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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Dec 06. 2021

[상념] Merry-Go-Round

새옹지마, 회자정리, 거자필반

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힙합도 좋아한다, 아마도 어울리지 않게.  

힙합에는 신나는 비트가 있고, 세련된 라임이 있다. 특히, 가사의 라임이 주는 쾌감은 수미쌍관을 좋아하는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물론 욕설이 섞이고 남을 비아냥 거리는 거친 노래는 성향 상 좋아하지 않고, 멜로디가 돋보이는 미디움 템포? 혹은 그보다 약간 더 빠른 힙합이 좋다. 그래서 산이의 말랑말랑한 노래도 좋아하고, 자이언티나 로꼬 그레이 등도 좋아한다.



쇼미더머니10에는 이런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노래들이 많이 나왔다.

불협화음, 회전목마 등이 대표적인데, 걔 중 회전목마의 가사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처음 회전목마 노래를 듣고는 가사에 반감을 가졌다.

인생이 회전목마처럼 뱅글뱅글 도는 것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아무리 뱅글뱅글 돌아도 난 결국 제자리란 말인가, 그럼 난 어떻게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일까? 난 그동안 인생은 길고 기고 좁다란 터널이라 생각해왔었다. 보일 듯 말 듯 보이지 않지만 있을 것만 같은 희미한 불빛이 있다고 응당 억지로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어코 겨우겨우 기어나가고 있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들으면 뱅글뱅글 돌기만 하며 우울의 늪이 끝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음습함이 침습해왔다.  



인생은 회전목마, 우린 매일 달려가, 언제쯤 끝나 난 잘 몰라,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빙빙 돌아올 우리의 시간처럼, 인생은 회전목마



하지만 노래의 밝은 멜로디에 취해, 긍정의 화신을 불러일으키기로 마음먹어 보았다.

회전목마를 타고 한없이 돌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한 없이 환하게 웃는 너를 보는 그 순간을 나는 마주하게 될 거라고,

보고 싶지 않은 귀신의 집이 눈에 들어올 때도 있겠지만, 어느새 기어코 다시 너의 맑고 옅은 미소를 볼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올 거라고,

어쩌면 설국열차처럼 지구를 하염없이 빙글빙글 도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나의 순간이라도 행복은 스쳐 지나갈 것이라고  


요즘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오은영 선생님이 보인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가 말하는 단어 하나를 들었다.


'허구적 독립'


어쩌면 지금 나의 상태가 이 허구적 독립을 잘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 상처 받은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기 위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없이 베풀고자 하는, 그 행위로 하여금 고맙다는 말 한마디 억지로 듣고서는 안도감을 내쉬며 치유받고자 하는 그런 내 모습이 마치 죽지 못해 살고자 발버둥 치는 독립투사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익명의 가면 속에 몰래 숨어하는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마저 사람들이 눌러주는 좋아요를 하나씩 세어가며 세세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쯤 나의 자아가 예전처럼 오롯이 설 수 있을까,

벌써 6개월째 약을 먹고 있지만, 오랜만에 뵌 선생님은 도리어 약을 늘릴지를 고민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간 나아지겠지, 나아가겠지, 일어서겠지라고 얼버무려 본다.



한없이 힘없이 축 늘어트려져 흐릿한 눈망울, 삐뚤어진 말에  걸쳐 널브러져 있지만 언젠가는 곧추서서 수줍게 널 마주하며 미소 지을 날이 오리라는,



막연한 바람,




다시금 힘겹게 노래를 되뇌며 플레이를 지그시 눌러본다.

내가 슬플 때마다 이 노래가 찾아오길,

부디,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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