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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Mar 22. 2022

[여행] 뉴욕3일차, 오늘 날씨는 맑음

날씨는 의식을 지배한다

우리가 딱 1x년전 이 맘 때 극회룸에서 만났어


몇 년만에 만난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녀는 몇 년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낯설지 않은 친구 중 하나다

내가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기 전까지는 매학기 연극을 같이 하며 고락을 나누었고 그녀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동아리 내 cc였던 그녀의 이별로 인해 복잡한 갈등관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난 배우가 되어 무대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잃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는 이제 만리타향 뉴저지에서 아들 둘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녀와 두시간여 동안 서로의 인생을 캐치업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반추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한결 같았다 

 한결 같음이 그녀를 나타내는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싶으면서도 낯설지 않음에 쉬이 안도할  있었다 

사람을 만나면서 과거의  사람의 특색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도 마치 고향을 다시 찾는 향수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뉴욕 3일차 오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내게 약속 장소 근처에 있는 소조스파를 들리기를 권유했다 

뉴요커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스파로 맨하탄 전경이 광활히 보이는 곳이.

어젯밤 네이버를 한참 찾아보니 한국의 고급 찜질방보다 더 좋아 보였다

그래 한 번 가보자


목욕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많을 것으로 지레짐작했는데 대부분 네이티브들이었다

그리고 매우 청결했고 말끔했다

들어온지 10분도 되지 않아 나의 선택은 훌륭했다, 스스로 치켜세울  을 정도로,

얼마만의 습식 사우나인지 모르겠다.

따스한 인피니트풀에서 인증샷도 남기고, 마사지풀도 들어가고, 사우나도 들락날락 거리며 이제 시작인 여행의 여독을 미리 해독했다.

10만원짜리 목욕탕? 그렇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런게 여행이지란, 어제와 대조적인 생각들이 뇌를 그득 채웠다.



조울증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침 햇살 속 세련된 빌딩숲과 청명한 하늘, 그리고 푸르른 잔디로 장식된 센트럴 파크에서 에그치즈번을 한움큼 물고 라떼를 꿀꺽 들이키며 참 좋은 날이라 생각했다. 어제의 고뇌 찬 나는 어디로 간건가,

따스한 햇살을 마주하며 자전거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내달렸다.

귓 속에는 박재범과 아이유의 가나다라가 끊임없이 재생된 채, 미국 한 복판에서 가나다라 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혼자 키득되며 힘껏 바퀴를 굴렸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어떤걸 좋아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찾는 이방인,

관광지 보다는 공원에서의 일상,

바쁜 계획보다는 즉흥적인 일탈,



내일의 날씨도 맑음, 이었으면 좋겠다.

내맘의 날씨도 맑음, 이기만을 바란다.

내가 아끼는 네 일상이 맑음과 밝음, 환함으로 점철되길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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