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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Dec 30. 2021

[상념] 홀로, 외로이, 고독.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답이 없어 답을 찾고 싶어 답을 갈구했다. 

답이 보이지 않아 현자마저 찾아 헤맸다. 

현자는 영원히 내 편일 거 같은 친구들이기도 했고,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동료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현자가 아닐까 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한참 답변서를 작성하는 중에 홍대 거리를 멍하니 헤매다 아무 생각 없이 끌려 들어간 사주 가게의 아주머니,

동료의 추천을 받고 찾아간 회사 근처 작은 철학관의 어르신,

홍대에서의 기억이 너무 아릿해 친구들과 한번 더 찾아가기까지 했지만 다시 만날 수 없어 근처 다른 가게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었고, 


마침내 오늘은 동료 소개로 동료들과 함께 경기도 인근의 신점을 보러 갔다. 


머나먼 경기도로 향하면서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었다. 

6개월 동안 무려 4번이나 갔다는 걸 떠올리니 정녕 답을 제대로 찾고 있는 걸까, 

답을 찾는 행위 자체에 매몰되어 있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어느 정도 소득은 있었다. 




"고독해, 무슨 사주가 이렇게 고독해.
그동안 고독했고 앞으로도 한참 더 고독할 거야."

"일복이 터졌구만.
그냥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만 할 상이야."




이 두 마디에 도사님? 선녀님? 보살님? 무당님? 에 대한 신뢰가 확 올라갔다. 

내가 알려준 정보는 단지 생년월일과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는데, 현재 내 처지를 촌철살인하였다. 


저 두 마디의 임팩트가 워낙 커 그 외 다른 말들은 크게 기억나지도 않는다. 

대략 내가 조심했으면 하는, 상식적으로 당연히 조심해야 하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외로웠고 외로웠다.

그걸 입 밖으로 내지도 못했다. 

워낙 안으로 삭히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주변에 말할 사람도 없다고 단정 지으며 살았다. 

그러면서 종현의 'lonely'를 들으며 나와 같은 외로움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고, '나의 아저씨'를 보며 '아무것도 아니야'를 나지막이 외치기도 했다. 



어제 10년 만의 독립에 맞서 하릴없이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사며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크고 따스한 집을 두고 왜 난 겨우 한 몸 뉘일 수밖에 없는 자그마한 곳에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게 내 탓이 아니라고 외치다가도 이 모든 게 내 탓처럼 지고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공허히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든 채 짐짓 하고 있었다. 


누구 탓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결국 주어진 걸 받아들이고 아픔을 흘려 보내야 된다.

너무 당연한 명제를 인지하지만 인지하지 않는다, 인지할 수가 없다. 어렵다, 너무.  




오늘 뵌 그분께서는 지금의 고독을 꼭 버텨내라고 했다. 

지금 섣불리 버티지 않고 경거망동하면 나중에 다시 그 고독이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내 인생 중 고독의 총량이 있기에 지금 다 버티고 견뎌내며 흘려 보내라고 했다.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겠지,

그럴 수 있어야,


해. 


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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