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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Dec 24. 2020

[Work] 2020년 업무의 마지막,

성적표를 받아 들고, 

드디어 1년이 마무리 되어 가고, 

마지막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A"라는 단어가 오롯이 적혀 있고, 이로 인해 나는 내년 초 내 연봉의 68% 정도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받을 예정이다. 좋다, 좋은데, 유난히 아쉽다. 

10년 일하면서 A 이상의 평가를 받아본건 고작 3번 밖에 되지 않는데, 올해처럼 유난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작년에 받았던 S를 또 바라는건 염치 없는 일이고, 욕심이라는 것도 물론 알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받고 싶은건 당연지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정말 온갖 잡스러운 일을 모두 도맡아하며 일을 했고, 해내었다. 마지막 2~3달 정도 R&R 상 내가 해야할 일을 다른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료에게 맡기게 되었는데, 그걸 내가 맡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결국 마지막에 큰 일을 하는 사람이 큰 성과를 얻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다. 


다시 정리해보면 올해 내가 아쉬운건 크게 두가지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다. 


첫번째, 정말 온갖 잡일을 다 떠앉았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힘들지만, 떠앉았고, 내색하지 않았고, 함께 일하는 후배에게는 너무 미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했다. 이제 연차가 쌓이니, 이 상황에서는 니 일 내 일 따지는게 레퓨테이션만 까먹고, 설사 그 일을 내가 안 하게 된다하더라도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음을 깨달았기에 그냥 했다. 근데, 하는 과정에서 정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매일 밤을 지새우며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 일하며, 매월 52시간을 초과하며 일했음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안타까웠던 것 같다. 팀/실장이 아무리 무리하지 말고 일해라 라고 하는데... 그러면서 계속 일을 준다. 힘들면 말하라는데... 그러면서 계속 일을 준다. 정말 11월 즈음해서는 코로나 블루와 겹쳐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 조직 내에서 유일하게 정기휴가도 다 못 쓴 유일한 직원이 되었다. 혹시 다음주에 쓸까 했는데, 월요일에 나오란 말을 담담히 하신다. 휴우... 입사 1년차 때, 전사에서 바쁘기로 유명한 부서에 배치되어 철 없이 일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즐기고 있었는데 한 동기가 말했다. "고생이 많아, 어짜피 월급은 다 똑같이 받는건데ㅠㅜ" 힘들 때면 이 말이 줄곧 생각난다. 

나보다 더 일을 많이 하지도 크게 잘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휴가는 휴가대로 다 다녀오고 그러는걸 보면... 배가 아파서 그런걸까, 인격 수양이 아직 덜된걸까, 


두번째, 한계도 느꼈다. 팀장님이나 다면평가자의 평가를 보며, 반성도 하지만, 나의 부족함도 여실히 느꼈다. 지난주~이번주에 있었던 보고서 작성에서는 더욱 그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위의 지적은 다 인정한다.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고, 부족한 점도 많았고, 덕분에 많이 배웠다. 근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일이 너무 몰리다 보니 고민할 시간이, 심적인 여유가 없다. 그런 것도 다 극복해야지라고 하면 뭐 더 할 말이 없다만, 인간적으로 숨쉴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사소한 실수도 계속 하고, 꼼꼼하게 못 보는 일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 같다. 숫자 오류는 절대 안 되는데, 그 말이 맞는데, 잘 안 된다. 반성하고 달라져야 하는데, 좀 힘들다. 내년에는 좀 더 다부지게 할 수 있는 심적 여유도, 꼼꼼함과 세심함도 챙겨야겠다. 


주저리 주저리 풀고 정리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풀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나무숲처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만의 이야기를. 오롯이 나를 위한 이야기를. 직장인의 굴레에 벗어나는 그 날까지, 또 하루하루를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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