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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Nov 01. 2021

[상념] 허망,

감히 짐작했건만, 낯선 감정 

허망 (虛妄)

1          거짓되고 망령됨. 

2          어이없고 허무함.      


지난 주 나의 상황에 큰 진전(?)이 있은 뒤 내 머릿 속을 관류하는 감정은 오로지 저 두 글자 뿐이었다. 

지금까지도 이 감정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던지도 모르겠다, 

나의 성정 상 복수는 정말 쉽지 않다. 

모든 것을 돈오한 순간에는 오로지 복수 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가해지는 순간 나는 결국 또 지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을까, 

작은 스크래치 조차 못 내고 진 싸움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들고 만다. 

그들은 여전히 행복하고 따사로울 것이다. 

그리고 난 여전히 아프고 공허하고 한 움큼 약과 함께 잠이 들 것이다.


고작 돈 몇 푼, 그걸 바라고 시작한건 아니었는데, 고작 돈 몇 푼 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하릴 없이, 뉴욕 행 비행기 일정을 잎당겼다. 도저히 그 때까지는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든 떠나면 진정이 되겠지, 더 사무친 외로움이 나를 덮쳐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 발을 디뎌 오르면 나아지겠지. 


글을 쓰니 더욱 침잠된다, 

이러려고 시작한 글이 아닌데, 

이러려고 시작한 삶이 아닌데, 

이러려고 마감할 생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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