메일을 쓸 때나, 메신저를 할 때나, 단순한 카톡을 할 때 조차도 저런 깊은 혹은 찰나의 고민을 한 뒤 발신/저장 버튼을 꾸욱 누르고 만다. 


그 결과 나는 제법 글을 쓰는 사람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고, 크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 그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런데, 벽을 느꼈다. 

이윽고 계산적으로 쓰인 나의 글이 하찮게 느껴지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쓸 수 있을까 번민했다. 

SNS에 업로드된, 손으로 먹먹히 아로 새겨진 그녀의 일기는 모차르트를 보는 살리에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글을 표현하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워하는 내가 글을 쓰고 있자니 다시금 부끄러워진다. 

통찰력, 위트, 어휘 사용, 심지어 심리에 따라 미묘히 달라지는 글씨체까지 부러웠다. 


내가 진정 쓰고 싶은 글은 저런 글인데 왜 나는 저렇게 쓰지 못할까, 

재능이 부족해서임을 일찌감치 깨닫고 난 나대로의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한쪽 눈을 가로막은 채 가로세로 깊이를 깍듯이 재어가며 글을 써나가야 하는 것일까,

퇴고 없이 볼펜으로 스걱스걱 자신 있게 써 볼 수는 없을까, 


브런치에 백 번째 글을 올리면 책으로 엮어보겠단 다짐을 했건만, 이내 자신이 없어지고 만다. 









부디 그녀가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 

탐닉하고 싶다, 가지지 못할 바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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