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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24. 2020

[Work] 10년 만의 영어 공부,

과연 발전이 있을까, 

면접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었더니 폭발적인 조회수와 반응이 있어, 잠시 설레기도 했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여전히 생계형 현직자인지라, 지나친 영업기밀을 풀어놓기는 부담스럽다. 

그리고 반골 기질이 있어 남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목매달리고 싶진 않다. 


그래서 다시 나의 이야기를 풀어 본다. 




1. 성문기본영어와 맨투맨영어 속에서 헤매다

나의 학창 시절은 전형적인 암기형 영어 공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 학원에서는 지금 내 나이대의 구닥다리 선생님이 성문기초영어에서 시작하여 성문종합영어까지 하나하나 해석하며 가르쳐주었고, 나는 딱딱한 영어문장들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듣는 둥 마는 둥 하였다. 내신 영어는 나만의 skill이 있어 점수를 받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고, 수능 영어도 skill 위주로 공부하여 5초만에 답찾기, 10초 안에 정답 찍기 신공으로 1등급 아래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았다. 


2. 대학에 왔더니 나는 영어 고자였다, 심각하게도. 

대학은 특정 시험의 점수를 기준을 필수 영어수업반을 나누었다. 나는 당연히 낮은 반에 속하였고, 나랑 비슷한 점수대의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큰 오산이었다. 전형적인 지방 개룡남이었던 나와 수도권 출신 아이들의 격차는 천지 차이였다. 나는 한 마디 뻥끗하는것 조차 너무 힘들었고, 1~3 형식 문장만을 구사하며, 4~5형식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당당하게  C 성적표를 받았다. (재수강은 음대 누나들과 함께 한 덕분에? B로 올릴 수 있었다.) 


3. 카투사가 편하다던데...

또래 친구들이 토익 시험을 보고 카투사를 갈 때 난 뒤에서 쓴 웃음만 지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토익 700점이 넘질 못했다. 그렇게 1~2년을 보내고 난 안 되겠거니 하고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카투사를 포기하고 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학창시절 가장 잘못된 선택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되리란 보장은 없었지만 기회조차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우둔한 행위를 하다니... 


4. 독학을 시작하다, 토익 900을 목표로! 

군대 말년부터 토익 공부를 시작하여 기출 위주 & 실제 시험과 동일한 조건을 끊임없이 시도한 끝에 토익 기술을 익혀 마침내 900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를 획득했다. 그 때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 한다는 착각과 함께, 


5. 취업을 하려면, 토익스피킹이나 오픽을 봐야 하네?

근데 난 잘 듣지도 못하지만 말하는 것은 아예 잼병이다. 시험을 수 회 봤는데 아무리 봐도 중간 이상을 넘지 못했다. 솔직히 내가 절박하게 공부했는지는 의문이긴 하다만, 잘 해도 실력이 늘지 않으니 하기도 싫고 악순환에 빠져 버렸다. 조금은 자포자기? 토익스피킹 성적표가 필수가 아닌 곳에 주로 응시하거나, 모른 척 그냥 제출하거나 하였다. 


6. 드디어 입사!

우여곡절 끝에 영어점수와 무관히 회사에 안착하였다. 나름 글로벌 컴퍼니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영어 쓸 일은 없다.  '14년이었나, 팀장님이 불러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영어 공부를 조금씩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전혀전혀 와닿지 않았다. 이 회사에 있으면 영어 안 쓰는 부서에서 오래오래 일할 수 있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은 오랜 세월 사실로 증명되어 왔다. 불과 한 달 전 까지만 해도... 


7. 불현듯 닥쳐온 영어시험의 굴레, 

영어를 잘하는 사람 위주로 주재원을 보내던 회사는, 마음을 고쳐 먹어, 일을 잘하는 사람을 영어를 가르쳐서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후 주재원 풀을 만들고 각종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강제로 스피킹 시험을 보고 말았다. 스피킹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 너무 두려웠던 나는 사람들 몰래 책을 사고 간단하지만 써먹기 쉬운 표현 몇가지를 외워 시험에 임해 생각지도 못한 기대보다 너무 높은 (하지만 남들보단 매우 저조한) 점수를 획득하고 말았다. 이에 지금은 별로지만 열심히 가르치면 가능성이 있는 부류로 선정되어 팔자에 없는 영어 수업을 1주일에 2시간씩 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는 3달 뒤에 재시험을 통해 나의 성장을 기쁘게 확인하겠다는 야심도 표명한다. 




대학 다닐 때, 이 정도로 영어 공부를 했다면 카투사도 가고 남들이 선망하는 외국계 기업에 갔을텐데, 친구들처럼 멋있게 영어만 사용하는 동아리에 가입해서 잘난 친구들과 어울리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영락없는 아재가 되어 기초적인 단어조차 기억하지 못해 매일매일 헤매이고 있다. (그래서 용기 있게 단어장을 하나 방금 주문했다) 다 때가 있다는 건 정말 틀린말이 아니다. 과연 이 나이에 이렇게 공부하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사실 정말 영어 고자 탈출을 원한다면 지금도 영어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쉴새없이 듣고 따라해야할텐데, 아직 그 정도 의지는 없는게 현실이긴 하지만 최소한 외국인과의 대화가 공포스러운 현실은 타파했으면 좋겠다. 


부디 그 날이 오기를, 통일보다 그 날이 먼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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