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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Dec 22. 2021

[상념] 청춘예찬,

잿빛 추억의 푸르름,

"이 인간 그 경제학 입문 시간 수업 중에 "합격"이라고 외치면서 뛰쳐나갔잖아" 



난 정말 특이한 재수생이었다. 

첫 번째 대학을 온전히 일 년간 다녔고, 자연스레 다음 해 자연스레 두 번째 학교로 입학하였다. 

12월에 자퇴를 하였고, 기숙사 시스템 상 생활비를 모두 낸 2월까지 살 수 있었기에 자퇴를 한 상태에서 2월까지 기숙사에 살다가 3월부터 두 번째 학교 근처 하숙집으로 이사를 갔다. 


이런 이색적인 이력으로 인해, 첫 번째 학교는 마치 고향 같은 느낌이다. 첫 번째 학교에서 친구들과 너무 재미있게 놀았었기에 두 번째 학교에 옮겨 가서도 첫 번째 학교의 새내기 새로 배움터, MT 등에도 철없이 따라가며 유희를 즐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꼴 뵈기 싫었을 거 같은데 친구들은 이런 나를 따스히 맞아 주었다. 그리고 첫 번째 학교는 너무나도 자유로워 봄에는 축제 가을에는 또 다른 축제를 즐기느라 너무 바빴고, 두 번째 학교는 소위 운동권 쪽 선배들이 반의 주류를 잡고 있어 너무 다른 분위기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들이 하나둘 군대를 가기 전까지 꾸주히 만나며 친분을 독실히 쌓았다. 

하지만 나마저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생이 되어 서로 생계를 위한 준비를 하는 새에 조금씩 만남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20년 전부터 너를 봐온 난 그때부터 네가 뭔가 선택을 하면 항상 그게 옳았어. 지금 하는 니 선택도 분명히 옳다고 믿어." 



"야, 걱정 마. 내가 바로 준비해줄게." 




코로나를 뚫고 근 2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나의 근황을 듣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말을 강하게 건네주었다. 아무도 모를 거다. 이런 말들이 내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이젠 워낙 가끔 만나고 내가 그들 사이에 낀 단톡방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나'와 함께 한 추억은 최근 10년은 없다시피 하지만 15~20년 전 추억을 꺼내며 나누는 대화에는 흐릿한 생기가 그득했다. 




이젠 정말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19년 전 을왕리에서 했던 짝피구에서 네가 누구와 짝이었냐를 가지고 서로 기억을 더듬다 결국 포기하고 마는 마흔 무렵 친구들. 

오랜만에 만난 이 친구들은 내게 더 열심히 놀아야겠다, 이들과 열심히 놀려면 돈도 열심히 벌고, 건강해야겠단 생각을 안겨 주었다. 


죽지 못해 살지 않는다, 

살기 위해 죽지 않는다.

놀지 못해 죽지 않으리, 

웃기 위해 살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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