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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10. 2021

[상념] 만남, 그 아릿한 따스함

오랜만이야, 나야, 잘 지내니,

"진정한 친구란, 오랜만의 연락에도 놀라지 않고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대해주는 이다."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위 명언 문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 나온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동감은 어느새 나에게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혼 이후 신혼 생활에 취해, 육아에 치여 자연스레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 있다. 인생의 접점이 많은 대학 과 동기들은 그래도 종종 만나고 연락했지만 그 외 친구들은 연락이 쉽지 않았다. 나도, 그들도 자기만의 새로운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며 연락하는 것이 도리어 어색한 그런 사이가 되고 말았다. 



"여보세요?" 
"나야, 나." 
"누구신데요?"
"내 목소리 기억 못 하는구나. 나, OO인데?!" 
"어?! 얼마만이야 이게" 



최근 살아내보고자 뚝 하고 끊겼던 친구들을 하나씩 소환해 만나기 시작했다. 

첫 글귀처럼 그 혹은 그녀들은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해 주었다. 목소리에는 놀라움보다는 반가움이 묻어나 있었고, 내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나의 이름을 밝히는 순간 나를 십 년 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묘한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를 만날 땐 나의 힘듦을 공감하고 위로해주었다. 



복인 가도 싶고, 인생 헛살지 않았나도 싶다.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릴 만큼 잘 살았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더 잘해야지, 내게 동아줄을 서슴없이 내밀어준 친구들에게 더 잘해야지 매번 이렇게 다짐하면서도 반대로 나의 이 연락이 귀찮거나 힘들지는 않을까, 그들의 평온한 삶에 괜히 나라는 돌멩이를 괜시레 생각 없이 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시나브로 들기도 한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라고 막연한 희망을 품으면서도 불안함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기에 마치 십 년 전처럼 끊임없이 연락하고 싶다가도 이내 미안함에 사로 잡혀 이내 하릴없이 전화기를 만지작하고 말기도 한다. 어찌 보면 답이 없는 고민이다. 나는 조심스레 이따금 돌멩이가 되기를 희망할 뿐. 




'내가 좋은 친구면 모두가 좋은 친구' 

초등학교 시절 감명 깊게 읽어 아직도 제목을 기억하는 책이다. 

내용은 단순한 동화책이다. 나만 잘하면 모두가 내게도 잘할 것이란 당연한 진리가 담겼다. 그 평범한 진리를 종종 잊고 사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매 순간 예의를 지키는 좋은 친구가 되자. 

아직 많이 남은 여생, 그것만이 내가 쉬이 풍길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진솔한 내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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