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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Oct 27. 2020

[Thougts] 나의 아저씨,

잔인하도록 행복한 판타지, 

몇 년 뒤 난 박동훈이 될까, 

대기업 만년 부장, 능력도 있고 착해서 후배들은 따르지만 정치에 관심도 없고 할 줄도 몰라 임원 승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들 유학 자금에 가족 뒷바라지에 통장에 잔고는 항상 마이너스, 와이프는 항상 무언가에 바쁘다..

어느 것 하나 공감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난 이미 박동훈인 것 같았고, 난 곧 박동훈이 될 것만 같았다. 그저께 난 인사발령에서 10년 전 나를 따스하게 맞이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날 깨우쳐 주었던 부장님이 면보직이 되는 걸 보면서 또 한 명의 박동훈을 보았고, 또 한 명의 미래의 나를 보았다. 

그의 자녀는 아직도 중고등학생이다. 아직 나이 50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심리적 사형 선고를 내렸다. 버텨야 할까, 박차고 나가야 할까, 그나마 극 중 박동훈은 기술이라도 있다. 굶어 죽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기술이라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리고 나는? 어쭙잖게 하는 주식..? 이걸로 근로소득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비현실적이다..

박동훈을 응원하면서 보았지만, 결국 판타지였다. 박동훈의 윗사람들은 한 없이 정치를 했지만 박동훈과 함께 경쟁하는 후배는 착한 사람이었다. 중심을 지켜야 하는 회장님도 중립적이었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와이프는 반성을 하였고, 대신 죽어줄 각오를 하는 형제들과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동네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를 아저씨라고 차갑도록 따스하게 불러주는 지안이도 있었다. 

내가 박동훈이라면, 저렇게 든든한 사람들이 곁에 있을까?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믿어줄 사람들이 있을까? 없진 않겠지만.. 박동훈처럼 눈부시게 많진 않을 것 같다. 자명하다. 

그리고 작고 부어오른 내 몸뚱이와 박동훈의 모습, 목소리를 보면.. 또 한 번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고야 만다. 

난 박동훈이 될 수 없다, 저건 드라마고 판타지고, 백마 탄 왕자님 이야기였다. 


굳이 긍정을 찾아내지 않으련다, 

보면서 한없이 공감 가고 한없이 우울해졌다. 위로받고 싶어 졌고, 누군가 나에게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해주는 걸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누가 그러한 말을 해주리오. 결국 난 혼자고, 던져진 현존재인걸.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수없이 상념들에 사로 잡히고 만다. 내 인생의 낙은 무엇일까, 어느 지점에서 만족해야 하고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가슴속의 응어리들을 풀어내려고, 자신 있게 습작을 해보고 싶어 시작한 브런치인데 언젠간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버렸다. 어떻게 무뎌져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동훈의 큰 형처럼 버텨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었다,

내게 너무도 많은 숙제를 안겨 주었다. 배우 이지은, 가수 아이유를 너무 좋아하고 워낙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 이제 열어 보았는데, 너무 큰 감동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감사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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