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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Aug 31. 2020

도를 아십니까

리더십을 위한 항변

후끈하고 자욱한 연기 속에, 모락모락 향이 피어난다. 순간, 알싸한 향을 뚫고 경쾌한 두드림이 귀를 간지럽힌다. 바로 칼질이다. 때론 경쾌하게, 때론 둔탁하게, 때론 예리하게 고막을 건너 뇌리를 스치는 바로 그 칼질이다. 정신 없는 주방에서 최고의 음식이 나오기 위해서는 바로 이 칼의 중요성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한식을 위한 칼의 경우에는 특유의 경쾌함이 있다. 찌개 하나를 끓이더라도 파를 송송송 썰어야 하고, 애호박과 양파를 탕탕탕 썰어내야 한다. 그래서 한식을 위한 칼은 지나치게 무겁지도, 지나치게 날카롭지도 않다. 
중식을 위한 칼의 경우에는 특유의 둔탁함이 있다. 육류나 생선을 토막내서 요리하는 경우가 많아 적당한 무게감이 실려야 하고 마늘 따위는 칼등으로 한 방에 으깨주는 맛이 있어야 한다. 
반면, 일식을 위한 칼의 경우에는 특유의 예리함이 있다. 생선을 날 것으로 요리하기 위해서는 스윽 찌르고 사아악 도려낼 수 있는 기능을 겸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재료나 요리의 특성에 따라 이처럼 칼은 다양하다. 하물며 칼 뿐이겠는가, 바로 우리 근처에 있는 리더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이 전쟁터 같은 영업부서에서 멀찍이 앉아서 큰 전략만 그리고 있는 리더는 없느니만 못하다. 하지만 전략부서나 지원부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곳에서는 도리어 디테일한 전술만 논하고 있는 리더는 Too much일 수도 있다. 그간 이런 칼에 대한, 리더에 대한 고민은 위로부터는 많았다. 하지만 아래에서 단초를 얻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그 단초가 정말 필요하지 않다고 부인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했기에, 이제서야 시작해본다, Leadership Survey란 이름으로. 

도(刀)에는 도(道)가 있다. 그 도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칼날(Work)이 어떤 모양으로 생겼냐이다. 앞서 말했듯 칼날에 따라 한식에 쓸 수도 중식에 쓸 수도, 전략부서에서 일 할 수도, 영업부서에서 일 할 수도 있다. 두번째로는 손잡이(People)가 어떤 형태로 생겼냐이다. 손잡이의 모양에 따라 잡는 방식도 달라지고 셰프의 자세가 달라지듯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물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세번째로는 칼 가는 방법(Talent Management)이다. 칼을 가는 방법에 따라 날카로움도 달라지고 수명도 차이가 난다. 이는 마치 리더가 그의 수족과 같은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과 유사하다. 마지막은 칼의 부패(Ethic)다. 손잡이 이음새 부분이 썪었다거나 칼날의 이가 심하게 나가 쓸 수 없을 정도가 됐는지 여부의 확인은 매우 중요하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나도 윤리적이지 않으면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어하는건 인간의 본능이다. 멋있는 리더와 일하고 싶어하는건 우리의 갈망이다. 부디 Leadership Survey라는 단촐한 설문이 우리의 삶을 풍미있게 만들어 주는 단초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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