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쁜 날, 가장 슬프게,
아프다,
다시, 아프다.
입을 벌릴 때마다 오른쪽 턱이 아려온다.
스트레스다.
그것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더할 나위 없이 큰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래서 그걸 주제로 새로운 감회의 글을 엮어볼까도 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다짐은 며칠 만에 하염없이 녹아내렸다.
끝나가는 줄만 알았는데,
스멀스멀 다시 피어오른다.
도대체 이 끝은 어디일까,
분명히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좋았다.
자신의 회사로 건너 오라는 친구에게 자그맣게 자랑 인척 아닌 척 가지 못한다고 할 말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만들어진 동창회 자리를 3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말 그대로 그냥 뛰쳐나왔다, 내 소지품도 모두 내버려 둔 채.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열등감이다.
회사에서 성취한 소소한 성과, 하지만 누구보다도 잘난 친구들 앞에서는 너무도 보잘것없었다.
열등감에 젖어 사는 한 친구를 볼 때마다 한심하기 그지없이 바라봤었는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짓궂게 서로 배우자가 잘해주냐고 물으며 하하호호하는 순간,
그 열등감의 응어리는 눈 구르듯 커져만 갔다.
내가 잘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닐까?
내가 못해서 내 처지가 이렇게 된 거라고 저들은 생각하지 않을까?
그동안은 애써 아니라고 자신 있게 생각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섬뜩하게 솟아올랐다.
그리고 앉아있던 자리에선 가시가 날카롭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잔뜩 기대하고 간 동창회였는데,
결국, 잔뜩 통증만 가져오고 말았다.
일주일 만에 만난 아이들과 함께 간 식당에서
큰 아이는 옆 테이블을 슬몃슬몃 훔쳐보았다.
그 테이블에선 또래 아이네 가족이 셋 중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며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연출하고 있었다.
빨리 나가자고 채근하는 아이를 보며,
내 통증은 더욱 조여오기 시작했다.
어쩔 땐 격리를 당했으면 한다,
아무것도 볼 수 없도록,
아무것도 들을 수 없도록,
아무것도 느껴지지 못하도록,
멍청한 몸뚱아리는 이 내 마음도 알지 못하고 흔해 빠진 코로나조차 걸리지 않는다.
다음 주는 꼭 남은 상담 2회분을 소진하러 가야겠다.
소리 없는 울음이 숨 멎듯 멈추길, 기원해본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