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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Oct 19. 2020

[Work] Junior의 덕목

머나먼 엑셀 고수의 길,

고작, 컴퓨터 활용능력 2급으로,


군대에 있을 때 사랑하는했던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휴가였고, 당시 제도 상 내 역량으로 휴가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격증 포상 휴가. 대학 1학년 때 컴퓨터 활용과 실습이란 수업에서 자신 있게 A를 획득한 나는 기본적인 엑셀은 사용할 줄 알았고, 컴퓨터 활용능력 2급도 손쉽게 딸 수 있었다. 국가에서 공인한 엑셀 실력자, 난 그게 나인 줄 알았다. 


OO 씨, 피벗 기능 쓸 줄 알아요? 

늦은 나이에 입사한 전략 부서는 주로 PPT를 많이 사용하였다. 간간히 엑셀을 쓰긴 했지만, 컨설팅 출신의 한 차장님만 유난히 화려하게(=수식 많이) 사용하였고, 나머지 이들은 정말 기본적인 기능만 쓸 뿐이었다. 그러다가 본 5개년 중장기 전략 파일은 수많은 수식의 향연이었지만, 그때 난 고작 1년 차, 내용도 이해가 되지 않고 모델 내 수식은 더더욱이 깜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1년 선배가 내게 물었다. 피벗 쓸 줄 알아요?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 내가 아는 피벗은 선형대수에 나오는 그 피벗이었다. (후후, 나는 대학에서 수학을 영어로 배운 사람이라고..) 그 선배는 엑셀에서 자동으로 표를 만들어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러려니 하며 지나쳐버렸다. 



네이버든, 후배든 굽신굽신, 물어물어..


부서 이동이 있었고, 옮겨온 부서에서 나는 소위 독고다이가 되었다. 나를 키워줄 사람도 딱히 없었고, 챙겨줌을 받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혼자 커야만 했다. 그리고 옮겨온 부서에서는 엑셀이 기본이었다. 데이터 작업이 많았고, 시스템에서 다운로드하는 숫자들은 모두 재생산을 거쳐야만 했기 때문이다. 배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네이버 검색을 기본으로 해서, 머릿속에 왠지 있을 것 같은 수식들은 모두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후배들이 만든 파일에서 좋아 보이는 기능들은 따로 챙겨서 암기하였다. 그리고 후배 중에 엑셀을 잘하는 이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물어 배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덕분에 지금 나는 엑셀 바보 소리는 듣지 않는다. 웬만한 예측 모델도 혼자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더 많이 안다면 훨씬 시간이 적게 걸릴 거 같은데, 현재는 많은 시간을 들여 노가다를 하며 모델을 만들어낸다.)



Junior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 


피벗조차 몰랐던 나의 부끄러운 과거, 매일 야근을 일삼는 어린 후배들을 보며, 신입 시절 가장 중요한 교육은 실무 엑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하나마나한 엑셀 도서나, 온라인 교육이 아니라 실무 선배가 직접 각종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알려준다면, 훨씬 배움의 길이 편해지고 깊어지지 않을까, 비록 나는 그렇게 커오진 못했지만, 그런 식으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이 사내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을 시간낭비라 여기지 않는 회사가, 기본이니 입사 전에 배우고 왔어야지 하고 넘겨짚지 않는 회사가 진정 주니어를 사로잡을 수 있는 회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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