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셨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뭔가 찌뿌둥
올 겨울 처음으로 꺼내 개시한 전기장판의 부작용이라 생각했다.
약간 목도 까끌한 느낌같은 느낌? 심각하진 않았다.
출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곤한 몸살기와 열나는 느낌,
근데 뭐 일하는데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혹시나혹시나 혹시나 해서 아무도 몰래 화장실에 가서 자가키트를 뜯었다.
역시!
3년을 버텼는데 걸릴리가 없지.
어제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잔 탓이겠거니 하고 치부했다.
점심 약속이 있어서 점심도 동기와 함께 먹고 (다행히 plate는 달랐다)
컨디션이 안 좋은 느낌이 들어 커피를 사들고 일찌감치 헤어졌다.
앉아서 잠깐 놀자고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스윽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열이라도 한번 재보고 몸살 약이라도 타자 싶어서 회사 클리닉에 가서 진료를 볼랬더니 예약을 안 해서 안 된단다. 진료 받는 사람도 없는거 같은데! 오후 16시 30분에 오라는데.. 열만 재고 나왔다.
37.4도
흐음.. 내 느낌은 37.7~8 정도인데 괜찮네? 헤헷
하고 자리로 갔다.
배가 자꾸 아팠다. 장염이 온 것처럼 기분나쁘게 아팠다.
화장실을 가는게 귀찮고 더부룩 아픈 거도 싫어서 지사제를 한 알 뜯었는데, 지사제가 서랍 구석으로 또로로록 굴러 갔다.
그래, 모든게 불길한 순간들,
물 뜨러 가는 것도 귀찮아서 커피 한모금과 함께 약을 삼키고 앉아 있다가,
3시에 팀회의를 한다는 메일이 왔다.
흐음, 귀찮다.
들어가기 귀찮다.
많이 귀찮다.
혹시, 모른다.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의 흐름 끝에 미팅 20분 전 병원을 향해 나섰다.
당연히 아닐거라 생각하고 보험 삼아 갔기 때문에 말도 못 했다.
괜한 걱정에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코를 목젖까지 찌르고, 간호사 선생님이 담담한 목소리로 불렀다.
XX님 양성입니다. 주소 불러주세요.
waaaaaaaaaa!
Finally, I got it!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게 와버렸다.
그래도 이것저것 깔려 있는 일정들을 샤샥 피해서 천만 다행이긴 한데,
홀로 일주일을 보낼 생각을 하니 조금 막막하긴 하다.
뭘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물론 지금 크게 아프지 않아서 그렇겠지?
아파 디질거 같으면 시간을 보낸다 만다 생각도 안 들겠지?
이제 일주일 뒤면 난 완전한 면역자가 되는걸까!
누구를 마주할까,
디룩디룩 피둥피둥 풍만할 나,
어둑어둑 피골상접 초췌할 나,
후자였으면 좋겠다만, 전자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