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괴로움, 그 사이 꼬르륵
나는 늘 살찌는 체질이었다.
밥 한 술 떠먹으면 그게 곧장 살로 직행하고, 물 한 모금에도 살이 붙는 듯한 불안감이 늘 따라다녔다.
그래서 평생을 먹는 걸 경계하며, 살찔까 봐 마음 졸이는 삶을 살아왔다. 물론 그럼에도 살은 날 떠나질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밥보다 잠이 더 소중해서 아침도 점심도 잠으로 때우고, 저녁만 간신히 챙겨 먹거나 말거나 했다.
그때는 젊음이 방패라도 되어줬는지, 그렇게 굶어도 몸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점심시간이면 아무도 나를 불러 “밥 먹자”고 하지 않았고, 다들 자기들끼리 밥을 먹으러 갔다.
내가 먼저 말 꺼냈다가 어색한 소외감에 휩싸일까 봐 점심을 자주 건너뛰었다.
가끔 예의 상 묻는 질문에는 “아, 저 괜찮아요” 하며 손사래 치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다들 자기 살길을 가는데, 나도 나대로 내 자족의 길을 찾아야겠구나.
최근에는 미치광이처럼 걸신이 씐 듯 고삐 풀어 먹었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핑계 같지 않은 핑계로 아침도 과일을 먹고 점심은 꼬박꼬박 여기저기 따라다니며 밥을 먹고 저녁 또한 먹어댔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추는 가벼워지고 나는 무거워졌다.
숫자는 딸깍딸깍 올라가고 나는 흐물흐물 내려앉았다.
서글픔이 밀려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나를 방치했구나, 내가 나를 이렇게 홀대했구나.
이건 아니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이어트.
이번엔 진짜로, 나를 위한 구원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찾아보다가 박용우 박사님의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이건 굶는 게 아니라 몸이 지방을 에너지로 태우는 능력을 깨우는 방식이란다.
4주 프로그램으로, 1주 차는 단백질 셰이크 위주로 먹고, 4일 차부터 곤약김밥 같은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바꾼다. 과학적으로 이런 방식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체지방 감량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금 1주 차를 보내고 있다.
처음 3일은 단백질 셰이크만 먹어서 정말 힘들었다. 배고프면 두부나 오이를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부질없는 고집을 부리며 꾹 참았다.
4일 차부터 점심은 곤약김밥으로 바꿨다.
매일 점심시간, 지하 식당 안의 전자레인지 앞에 서서 곤약김밥을 데우며 혼자 중얼거린다.
“이게 뭐야, 나 혼자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거야?” 라며 고소를 내뱉는다.
다들 자기들끼리 밥을 먹으러 간 사이, 나는 나대로 전자레인지 앞에서 묵묵히 내 시간을 태우고 있다.
체중계 숫자는 조금씩 내려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어쩌면 내가 나를 더 챙겨야 한다는 신호 같기도 하다.
사실, 운동은 더 문제다.
근육 손실 없이 지방만 빼려면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기운이 없다.
억지로라도 움직여야겠지.
솔직히 힘들다.
단백질 셰이크는 물리고, 곤약김밥 데우는 것도 귀찮다.
가끔은 회사 점심시간에 홀로 전자레인지 앞에 서 있는 내가 처량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작은 노력이 나를 조금씩 바꿀 거라 믿는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스며들 때면, 이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나는 날씬해지는 것보다 건강해지고 싶다.
한 번도 날씬해본 적은 없지만, 그보다 건강하고 싶다.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스위치가 오프 되듯 생을 마감하고 싶다.
1주 차를 버텼으니 3주가 남았다.
혼자 전자레인지 앞에서, 아무도 챙겨줄 리 없는 점심시간에도, 나는 나를 다독이며 나아가려 한다.
이 길 끝에 조금 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또는 누군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