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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02. 2020

[work] 누가 더 일해야할까,

근무시간의 딜레마 

1. Much Money? Many works! 


나는 예전부터 근무시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많이 받는 사람이 많이 일하는거야. 당연히 많이 받으면 야근도 많이 하는거지' 

그래서 사원 때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종이 땡 치면 칼퇴근을 즐겨 했고, 유사한 직급의 동료들은 나의 칼퇴를 매우 반가워했다. 내가 퇴근해야 자신이 제일 먼저 사무실을 나가지 않았다는 면죄부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간 관리자가 된 지금, 직속 부하가 야근하려는 기세면 그 일을 내가 떠맡아서라도 집에 보내고, 절대 야근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월급쟁이로서 받는 것보다 많이 일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이 어디있겠느냐는 질문에서 비롯한다. 그렇다고 그 일을 한다고 해서 야근하는 직원이 자아실현을 한다?성장의 기회를 가진다? 내가 다 해봤는데 그들의 일은 그런 일이 아님이 자명하다. 물론 자아실현이나 성장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일이 그들에게 맡겨졌고, 직원 스스로가 오버타임을 원한다면 모르겠다만, 아직 그런 상황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 


동일한 논리로 상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바쁘게 만든다. 그는 나보다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내가 해야할 일의 범주를 넘어선 일 (주로 상황의 시급성 때문에 타 조직과의 협의를 팀/실장 차원에서 빠르게 해내야 하는 일)은 가차없이 팀장/실장에게 떠넘긴다. 담당자들끼리 협의하느라 하세월이 걸려 적시성을 놓쳐 버리면 나는 물론이고 전사적으로도 손실이기 때문이다. 



2. Not done? No leave work!


1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내게 옆 팀은 요상하다. 저직급일수록 오랜 시간 야근한다. 고직급일수록 귀가가 빠르다. 특히, 단순 사무보조 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한다. 물론 "오랜 시간 회사에 있는 것 = 많은 일을 해낸다"는 아니다. 냉정히 말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동일한 일을 하더라도 오래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 팀은 요상하다. 설사 생산성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지나치게 야근을 많이 시키기보다는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가열차게 강구하거나, 일을 좀 덜어줘야 되지 않을까? 


각 사람마다 해야하는 일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 놓는 것은 물론 좋다.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Team이라면, 서로의 짐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너의 연봉은 이만큼의 일을 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어. 그러므로 정해진 날짜까지 이 일들은 다 매조지어야 해. 그게 내가 네게 페이하는 이유야!?




3. Where do you want to work in?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더 좋을까?

소위 요즘 친구들은 어떤 세상을 더 선호할까?

내가 가장 좋은 동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의 내가 그들의 성장을 막고 있지는 않을까? 


최근 나와 요상한 옆 팀의 친한 동료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다. 

물론 중용을 찾으면 된다. 야근도 안 하고 자신의 일을 오롯이 해내며, 성장까지 도모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회사 일이란게 총량은 동일(혹은 증가)하고 누군가 적게 하려면 누군가 많이 해야되는 것이고, 누군가 많이 하지 않게 하려면 다른 누군가가 덜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글을 적다 보니 점점 돈오하고 있다. (이게 바로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과감히 역할에 맡는 일을 듬뿍 주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 초반에는 살짝 오버타임을 하더라도 금새 익숙해지면 적정한 시간 내에 수행해낼 수 있을만큼 말이다. (물론 초반에 오버타임을 하지 않도록 난이도 있는 일을 맡겨을 때 다른 일들은 잠시 접어두거나 대신 해주는 유도리가 있다면 더 좋겠다)





뭔가 좌충우돌 중간 관리자의 독백 같지만, 후배들을 내려놓고 싶을 때면 한번씩 꺼내보는 훌륭한 선배가 되어야겠다. 

내가 좋은 친구면 모두가 좋은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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