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rng Feb 04. 2022

[감상] Step by step,

달의 연인, 이클립스의 추억 

보보경심(步步驚心) -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걷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내가 좋아하고 애정 하는 배우 이지은이 나오는 드라마고 주변에서 호평도 많이 들었지만, 

사극은 전개가 느리다는 편견과 요즘 세상에 20화나 되는 장편이다 보니 굳이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볼 게 없다는 핑계로 하릴없이 시작하였다. 

그리고 푹 빠져 버렸다. 








태조는 쉬운 해법을 찾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를 황궁에 둠으로써 호족들을 통제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었다. 

결국 이복형제들 간의 시기와 질투, 멸시와 무시가 빈번히 일어나고 서로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태조 본인에게는 왕권을 강화하는 조치였는진 몰라도 그 이후에는 왕권이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20화까지 보는 내내 고민해보았다. 

호족들을 다 죽여버리면 해결이 될까? 광종이 한 것이 결국 그에 가까운 것일 텐데 그게 해답이 맞을까? 

현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계속 재연되고 있는 게 아닐까? 전직 대통령이 평화롭게 말년을 맞이한 게 과연 있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틈만 보이면 죽고 죽이는 세상에서 공존이란 게 가능할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적절한 긴장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이끌려했던 태조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것일까? 




해수 같은 친구가 있었다.

수려한 외모와 밝은 성정으로 주변에는 이성이 끊이지 않았다. 

참여하는 거의 모든 집단에서 새로운 짝을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했다. 

일부 시기 질투하는 친구들이 있기도 했지만, 워낙 밝았기에 친하게 지냈다. 

그 아이의 모습이 해수에게서 스쳐 지나갔다. 

그 아이의, 해수의 (고의성 없는) 이성 편력에 내심 부러웠다. 

남들은 진인사 대천명의 심정으로 짝을 찾는데, (심지어 채령이는 목숨을 다 바쳤다) 

해수는 있는 그대로 행동하는데 황자들이 끊임없이 반하고 서로 다투어 마음에 품는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아마 알 텐데 아이의 놀라운 외모 판별력에 놀라는 순간이 있다. 

커트를 해주는 디자이너 선생님의 외모에 따라 아이의 반응이 극과 극이었던 경험이 있다. 

미용실이 떠나가라 울다가 미용실 밖 복도에서 커트를 한 적도 있고, 

아이를 달래는 기술이 대단하지도 않은데 아이가 잠자코 커트를 한 적도 있다. 

차마 입 밖에 내진 못 했지만 돌 무렵의 아이의 반응이 이리도 극과 극인 건 아마도 그것 외에는 쉽사리 설명되지 않았다. 

일반인의 눈에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보다 모네의 수련이 더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나도 모두에게 애틋한 해수가 되고 싶지만, 

성격만으로는 절대 해수가 될 수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연민이 생기는 건 감정이입 탓일까, 부러움 덕분일까, 

사족이지만 아마도 난 굳이 고르자면 욱과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이지은과 이준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일각에서는 지은이의 연기를 작위적이라 싫어한다고도 하지만 난 그녀의 연기가, 특히 어두운 연기가 너무 좋다.

노래고 연기고 뛰어난 재능으로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모든 부와 범인들의 사랑을 거진 다 가진 그녀지만 왜 이리도 그녀의 슬픈 연기에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밝은 연기보다 슬픈 연기가 더 쉽고 눈물을 한 움큼 더하면 그 효과는 배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다른 배우들과 견주어 보아도 그녀의 연기는 한 없이 한이 서려 있다. (그 연기의 정점은 나의 아저씨라 감히 칭해본다) 


이준기는 연출로서 매우 탐나는 인재다. 

얼굴 선이 굵지 않아 감정을 스케치하기에 너무 좋은데 연기력도 출중하다. 

다만, 아쉬운 건 늘 비슷비슷한 역할만 하는 것이다. 

싸우고 이기고 맞고 사랑하고..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연기 스펙트럼이 조금 더 넓어졌음 한다.  


그리고 서현 연기는 참.. 꾸준히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노력과 재능은 명백히 구분되는 영역이라 본다. 



"우리 형한테 다 이를 거야!"


난 친구들과의 다툼이 있어도 한 번도 이런 말을 내뱉어 보질 못했다. 

형은 또래에 비해 키가 작았고 전형적인 샌님이었고 나이 차도 제법 있어 내게 험한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부를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황자들은 끼리끼리 뭉쳐 형제애를 과시했다,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 전까진.

부러웠지만 나도 저런 관계를 원하는진 잘 모르겠다. 

워낙 독립적으로 자란 형제이다 보니 저런 관계가 상상되지 않는다. 


이런 형제도 있고, 저런 형제도 있는 거겠지 하며 애써 흩트려 본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걸어야겠다, 


살얼음이 실금을 울어내지 않도록,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하염없이 내리듯, 

희망의 물줄기가 내 가슴을 적실 수 있도록, 

달이 무심히 해님을 가리듯, 

그저 그렇게 조심스럽게,

한걸음 두걸음..  


작가의 이전글 [상념] 소고기브로콜리토마토덮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