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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19. 2020

[Work] 나는 어떤 기준으로 인재를 모시는가,

면접관의 시크릿 노트 

화상면접에 관한 사소한 팁을 남긴 글의 반응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강해서 필 받은 김에 조금만 더 적어보기로 마음먹었다. 현직자인지라 조금 걱정되기도 하는데, 최대한 핵심만 담아 적어본다. 


사실 '글'을 쓰고 싶어서 시작한 브런치인데, 대중의 반응에 희열을 느껴 자극적인 소재로 글을 쓰는 것 같아 다소 마음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모르겠다, 일단 이거까진 쓰고 보자. 





1. 나와 함께 일할 수 있겠는가,

내가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이 친구 나랑 같이 일하면 어떨까?"이다. 결국 이 질문은 회사의 fit과도 일치하는 질문이다. 나는 10년 가까이 같은 회사에 다녔기에, 우리 회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선호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해 평소에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마치 과일가게 사장님이 수박의 겉모습만 슬쩍 보고 당도가 높을지 낮을지 알듯이, 나와 함께 일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않았기 때문이다. 10여분 넘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 하고 느낌이 왔단 뜻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어떤 매력에 끌리는가? 크게 3가지 정도이다. 근데 이건 비단 나나 우리 회사가 원하는 건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잘 못하는 지원자들이 매우 많다. 


밝아야만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절박함을 지나치게 비치거나, 혹은 숱한 면접 탈락에 세상 모든 우울을 뒤집어쓴 친구들이 종종 있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안타깝긴 하지만, 결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이 친구의 힘듦과 우울을 내가 향유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잘 알고 지내던 사이라면 격려하고 북돋아주고 싶은 부성애? 모성애? 그런 것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 앉은 지원자는 스트레인저이다. 자연스레 방어막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지 마, 나도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힘든 노동자일 뿐이야. 왜 같이 힘드려고 해? 


겸손해야만 한다. 지원자들 중 자기가 세상 모든 전략과 마케팅을 연구했었고, 온갖 공모전에도 응모해서 수상 했으며, 영어도 네이티브 수준으로 잘한다며 뽐내는 친구들이 있다. 다 안다. 나 글 읽을 줄 안다. 지원서에 다 나오는걸 굳이 그렇게 강조하지 말자. 면접관은 지원서의 내용에 대해 다시 확인받으려고 당신을 부른 것이 아니라, 지원서에 적힌 행간을 알고 싶어서 부른 것이다. 면접을 볼 때는 본인이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얻어 왔더라도 결과에 대해 치중하여 말하기보다는 어떻게 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 과정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자. 이런 친구들은 스스로 성과를 입 밖에 내지 않아도 면접관이 알아서 잘 캐치한다. 3년 전 면접 때, 이런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면접 중에 너무 탄복한 나머지, 최근 몇 년 면접 본 사람 중에 네가 최고인데 왜 우리 회사에 오려고 하냐?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까지 해버렸다. (면접관으로서 지나치게 오버한 것 같아서 반성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의지가 보여야 한다. 경력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특히 신입의 경우에는 배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 회사 생활 수년 해보면 학벌이 아무리 좋아도, 입사 시험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신입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만 한다. 아무리 인턴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결국은 다 가르쳐야 하더라. 이런 걸 인지하고 있는 면접관에게 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고 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상 배움을 갈망하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자. 그리고 들어와서도 어떤 노력들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자.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미 알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염없이 퍼주고만 싶다. 


2. 면접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지원서와 동일한 사람이 돼라 

올해 면접을 보면서 너무 어이없고,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마케팅,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며, 지원서에 빼곡히 적어온 친구들에게 최근 우리 회사에서 론칭한 광고를 물었더니 아무도 못 봤다고 답변한 것이다. 정말 단 한 명도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최소한 내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되지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준비 부족 혹은 지원서가 가식으로 뒤덮여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SNS 채널에서 데일리로 광고를 하고, 면접 직전에 네이버에 XX회사를 쳐보고만 들어왔어도 바로 알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이 마케팅의 현자가 될 준비가 되었다고까지 적어놓은 이들이 어떻게 모른단 말인가, 나중에 면접 후기를 접했는데, 현업 면접도 아니고 인사팀 면접인데 현업 이야기를 물어서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어이가 없었다. 


면접관은 당신이 지원서에 써 내려간 이야기들의 진위를 파악하고 행간을 읽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회사에 대한 기본 정보를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은 정말 필수 중의 필수이다. 더군다나 지원하는 회사의 특정 업무에 대해 매우 애착이 가고 관심 있다고 적어놓고는 대중에게 이미 공개된 최근 회사의 마케팅 내용을 모른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3. 마지막 질문을 준비하라


난 모든 면접의 마지막에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묻는다. 이는 크게 2가지 이유인데, 첫째는 어렵게 시간을 써가며 면접에 참여한 지원자에게 지원한 회사의 선배로서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혹은 회사를 셀링 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고, 둘째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우리 회사에 대해 지원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모른 채 긴장된 나머지 질문이 없다고 끝내는 경우들이 절반은 된다. 지원하고 싶다며? 입사하고 싶다며? 그런데 이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게 1도 없다고?? 물론 공격적인 질문을 하란 뜻은 절대 아니다. (예를 들면, 겉으로는 멋져 보이는데, 블라인드 같은 곳에서 회사 욕 하는 사람 엄청 많던데요? 실상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취재를 하러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다 못해 워라밸은 잘 지켜지는 편인지, 면접관님 회사에 대한 자랑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와 같은 질문이라도 던져보자.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지원자들이 이런 질문을 던져 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하나라도 더 말해주려 한다. (지금 글을 쓰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시간만은 면접관-지원자의 관계가 뒤바뀌어 내가 회사에 대해 셀링을 해야 되는 순간으로 공수가 전환되기 때문이다. 


간혹 하고 싶은 말로 마지막 30초 스피치 같은 것을 준비해오는 분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 너무너무너무 뻔하게 외워온 티가 나기 때문이다. 외워서 하는 답변은 질색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소개팅에 나갔는데, 모쏠인 것 같은 상대가 책에서 배운 것만 같은 것들을 외워서 읊고 행동하면 그게 매력이 있겠는가? 사랑이든 취업이든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실이 바탕이 될 때다. 



나름 영업기밀을 너무 풀어놓은 것이 아닐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난 홍익인간이니까, 흐드러지게 흩트려 본다. 이걸 마지막으로 면접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접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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