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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Mar 21. 2022

[여행] 뉴욕2일차, post card

나는 누구인가,

15년전,

첫번째 다닌 대학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다.

한 명은 여자친구가 생긴지 한 달 여 됐었고, 한 명은 여자친구가 생긴지 일주일 됐었다. (난 없었다)

그랬던 탓에 이들은 주요 랜드마크를 가면 엽서부터 사기 바빴다. (나도 엽서가 이쁘면 따라 사곤 했다.)

엽서를 일단 확보하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가면 이들은 엽서일필휘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적기 시작했고, 나는 하릴없이 일기를 적었다.

그러다 귀국  연인 혹은 친구들에게   그 때 겸사겸사 사온 엽서를 꺼내 쓰곤 했다.

켜켜이 쌓였던 추억과 함께 온전한 마음을 그렇게 아스라이 전했던 것이다.



출국 전에 문득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여행지에서 엽서를 써볼까 고민하고 검색했다.

아, 우체국에 가서 우표만 사면 되는구나, 근데 못해도 2주는 걸리는구나? 내가 더 일찍 한국에 도착하겠네?



시차적응을 잘 할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새벽녘 멍하니 앉아 몇 글자 적었다, 아니, 글자가 아니다. 진심을 담았다.

근데, 막상 보낼까 하다 번잡스러운 생각들이 뿌옇게 번지기 시작했다.

보내지 못할 것 같다.

그럴 것만 같다.

그래야 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영접하겠다는 일념 하에 유람선을 탔다.

강?바다? 바람은 차원이 달랐고 추위에 바들바들 떨다 겨우 사진만 찍고 바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까스로 추위를 녹이며 생각이 더욱 많아졌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게 됐고, 의존적이게 되었다.

난 지극히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 왔었는데, 성정이 변한건지 착각이었는지 모르겠다.

복답다단한 생각에 가득 사로잡힌 채 호텔 근처까지 터덜터덜 걸어 왔다.

비록 내 집은 아니라도 목적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뉴욕이 왜 좋은지 모르겠다.

아니, 뉴욕은 좋은 곳이다.

다만, 내가 뉴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잡념을 막아주는 회사라는 곳이 있어 참 다행이었단 생각도 든다.

머리를 식히는, 사념을 사장하는 행위는 없다.

정신을 사납게 만들어 생각지 못하게 하는 행위만 있을 뿐



꿈에만 그리던 자유의 여신상도 눈 앞에서 보았고,

말로만 듣던 거대한 뉴욕의 스테이크도     썰어 먹었다.

그리고 탑오브더락에 올라가서 뉴욕 전역의 선셋도 바들바들 떨며 감상하였다.



so what?


남은 시간 동안 한가로이 물음에 답해야겠다.

밥만 먹고 문제만 푼게 몇년인데,

할 수 있겠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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