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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Apr 03. 2022

[여행] 마지막15일차, 또다시 실패,

the show must go on,

난 반드시 미국에서 출국 직전에 하는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을 받아낼거야!



자신있게 말하며 당당히 떠났다.

코로나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10일 더 미국에 체류할 수 밖에 없다 회사에 전하며 이 꿈같은 시간을 240시간 늘릴 방안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 들어온 뒤 마치 로컬 피플처럼 마스크도 안 썼고 사람 많은 곳도 스스럼없이 갔으며 한국에 있을 때 비해 손소독도 소홀히 했다.


그러나 결과는 클리어리 네가티브...

네버코비드인지 그냥 안 될 놈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실낱같은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러고 한국 들어가서 걸리면 정말 절망적일듯 한데.. 이거도 다 팔자려니 싶다.



LA에서의 6일은 예상 밖의 일들로 가득했다.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 남이 의도한 바에 의해 졸졸 따라 다니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여행의 굴레가 씌워졌다.

결과적으로 좋은 면도 분명 있었지만 초반에 그 당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난 긍정의 화신... 이 모든게 추억이고 청춘의 흔적이리라.


나와 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하고 시간을 공유하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차치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또렷이 알게되는 계기도 되었다.

어설피 ISFJ 라며 단정짓던 내가 아니라 난 이러이런걸 못 하고 저러저런걸 잘 하고 그러그런걸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걸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런게 여행의 묘미겠지




이제 네시간 뒤면 다시 고국으로 떠난다,

여행이 일주일 정도 지나자 메신저에 뜬 오프라인 x일 을 보며 퇴사했냐고 물어오는 회사 동료들의 궁금증을 이제 하나씩 풀어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오겠다고 시작한 여행인데,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건지 아님 더 많은 숙제만 받아가는건지..

뭐 그래도 십수년 뒤에 세월을 반추하며 '난 인생의 절반쯤 되는 때 혼자 머나먼 기나긴 여행을 다녀왔다' 고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거면 됐다,





이제 암전은 끝났다,

서서히 조명이 페이드인 되고, 그가 맑은 미소를 띈 채 미끄러지듯 걸어 들어 온다.

마치 한 번도 무대 위에 선 적이 없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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