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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ul 21. 2022

[단상] 지워진 세월,

채워질 인생,

#들떴다.

잠깐 붕 떠있었던 거 같다. 조금은 calm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살자던 다짐은 놓지 말겠다, 기필코!



#무주택자,

여러 가지 나비효과가 겹쳐져 부동산 시장의 숏 포지션을 가지게 되었다. 

2014년 첫 내 집 장만 이후 8년 만인가, 

항상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부여했었는데, 

다시 불확실성에 온 몸을 내 던진 기분이다. 

2014년에 무일푼(?) 갭 투자(-물론 실거주 목적이긴 했다)로 집을 매수했었는데, 지금 생겨난 통장잔고를 보면 8년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도 싶다. 

다시 neutral position이 되기 위해 시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상하리만치 한켠 마음이 편안하기도 하다. 


조만간 따로 투자일기를 쓰며 정리를 해야겠다. 




#독서,

오랜만에 자리에서 책을 읽었다. 

아주 보통의 행복, 

학부 때 수업도 듣고 함께 식사까지 했었던 최인철 교수님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쓰신 책이다. 

여러 가지 감명 깊은 포인트들이 있었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난번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도 그렇고 이제야 이런 책들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나이가 된 건지, 혹은 나의 심리가 조금 불안정하다 보니 이것저것 받아들이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원인이야 어쨌든, 일단 종이책을 마주 하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란 걸 오랜만에 깨달았다. 


- '그냥' 선물하는 사람은 행복 천재다. 기념일에 선물하는 거보다 무심하게 툭, 마치 오다 주웠다 처럼 선물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일상의 놀라움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 선물하고 싶다, 너에게. 

- 굳이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마음의 힘을 비축하는 행위다. >> 내가 크게 타인에게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요즘 모든 관심이 밖으로 열려있는 듯도 하다. 조금은 무뎌져야겠다. 

- 내 삶에 내가 중심이 되지 않는 영역이 하나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노력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 내게는 지금 골프가 이렇다. 

-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시그니처 질문이 하나쯤 가져라. >> 그저께 인턴 과제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아 이 인간 정말 까칠하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류의 시그니처는 가지지 말아야겠다. 

- '탓'보다는 '덕'이라는 표현을 쓰라.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라. >> 타인에게 표현할 때 이렇게 말하는 편이긴 한데,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잘 안 해온 것 같다. 너그러워지자. 

- 아랫사람에게 길게 답장을 보내라. >> 내가 정말 못하는 것이고 어찌 보면 쿨병에 걸려서 단말마로 툭툭 던지는 걸 즐겨했었는데, 그게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해야겠다. 



#지워진 세월, 

A와는 원래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A의 무리들과 부쩍 친해지며 많은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이 아침에 출근을 하지 않고 브런치를 열었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 동안 난 무얼 얻고 무얼 놓친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며 과거를 회한하게 된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 '좋은' 친구들을 못 알아보고 지나친 세월이 너무 아쉽다. 

내가 아는 A의 모습이 A의 모든 모습이 아니었구나. 난 정말 일부분만 보고 있었구나. 친하다고 생각하는 A도 이런데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속단하지 말자.  

특히, O에 대해서는 정말 회사 유년기 시절 기억이 전혀 없다. 하지만 요즘 O가 어떤 '인간'인지 시나브로 알아가면서 매일매일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지워진걸까, 스케치조차 한 적이 없는걸까, 



난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고 싶다.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 

예전에는 그럴 여력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 시간이든 돈이든 그럴 여력도 된다. (물론 내 기준에서)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 


지워진 세월이란 새하얀 도화지 속에 다채로운 물감을 소소히 묻혀 푸르른 빛을 은은히 뿜는 맑은 수채화를 부끄러이 그려내 보고 싶다. 



#Body, 

첫 대학 신입생 시절, 어렵사리 수강 신청한 김주환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때 신박한 이론을 마주했다.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 

한국인으로서 응당 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색다른 이론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거의 20년이 지나버린 수업이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상당히 동조하며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도 정신력이 중요하단 이야기를 누군가 하면 겉으로는 그러려니 하지만, 속으로는 '아닐 수도 있어 이 사람아' 라며 (속으로만 가소로이) 반박을 하기도 했다. 


근 1년 새, 두 가지 경험을 모두 다 해보았다. 

그 덕분에 몸과 마음이 모두 서로가 서로를 지배할 수 있다는 중용론을 지지하게 되었다. 


연극할 때 배웠던 가장 큰 교훈,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하튼, 몸도 중요하고 정신도 중요하지만 하나만 강조하며 그것이 진리인양 내세우는 우는 범하지 말며 살아야겠다. 





출근해야겠다, 

부쩍 출근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고 날씨지만, 

가서 또 자리에서 주절주절 헛소리를 해대며 나만의 사회를 일구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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