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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10. 2020

[Invest] 잔인한 시장의 잔혹 동화

요동치는 시장에서 멘탈 마주하기 

1. 타지 말았어야 할 롤러코스터 


어메이징한 1주일, 어마어마한 한 주였다.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내려가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버렸다. 날 태우고 더 높이 올라갈 줄만 알았는데, 내가 무거워서 그런지 갈 듯 갈 듯 하다가 내리 꽂아버리고 말았다. 희망회로를 탑재한 금융지식을 돌리기 시작했다. 왜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일까, 전고점을 다시 도전할법한 금은 왜 다시 내려가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건전한 조정 외 다른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 존버다. 존.버.  

Gole 12월물.  올라탄건 가운데 2000불 언저리, 그 이후 쭈욱 미끄러졌다.



2. 올라탄 지 4일차, 투자금 1/2이 마이너스다 


건전한 조정임을 직감하며, VIX까지 들어갔다. 3월 같은 미친 조정은 올 수가 없어. 나름 전문가 친구로부터도 이를 확인하며, 나의 확신을 강하게 믿었다. 하지만 Gold도 VIX도 더 떨어져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VIX는 올랐다. 나는 숏을 쳤기에) 하루 중 지나친 큰 낙폭이었다면 자신있게 저인망 기법으로 물을 탈텐데 오버나잇이 계속 되다 보니 저인망 기법도 없이 그냥 감으로 촉으로 물을 탔다. 그렇게 Gold 2개, VIX 2개가 되었다. 뭔가 열정까지 사라진 기분이었다. 보통 존버하며 물을 탈 땐 나름 최저점에서 물을 타기에 올라갈 일만 남아야 되는데, 물을 탄 것까지 마이너스 되며 손실이 가속화 되었다. 


사실, 친구들과 홀덤을 칠 때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보통 나는 초반에 잘 따다가도 후반에는 잃고 만다. 왜냐하면 초반에 많이 딴 덕분에 평소에 하지 않던 무리한 베팅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함께 한 친구들은 내가 초반에 따면 좋아한다. 어짜피 다시 따 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도 마치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올해 은전 한 닢 챙겼다고 입 찢어졌더라? 거기 꼼작말고 있어라. 그거 내꺼다. 


조금은 두려웠다. 그래서 시장을 조금 멀리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수도 없이 보던 시세도 보지 않고, 잔고의 흐름에도 둔간해졌다. -20,000불이던, -19,000불이던 어짜피 마이너스라면 의미 없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들었다. 



3. 기회는 온다, 언제 올지 모를 뿐. 


하지만, 시장은 아직 날 버리지 않았다. 건전한 조정에 대한 확신에 만기가 긴 10월 VIX까지 하나 더 올라탔다. 9월 VIX는 오늘 새벽에 본전 근처에서 가까스로 체결되어 익절로 마무리 되고, Gold의 경우에도 이제 본전까지 얼마남지 않았다. 고지가 머지 않은 것이다. 

시장 상황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물론, 내 생각과 다르게 반대로 갔다면 이란 생각은 말도 꺼내고 싶지 않다. 그런 가정들을 하기 시작하면 애초에 안 들어갔으면 이란 가정도 되는거 아닌가? 

다만, 리스크관리에 대한, 투자철학에 대한, 마인드관리에 대한 조금의 성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4. 붙들어 매자, 큰 욕심을 버리자.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난 은전 한 닢을 손에 넣었다. 그래서 때론 자만하며 평소와 다른 매매를 한다. 올해 내가 과거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나름의 저인망 매매기법 덕분이다. 일 중 비정상적인 저점과 고점 근방에서 치고 빠지는 방법이 유효했던 것이지, 내가 장중 차트를 읽고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행위 따위로 번 적은 별로 없다. 차트쟁이도 아니라서 그런걸 해낼 능력도 사실 없다. 

나만의 투자철학을 잃는 순간, 난 홀덤판의 나와 마주하고 만다. 결국 가장 마지막에는 틸트되어 올인을 끝없이 외치게 된다. 패도 안 보고 돈만 던진다. 

붙들어 매자, 정신차리자. 난 베스트셀러에 나오는 시장의 마법사들이 아니다. 일개 아시아 구석에 혼자 희희낙낙대며 매매하는 개미 오브 개미다. 그리고 먹여 살릴 가족이 있기에, 리스크관리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노동자다. 

이미 잘해왔다. 앞으로도 잘 하려면, 차근차근히 가자. 



                                                        오늘의 이 글은, 흔들리는 나의 자아에게 바치는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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