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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Oct 21. 2022

[상념] 우울시계,

난 왜 우울해 보이나, 


그가 말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어디 가는거 아니지? 




그녀가 말했다, 


간바떼! 





그가 말했다, 


요즘 일이 많아 힘들어 보이시는데 힘내세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까지 소문이 자자해, XX 얼굴이 어둡다. XX 많이 힘들어 보인다. 





그가 말했다, 


요즘 많이 지쳐 보이는데, 괜찮아? 다른 생각 하면 안 돼.. 





일주일 새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들은 말이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이 내게 힘을 내라고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왜일까,

작년 여름 그 지옥같던 시간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속인 채 하루하루를 실낱같이 살아온 나였는데,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하기 싫다. 


일년 전에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오로지 일로써 잊을 수 있고 일을 핑계로 회사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작년에는 밤을 새다시피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끝을 내던 사업계획을 지금은 어림 짐작으로 숫자를 집어넣고 결과는 똑같다며 내려놓고 있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다. 목차를 만들어 하나씩 부러뜨리며 이중취소선을 죽죽 그었을 것들을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고 미뤄 놓고만 싶다. 

어제는 윗 사람이 했던 말을 번복하고 모른척 내 탓을 하길래 순간 발끈하기도 했다. 



둘째는, 

퇴근 후 삶이 평안하다. 

일년 전에는 집에 가는게 지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수 밖에 없었고, 일을 핑계로나마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쳤다. 6개월여 한 줌 좁은 집에 살 때도 들어가기 싫어서 있는 없는 인연을 다 긁어 모아 약속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녕하다, 퇴근 후는. 






사람들이 자꾸 힘내라고 어두워보인다고 하니, 

힘이 나지 않는다. 

도리어 더 힘 빠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오히려 더 나약한 모습을 보여 출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 

가고 싶다, 어디든.


네게 가는 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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