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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Dec 20. 2021

[일] 노력의 진실,  

우공이 정말 산을 옮겼을까,

난 소위 하드 워커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회사에서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을 세우면 20등 정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이렇게 일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남들한테 싫은 소리를 듣기 싫다. 월요일에 금요일까지 해달라고 하면 늦어도 수요일까지는 다 해서 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설사 그 일의 절대량이 그 다음주 수요일까지 걸리는 일이라 하더라도 내 시간을 갈아 넣어 완성한다. (물론 완성도는 또 다른 문제다..) 

두번째는 일과 시간에 여유있게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서이다. 일과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면 동료들과 소소히 담소를 나눌 수도 없고, 멍하니 있을 수도 없기에 일과 시간 외의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누군가는 나의 이런 시간씀을 무지한 행위라고 비판할 수도 있고,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근데, 그냥 난 그렇게 한다. 성격이고 팔자라 그러려니 한다. 




연말인지라 주변에 두가지 케이스가 발생했다. 


하나는 자기는 일이 너무너무너무 많단다. 그래서 자신의 일들을 하나 둘씩 큰소리로 다 쳐내고 있는 이가 있다. 근데 그가 말하는 일들을 다 해본 나의 입장에서는 조금 의아하다. 저정도 업무량이면 굳이 저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왜 저러나 싶다. 근데 또 놀라운게 주변에선 그의 울부짖음에 '그래 니가 일이 많긴 많지' 라고도 한다. 


두번째 친구는 연말에 몰린 업무에 정말 버거워한다. 시즌의 성격을 띈 그 일을 내가 먼저 더 오래 했던 사람으로서 그게 어떤 고통인지는 익히 알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이 나한테 쏟아진 것 같고, 속도도 잘 안 나고 시간도 잘 안 가는거 같은데 대체 언제 끝나나 싶고, 내년에도 다시 이 짓을 해야된다 생각하니 1년이나 남았지만 벌써 갑갑하다. 이 마음이 절정에 달했을 때 나는 그 일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지금 개 후회하고 있다...) 


사람마다 능력도 다르고 감정선도 다르기에 역치가 다를 수 있다. 나 자체가 워낙 하드워킹 하는 사람인지라 나의 기준점은 다른 이에 비하면 매우매우 높아 특히, 첫번째 케이스가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가장 바람직한 것일까, 


첫번째 친구는 아마 생색을 덜 내야겠지 싶다가도 생색을 덜 내면 사람들이 일이 많다는걸 알아줄까도 싶다. 과연 회사는 내 생산성에 걸맞는 돈을 주는 것일까, 내가 주장하는 생산성에 맞춰서 돈을 주는 것일까, 이 케이스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후자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첫번째 친구가 좀 밉상 같긴 하더라도 저런 포지션을 계속 취하는게 맞을까, 


두번째 친구는 멘탈 관리를 하는게 중요할텐데, 결국 함께 일하는 동료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보면 안타까운게 두번재 친구 뿐만 아니라 그 파트 전체가 죽상이다. 최소한 파트의 리더는 그러지 않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람인지라 그게 어려움은 당연하다.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단 생각이 슬몃 든다. 



회사에서 지내다보면 슬몃슬몃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든다. 돈을 주는 만큼만 일하는거지 하다가도 새벽에 나와 일하고 있고 주말에 나와 앉아 있다. 내가 지금 나와있는건 매슬로우의 욕구 중 최상단 때문인걸까,  오래 앉아 있는 농업적 근면성 보다는 매끈하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훨씬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8시간 꼬박꼬박 칼같이 챙기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배가 아프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저에는 저 친구가 그렇다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퀄리티가 좋지도 않잖아? 라는 생각이 깔리고 만다. 이런저런 오만 생각들이 본전을 떠올리게 하고 결국 꼰대화 되는걸까, 우리나라-우리회사는 언제쯤 '일'로 평가하고 조율하게 될까, 






내년은 나를 치유하는 해로 방향을 잡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회사에서 해방구를 찾을거란걸. 

그냥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거겠지,

내가 조금 특이한거겠지, 

내가 그런거겠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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