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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Nov 09. 2021

[일] Best or Better,

파랑새는 없다, 

회사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친구가 물었다,


"직원들 처우가 낮고 고과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조금 키워 놓으면 자꾸 나가. 우리 회사가 상대적으로 열위인 건 알겠는데, 처우를 전반적으로 올려주고 고과 제도를 개선하면 나아질까?" 


"아니, 걔넨 아무리 처우가 좋아지고 고과를 잘해주더라도 그 회사로 갈걸? 나도 구글이나 애플 같은 꿈의 기업에서 오라고 하면 가차 없이 나갈 건데?" 


그렇다. 

직장 생활에는 좋은 동료와 적절한 보상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장밋빛 커리어다. 즉, 가능성에 베팅할 수밖에 없다. 지금 직장이 워라밸, 시급, 평판 그 어떤 것이 아무리 완벽하다 할지라도 어항이 작으면 더 큰 어항으로 옮겨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자꾸 이탈하는 직원들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어떡해야 할까? 

먼저 이탈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지금 회사가 너무 안 좋거나, 내가 너무 잘 났거나. 

전자의 이유라면 경영진은 어떻게든 이탈자들이 후자를 이유로 말할 수 있도록 변해야만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죽도록 변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박수를 치며 보내주어야 한다. 죽 쒀서 남 준 꼴이 아니다. 단지, 내 그릇이 작아서 그들을 품지 못했던 것이라면 쉬이 보내주며 또 그런 케이스를 만들 수 있는 곳이란 걸 잡마켓에 알리면 된다. 우린 아직 규모나 처우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든 배워서 더 좋은 곳으로 희망차게 나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 메시지를 구직자들에게 강하게 줄 수 있다면, A급은 아니라도 B+급 인재들은 알음알음 몰려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그릇이 되지도 않는데 A급 인재들을 모시겠다고 큰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반대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내가 그릇이 되지 않으면 그런 A급 인재들은 절대 오지 않는다. 그 정도는 계산할 줄 알기에 A급이다. 설사 오는 인재들이 있다 할지라도 다시 보면 그들은 A급이 아니라 A의 탈을 쓴 B, C급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1할 미만의 확률로 정말 A급 인재가 온다 하더라도 기존 직원과의 융화를 고려하면 안 오니 못함이 클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민족이란 걸 잊지 말자. 그나마 자신이 믿고 일을 맡기고 있는 기존 직원들을 상대적으로 B, C급으로 만들면서까지 그 A급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더 나은 일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자. 


왜 자꾸 나갈까,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좋은 사람을 데려올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은 내 안에 있다. 

공립 유치원도 너무 좋지만, 더 큰 배움을 위해 영어 유치원을 향하는 아이들을 보라. 

공립 유치원이 싫어서 가는 게 아니라, 영어 유치원이 좋아서 가는 거다. 영어 유치원을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자. 예를 들면, 귀가가 늦는 아이들의 저녁식사를 따스히 챙겨준다든지, 미래 선도 인재 양성을 기치로 과학 특화 교육을 한다든지 나만의 강점을 만들면서 영어만 보고 떠나는 발걸음을 망설이게 해야 한다. 

그 정도 노력을 기울인 후 직원들에게 선택하게 하자. 그리고 그 선택에는 쿨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하자.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직원은 회사에 잠시나마 인생을 맡겼기에, 

누군가의 인생이 회사의 작은 선택에 좌지우지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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