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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30. 2022

[여행] 멜버른 2일 차, 광활한 고요,

선호와 기호를 찾는 여행,

그레이트 오션 로드,

직역하면 최고의 해변길 정도려나,

필립아일랜드에서 출발했길래 하루 종일 부지런히 와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끄트머리에 있는 숙소까지 근 9시간이 걸려서 왔다.


난 미안하고 민망하게도 차에서 계속 졸았다,

왜 요즘 이렇게 차만 타면 졸린지 모르겠다.

기면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제는 내가 운전을 해도 그렇다는 거다..

그래도 요즘은 좀 덜한 편이긴 한데, 처음에는 갑자기 훅훅 졸음이 밀려와서 내가 아픈 게 아닐까 하는 오해마저 했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건강하다. 비루한 몸뚱아리 같으니라고..

하루 종일 운전해준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를 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결국 시드니에서는 렌트를 결정했는데.. 부디 안전 운전하길 벌써부터 기원해본다.


미국과는 다른 또 다른 대자연이었다.

내가 갔던 몇몇의 미국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 혹은 모래땅이 뒤얽힌 널찍한 들판이었는데,

이곳은 그저 녹음이 우거진 들판이었다.

큰 산이 없는 넙데데한 들판에 초록 초록이 뒤엉켜 있고 간간히 양, 소, 말 등이 한가로이 푸름을 음미하고 있다.

거대한 지구별에 이렇게 복잡다단한 자연 유형이 있다니, 신기하다.

왜인지 모르게 이곳 자연이 대한민국의 자연보다 더 좋아 보이는 건 지독한 사대주의라기보다는 낯선 곳에 대한 동경 즈음이겠지?

뻥 뚫리는 마음에 치유받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너무 차에서 잤다..


12개의 우뚝 솟은 바위섬, 12 사도.

프랑스에서 보았던 에트르타 같기도 했지만, 그에 비하면 무척이나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이었다.

출발 전에 사진으로 살짝 보고 제주도 주상절리랑 비슷한 거 아냐?라고 생각했던 나의 냉소적인 상상이 미안했다.


그런데,

홀로 우뚝 솟은 바위섬 마냥, 외로웠다.

난 오로지 어마어마한 자연경관을 보고 그저 감동받는 개체가 아니었다.

내게 있어 멋진 자연이란 사랑하는 누군가라는 와인에 어울리는 마리아쥬 같은 거였다.

시드니에서 혼자 블루마운틴 같은 곳을 가지 않기로 한 내 선택을 스스로 칭찬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회사는 예상보다 더 전쟁통인 상황 같고,

후배 아이는 멘붕이 와서 내가 해줬던 말도 잊고, 해주지 않았던 말은 더 모르는 그런 나약한 상황이 된 거 같다.

어쩌면 난 모두를 망치는 메기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친절한 설명이 곁들인 델리게이션으로 후배들을 더 성장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스스로 싸매고 있다가 이렇게 된 게 아닐까 하는 회한이 슬며시 들었다.


근데, 모르겠다.

난 그냥 내려놓고 살고 싶다.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다.


오늘부터는 시티 관광이 시작된다.

더 좋았으면 좋겠다.

기대를 그득 품고 이부자리를 박차 본다.


하이 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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