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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Dec 24. 2020

[etc.] 부와 외모의 사회학,

고구마를 쳐묵하며 써내려가는 에세이, 

난 뚱뚱하다. 외모 비하, 여혐 이야기가 나올까봐 미리 깔아둔다. 

난 한번도 나의 외모가 우월하다 생각해본 적이 없고, 날씬해본 적도 없다. 

10년 전에는 살짝 표준 체중 근처로 갔었지만, 회사 생활과 결혼 생활을 거치며 결국 매일매일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이 글은 내가 평소에 생각해오던 내용이 최근 자주 들리는 커뮤니티에 유사한 글이 올라와서 쓰고자 마음 먹었다. 


부잣집 애들은 구김도 없고 심지어 예쁘기 까지 해요. 그리고 그 덕에 이성이 줄을 서고 결혼도 성공적, 인생은 판타지 같네요. 그런데 난 왜 이럴까요? 

이런 자조적인 글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적어 내려 갔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가정은 썪어 문드러졌을 겁니다. 겉만 봐서는 몰라요. 라고 하기도 하고, 정말 맞아요. 그런 애들은 돈이라는 가장 중요하고 큰 걱정거리가 없어서 매사가 해맑아보이더라구요, 라고 하기도 하고... 


난 경험 상 후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봐왔던 부잣집 아이들은 예뻤고 (최소한 못 생긴 범주에는 속하지 않았고) 남들이 지갑을 생각하며 뭐 먹을지 고민할 때, 그냥 먹고 싶은걸 먹었다. 그리고 선배를 구김이 없고 맑게 대했고 그/그녀들의 밝은 아우라는 나를 미소짓게 했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즐거웠고, 흔히들 하는 집 걱정, 주식 걱정 같은걸 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나같은 사람에게 집과 주식은 생존의 문제라면, 그들에게는 취미의 한 종류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러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있으면 덩달아 나도 밝아짐을 느낀다. 그러다가 반대의 무리들과 대화할 때는 생계의 막막함이 느껴지고 함께 우울해지고 만다. 물론 그들도 내가 모르는 걱정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그렇진 않아 보인다. 


이 주제를 떠올리며, 대학 신입생 때 교수님께 들었던 수업 내용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정신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진정 중요한건 몸이다. body가 정신을 지배한다. 그러한 예시가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인문 사회적 관점에서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사실 그렇다. 정신이 모든걸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몸이 너무 힘들면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진다.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몸이 못 버티면 다 때려치고 싶다. 거기다 몸이 펄펄 끓기라도 하면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증도 도진다. 그게 과연 정신적인 문제일까? 몸이 반응을 하고 거기에 이어 정신이 순응하는게 아닐까, 


외모가 빼어난 동료가 큰 구김없이 인정받는걸 보며, 많이 부럽다. 난 키도 작고 잘생기지도 않고 심지어 살이 쪄서 외모가 중요한 일에는 불리우지 않는다. 사실 나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절대 틀린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뭘까, 외모가 중요하니 가꾸어야 한다? 사실 이미 너무 많이 살아온 내게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는 소용이 없다. 이젠 그냥 하고 싶은대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그냥 먹고 싶지 않을 때 안 먹고, 요즘은 회사가 힘들다보니 점심이라도 먹으며 좋아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횡설수설 중인데, 결국 결론은 먹고 살고 향기를 내고 싶으면 나 자신을 가꿔라 정도로 귀결되는 듯 하다.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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