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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an 01. 2022

[상념] Happy new year,

행복을 찾아서, 머나먼 그 길을 향해, 

최근 4시 즈음 저절로 눈이 떠진다. 

12시 정도에 잠이 잘 드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약속한 것 마냥 4시 근처에 잠이 깨버린다. 

다행히 다시 잠들 때도 있고 지금처럼 정신이 몽롱히 밝아져 와 하릴없이 일어나 버리고 말 때도 있다. 

불면증인 걸까, 신경성일까, 다시 선생님을 뵈러 갈 때가 되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칠흑 같은 새벽을 마주하고 있다. 







인스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지인들의 피드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음 해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말들이 그득하다.

그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를 약속한다. 



나는? 

2021년의 나는? 

서른아홉의 나는? 


진실을 마주하고 지옥을 보았다. 

지옥을 마주하고 은혜를 입었다. 


아홉수를 반증하듯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나날이었다. 

나는 아직도 나의 진실을 지인들에게 털어놓으며 살고자 악착같이 발버둥 치던 그때의 잔상을 잊지 못한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몸을 부르르 떨며 겨우겨우 말을 이어나가던 당시를 생각하면 여전히 몸서리 쳐진다. 


어찌 보면 은혜를 너무도 많이 입었다. 

나의 이야기를 고이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들어주는 것의 가치가 이렇게 크나큰지 이번에 겨우 알았다. 

이에 내 모든 것을 주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묵묵히 들어주며 내게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무언으로 때론 유언으로 말을 건네준 이들 덕에 살아남았다.




어제 신문기사를 통해 내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그가 더욱 성공한 모습을 확인했다. 

역시 권선징악은 동화에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지독하게 고통받고 있는데, 그는 너무도 따사롭게 웃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받았던 것을 되돌려 주고 뒤집어엎을까 하는 생각이 슬몃슬몃 차오른다. 

그럼 나아질까, 그럼 내 기분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아마도 난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침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곧 해가 뜬다. 

내가 아무리 기나긴 밤의 끝을 애타게 붙잡을지라도 해는 뜨고 만다.

그렇게 다시 화양연화가 찾아와야만 한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걸어가야 한다.  

다시 한번 나지막이 나 스스로에게 속삭여 본다. 

Happy new year,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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