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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Oct 05. 2022

[여행] 오스트레일리아, 비정형의 정돈

남반구의 달은 네가 보는 달과 같을까,


드디어 마무리 지었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나의 지난 여행을 반추해본다.

사실 이런 식으로 정리를 안 하면 뿌연 추억으로 밖에 남지 않는 것 같아 억지로 생각을 짜내는 경향도 있긴 하다만, 그래도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캐시리스 사회의 도래.

단 한번도 현금을 쓰지 않았다, 단 단 한번도.

8일 있는 동안 매일매일 카드만 썼고, 현금을 꺼낼 일이 없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현금을 잘 안 쓰긴 한다만 이 정도는 아닌거 같았는데 이 곳은 정말 아무도 쓰지 않았다.

여행 중에 현금을 쓰지 않으니 편한 점이 많았다.

현금을 주섬주섬 챙길 일도 없었고 매번 동전 처리하느라 면세구역에서 사지 않아도 되는 비싼 물품들을 둘러볼 일도 없었다.

인간의 편의가 최우선인 사회 같았다.


#카드 스와이프나 인설트가 불필요하다.

모든 곳의 카드기기가 삼성페이처럼 카드 플레이트 접촉만으로 결제가 된다. (와이파이 표시된 카드에 한해)

이게 정확히 어떤 기술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결제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긁거나 꽂는게 더 어색하다.

8일 동안 카드 한장만 들고 다니면서 간편하게 교통카드 찍듯 찍기만 했다.


#배달은 전기 자전거

이 곳도 우버이츠 등 배달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모두가 전기자전거를 탄다.

국가 정책으로 전기 자전거만 가능하게 한건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오토바이보단 훨씬 안전하다.

미국처럼 넓은 땅덩어리에서는 자동차로 하는 경우도 있더라만 여기는 전기자전거로 거의다 커버 가능하더라.

우리나라도 이렇게 바뀌면 좀더 도로와 인도가 안전해지지 않을까,

남의 떡이 커보이는건진 몰라도 부러워 보였다.


#명품거리

뉴욕도 그렇고, 시드니도 그렇고 명품매장들이 우리처럼 백화점이 아닌 각각의 가게들에 입점하여 거리를 이루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궁금하다. 백화점 문화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까?

사실 엘루샤 같은 명품들은 그냥 청담동 같은 곳에 매장을 만들어도 미어터질텐데.. 왜 굳이 백화점에 들어갈까? 백화점에서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는걸까?

찾아볼 의지까진 없었지만 신기했다.


#거친 지형

호주 하면 광활한 평야가 떠오르고 실제로 많이 보긴 했지만,

막상 시드니는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항구 도시였다.

왜구의 침략도 없었을텐데 왜이리 산등성이 항구에 도시를 건설했을까?

해변가에 있는 골프장이라서 당연히 바다를 바라보는 평평한 골프장인줄 알고 갔다가 너무 오르막 내리락이라 무척 힘들었다. (노스브릿지골프클럽)

내가 묵었던 달링하버 쪽도 다운타운도 오르막 내리락이 많아 다니기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곳에 도시를 건설하게 된걸까?

신기하다만 찾아볼 의지는 역시나 없었다.


#골린이의 천국

골프장 그린피는 30~50불,

풀카트는 5불,

전동카트는 40~50불 정도

풀카트를 이용하면 5만원이면 한 게임을 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지하세계에서만 열심히 연습을 하는게 아니라 필드에서 그냥 연습하면서 치더라.

내 앞에서 친 두 분은 샷 하나하나가 50미터 이상 나가지 않았는데.. 느긋느긋하게 잔디까지 날려보며 치시더라.

한국이었으면 뒷 팀이 느리다고 난리도 아니었을건데 부럽기 그지 없었다.

왜 한국에서만 골프가 비싼 운동일까, 많이 아쉽다.


#노스코리아?

골프장에서든 어디서든 만난 호주형들이 내가 사는 곳이 코리아라고 하자마자 노스 코리아? 노노 사우스 코리아! 예스예스 저스트 조크! 이런 대화들이 반복되었다.

이 곳만의 정형화된 농담인가보다.

심지어 나름 사우스 코리아라고 명확히 먼저 말하긴 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노스코리아냐고 농담을 던진다.



오스테리일리아는 영국의 것을 많이 담지 않았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아는 영국과는 다른 점들이 있었다.

이곳 저곳의 문화들이 섞인 것 같기도 하다가도 나름 잘 정돈된거 같기도 하고



직진 신호를 최우선하며 기다릴 줄 알지만,

앞 차가 한 눈 팔고 가지 않으면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그런 차분함과 성급함이 공존하는 곳,

광야와 도시도시가 함께하는 곳,

오스트레일리아,

그 곳은 내게 이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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