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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ul 08. 2022

[단상] cross the line,

connecting the dots,

생일 주간, 


시작은 당혹스러웠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분수에 넘치는 생일 주간이 지나갔다. 

인생 최악의 순간들로 점철되었던 작년의 생일 이후 마치 바닥을 찍고 올라간 것 마냥, 복에 겨운 나날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억지로 들려진 케이크는 역겨운 감정이 휘몰아쳐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넣었지만, 

어제 마지막으로 낭창한 노래와 함께 마주한 케이크는 따스한 온정이 스며있어 아끼고 아껴 음미하였다.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시작도, 당일도, 거의 마지막까지도 혼자이지 않았다. 

마치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었다. 

고맙고 고맙기 그지없다, 

고이고이 갚아야 할 빚이 이렇게 찬란한 빛처럼 켜켜이 쌓여만 간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임의로 그어놓은 시간의 선을 한 발자국 내딛는 그 찰나, 

그 짧은 억겁의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에 얼마나 안도하는지 모른다. 

다시, 또 다른 선을 넘어가기 위해 새로운 점을 이어 나가야 할 때 일까, 




선물,


작년까지만 해도 생일이라고 그렇게 선물을 많이 받진 못했는데, 

역시 한 해동안 많이 베풀었더니 선물도 그에 비례하여 많이 받게 되었다. 


열세 명, 걔 중 열한 명이 카카오로, 한 명이 네이버로, 한 분이 손수 건네주었다. 

정신없이 카카오 배송지 입력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카카오 돈 많이 벌겠다....' 어쩔 수 없는 경영학도인가 싶으면서도 세상이 이렇게 확 바뀐 건가 싶다.  


걔 중에는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도, 내가 이미 가진 것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다양하게 많이 있었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라는 미물을 떠올리며 선물을 손수 골랐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잘해야지, 더 잘하고 싶다. 




이율배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살자' 라고 센트럴파크에서 다짐하고 온 게 불과 세 달 전.

같은 생각을 피력하는 그녀의 의견에 one hundred percent 동의하며 강한 긍정을 외치고 응원했지만, 

내일 저녁에 잠깐 회사에 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의문이 든다, 

겉으로는 나머지 공부를 해야 주중에 여유로이 주변을 둘러보며 놀며 일할 수 있다인데,

사실은 노예근성일까, 착한 아이 콤플렉스일까, 선민의식일까,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 




미소, 


옆에 앉은 인턴 친구가 모니터를 보며 혼자 웃고 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내 마음속으로는 답을 정해놓은 상태라 애써 말을 걸지 않는다. 

이 친구도 내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고 옆자리에 앉았음에도 등하교 인사도 안 하는 걸 보면 나랑 비슷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요즘 가끔 모니터를 보고 미소 짓는 게 스스로 느껴져 다시금 고쳐 앉곤 하는데, 어디선가 쟤 이상하다고 하지 않을까, 아무렴 어때. 




사주,


지난 4월에 봤던 전화사주 내용을 다시 쳐다보고 있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조금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맞춰져 나가나 싶다. 

오히려 사주를 보지 않았다면 나의 생각과 행동이 더 자유로울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사주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지고 생각이 경직되는 것만 같다. 

위험회피 성향 95%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올해 사주는 2010년 사주와 동일하다고 두 번이나 강조한 그, 

돌이켜보면 나의 2010년은 처절하게 시작했지만, 분명히 두바이에서 환히 밝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었다. 

잘해야지, 더 맑게 웃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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