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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an 20. 2021

[Invest] Don't cry for me

인디안 기우제를 지내며, 

엘니뇨와 라니냐, 

20년 전,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그 반가운 단어들을 요즘 다시 마주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rough rice 투자 성공의 희열을 다시금 꿈꾸며, 호기롭게 들어간 soybeans와 wheat short position.

작년 연말 soybeans 6개 마진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다시 들어가서 soybeans 4개까지 물을 타고, wheat은 3개까지 담게 되었다. 


그런데, 

에비타의 고향, 아메리카 대륙의 곡창 지대 아르헨티나에 비가 안 온단다. 비가 안 오는데 심지어 인부들이 파업도 한단다. 내 속은 타들어간다. 그 와중에 중국에서는 끊임없이 수입을 해댄다. 


어느새 손실이 $10,000불을 넘어서고 손절을 해야 되나 물을 더 타야 되나 끊임없는 고민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부터 거친 폭락이 시작되었다. 다이빙은 오늘까지 지속되었고 Big Short의 마이클 버리처럼 웃으며 오전에 모든 포지션을 정리해서 +$3,000 정도로 마무리하였다. 포지션을 더 가지고 갔다면 더 벌 수도 있었을 것 같다만, 일단은 무서워서 정리.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날씨를 찾아본다. 브라질에는 비가 오고 있구나. 아르헨티나는 아직이네...투자를 하기 전에 이걸 봤어야지, 왜 실컷 다 두드려 맞고 이걸 보고 있는거지?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거지, 


world weather map


사실 이번 soybeans의 폭등을 그대로 쳐맞으며 갑자기 모든게 무서워졌었다. 그리고 이번 포지션만 정리하면 다시는 농산물에 발을 들여 놓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하지만 난 이미 soybeans short 하나를 다시 들어갔다. 말종인건가..) 

나의 선무당 같은 지식이 낳은 얄팍한 투자는 자칫하면 골로 갈 수 있음을, 그리고 short은 길게 가져가면 안 된다는 구루들의 전언을 다시금 되새겨야겠다. 


난 마이클 버리처럼 유명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시장에서 길고 오래 살아남길 바란다. 

나의 작은 간과 대패 삼겹살처럼 갸느다란 실력으로는 용돈벌이 하면서 근로소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장수하는 길이란 것, 명심하고 또 명심하자. 





올 연말에도 한 해를 정리하며 웃을 수 있도록, 가족들에게 큰 고민 없이 소고기를 먹이는 착한 가장이 될 수 있도록, 도너츠 12개 5천원이고 7개 3천원이면 어떤 것이 단가가 더 싼지를 비교해서 구매하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12개를 자신있게 살 수 있는 그런 훈훈한 저녁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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