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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an 02. 2022

[일] 공명정대,

but 인생은 타이밍, 

내가 감히 애정 하는 동료와 나는 올해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서로서로 네가 많이 고생했으니 더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며, 

간절히 덕담을 가장한 기도를 하다시피 했었는데 둘 다 좋은 결과를 받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평가에 있어 공교롭게도 그 동료와 나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말 평가 즈음해서 큰 일을 맡아 잘 해내면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던 것이다. 

(물론 연말 전에도 개고생을 하며 살아오긴 했다.) 

그래서 좋으면서도 다른 동료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상대평가이다 보니 같이 고생한 동료들의 성과가 나 때문에 낮게 치부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언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풀리지 않는 난제다. 

1년에 한 번 평가하는 우리 회사는 암묵적으로 여름휴가 갔다 온 뒤부터 열심히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평가 시기가 다가올수록 잔상이 남아 그게 마치 1년 전체의 업적인 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구글의 OKR이지 않을까 싶다. 꾸준히 목표관리를 하고 결과를 기록하여 한 해 동안의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하는 tool로 나온 OKR은 이제 어느 정도 유행이 지난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러 컨설팅 업체에서 유용하게 판매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MBO 방식의 목표관리 tool이 있다. 과정 관리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연말에는 각각의 목표를 잘 지켰는지 확인하며 평가를 하게 된다. 

근데, 이게 잘 안 된다. 연초에 한 일들은 잊히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모든 목표와 결과를 정량화해서 그때그때 점수를 매겨야 할까? 

당사에서 유사한 시도를 했었는데,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인지 평가자들이 매우 힘겨워했었다. 

1년 내내 일을 함께 해야 되는데 중간에 낮은 평가를 수치로 주기가 어렵다고들 했다. 그렇다고 항상 높은 평가만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평가자들은 평가를 뜸하게 하기 시작했고 파일럿으로 진행했던 그 제도는 결국 없어지게 되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떠한 제도든 제도는 항상 완벽했다. 

결국 사람이 문제였다. 

평가에 쿨하지 못한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제도를 곡해하기 십상이었다. 

미국의 경우 해고가 자유롭고 특유의 직설적인 문화 덕분에 평가가 칼 같다고는 하지만, 또 막상 사정을 들어보면 회사 바이 회사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다. 물론 서구권이 우리나라보다 평가자가 더 직설적인 것은 명확해 보이지만 들어보면 피평가자의 수용성은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모든 피평가자는 자신이 높은 업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저 놈 보단 내가 낫다는 생각을 한다. 잘은 모르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우리나라는 좀 더 심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본다. 

나도 그랬고, 너도 그랬고, 모두가 그랬다. 





그럼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 평가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수용성을 높여 제도가 잘 돌아가게 만듦으로써 평가기간 내내의 업적을 잘 평가하고 반영할 수 있을까? 


내가 정확한 답을 낼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11년째 한 회사에 앉아있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을 해본다면, 

실리콘밸리처럼 평가자가 매주 업무를 체크하고 정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단순히 더미 단위의 일을 주는 게 아니라 일을 주면서 방향성을 설정해주고 꾸준히 관리해야만 한다. 그렇게 한다면 재택근무할 때는 분명히 놀고 있을 거란 그런 허황된 생각을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꾸준히 확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가자도 바쁘고 힘들기에 이런 행위를 하기 어렵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우리 회사에도 평가 면담조차 제대로 하지 않다가, 평가등급으로 무언의 대화를 시도하는 평가자들이 있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은 피평가자 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결국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공명정대한 평가가 가능하고, 모두가 조금이라도 납득할 수 있다. 

결론을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어렵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입사 11년 차, 

10번의 평가를 받는 중에 제대로 된 평가 면담을 한 게 몇 번쯤 될까, 

평가자들은 늘 일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데 굳이 뭐하러 면담을 하냐며 과정을 회피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결국 모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피드백은 반드시, 반드시 필요하다. 

부디 나아지길 바란다

더 잘하고 싶은 나의, 우리의 욕망을 누군가는 충족시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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