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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Dec 11. 2021

[상념] 집으로 가는 길,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는 건,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워낙 울림이 큰 드라마이기도 했고, 지금 나의 마음을 너무도 정확히 대변하는 내용들이라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보면서 더 마음이 좋아지지 않는 면도 있지만, 나와 유사한 이가 화면에 나오는 걸 보면서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을 받기에 하릴없이 보곤 한다. 






정희는 삼 형제와 함께 가게 문을 닫고 나섰다. 집에 간다는 말을 하며, 삼 형제와 함께 한참을 걸어가다 결국 다시 돌아 돌아 기거하고 있는 가게로 돌아온다.  

어찌 보면 요즘 내가 가끔 하는 일이다. 집에 들어가는 것이 고통스러워 괜히 차를 가지고 출근하여 근처 사는 동료들과 퇴근길을 짧게나마 함께 한다. 그 짧은 십여분의 순간이 너무 소중해 금세 도착함을 혼자 아쉬워하다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좀 더 돌다 늦게 들어가고 싶다가도 이내 갈 곳이 없음을 깨닫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내 상황을 떠올리며 정희의 마음이 너무 깊게 공감이 갔다. 외로움보다는 그리움이다. 사람내음이 단지 그리운 것이다. 공허한 마음을 찰나마저 달래 볼까 하는 자기 위안적 행위이다. 비록 채워지지 않을지라도 채워보려는 노력이고 일탈이다. 


난 어릴 때부터 혼자 등하교하는 것이 익숙했다. 중학생 시절 혼자 버스를 타기 위해 정문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열심히 뛰어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바빠서 뛴 것도 아니었다. 집에 가서 저녁 먹고 학원을 가는 평범한 일상이었기에 집에 빨리 간다고 해서 대단히 크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버스가 붐비기 전에 빨리 가는 것이라 스스로 핑계 댔었지만 사실 혼자 집을 향하는 게 부끄러워 바삐 나섰던 것이 아닐까 싶다. 딱히 왕따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지만 유독 함께 등하교하는 단짝 친구가 없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친구들 사이에 끼어들어 함께 하자고 치근덕 대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혼자 스스로 자유로워졌다. 


언제까지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머나멀고 기나길지 모르겠다. 내 앞에 놓인 갖가지 퀘스트들이 너무도 낯설지만, 지나치다 보면 결국 집이 가까워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돌고 돌아 다시 가게로 돌아온 정희처럼,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갈 내가되길, 


그리고, 


그 집은 부디, 옅은 빛으로 물들어있길, 

그 집은 부디, 얕은 내음이 스며들었길, 


그러길 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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