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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Apr 10. 2022

[상념] 케세라세라,

귀국 6일 차 단상,

돌아서 가자, 여의도에서의 마지막 봄을 즐겨야 돼
너 OO 아니면 밥 먹을 사람 없잖아



사옥 분리로 인해 절친인 OO는 여름이 지나면 저 멀리 떠난다.

2022년 윤중로의 피크를 함께 하며, 친구의 마지막 윤중로에서의 봄을 찬양했다.  



유난히 이별이 많은 올해,

내 인생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 다채롭고 숱한 그리고 몰아치는 이별에 적응하기보다는 맞닥뜨리고 있다.

그렇다,

준비를 했든 안 했든 어떤 이별이든 참 아프다, 꽤 많이.  






아니야, 나 마음 가는 대로 할래


여행 중 속으로 많이 되뇐 말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이제 좀 내려놓아야겠다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고 너무 많은걸 배려하고 살았다

일말의 정을 쏟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이상 배려는 말자

그리고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은 그냥 뱉자,

아무리 살아갈 날들이 살 날 보다 더 남았을지언정 언제 어떻게 갈지 모르는데 '아 이땐 이럴걸' 하며 살지 말아야겠다




정보의 보고,


복귀하자마자 회사에 너저분한 일이 생겼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방심하고 있으면 곧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만 같은 불안함이 있는 그런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일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나에게 자신들이 가진 파편적인 진실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정말 겨우겨우겨우 꾸욱 참았다.

파편적인 정보로 서로를 재단하는 이들에게 모두의 정보를 하나로 모아주고 'we are the world'를 외치고 싶은데, 괜히 나서서 좋을게 하나도 없어 보이고 진실을 묶어 준다고 해서 그들에게 딱히 좋을 거도 없어 보여 참았다.

주변인들이 날 믿고 이리저리 말해주는 건 참 감사한데, 연차가 쌓일수록 이런 가십에 가까운 너저분한 일에 예전에 비해 관심이 점점 흐트러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야만 하기도 한다.




몰랐으면 하는 진실,


가벼운 이야기를 아주 가끔 하는 정도, 입사 이후 점심을 같이 먹은 기억도 없는 것 같은 데면데면한 사이인 회사 동기가 나와 같은 건물에 산다는 소식을 우연찮게 접했다.

그걸 알게 된 순간, 그 친구와 건물에서 마주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만 타도 긴장하게 되고, 재활용장에 가는 것조차 은근 신경 쓰이고 있다.

과연 이사를 나갈 4~5달 안에 안 마주칠 수 있을까?

물론 서로 같은 건물에 산다는 것을 안다 할지라도 서로의 집에 방문하거나 시간을 공유하거나 하는 그럴 일은 없을 걸로 예상되지만, 괜히 불편하다.

난 내 바운더리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어디로 가는가,


오늘 따릉이를 52km를 탔다.

석촌호수에 다녀왔고, 군자에서 집 근처까지 편도로도 왔다.

목적지,  

오로지 당도할 곳이 있기에 가능했다.

기나긴 인생에서 조그마한 목적지를 조금씩 찾아야겠다.

그리고 다가가야겠다.  

 



시차 적응은 아직,


여전히 16시 정도 되면 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21시 전에 잠든다.

오늘은 좀 high 한 상황이라 버티고 있다.

곧 돌아오겠지,

근데 초저녁에 자고 새벽에 깨는 삶도 나쁘진 않다.



스코어는 10타 정도,


지난주 귀국 후 필드에서 점검한 결과,

10타 정도 줄어든 것 같다.

아직 깨백을 하려면 멀었긴 하지만, 보기를 이제 쉬이 하는 걸 보니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역시 시간과 돈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발전하기 마련이다.

올해는 골프나 치면서 놀아야겠다.





벚꽃이 피면 우리 그만 헤어져




계절은 돌아오지만 우리는 멀어지겠지

꽃은 다시 피겠지만 추억은 시들어가겠지

하얗게 물든 거리에 너와 난 더는 어울리지 않아




센트럴파크에서 내 귀를 적신 노래가 박재범 아이유의 가나다라라면,

벚꽃이 도시 곳곳을 올망졸망 품고 있는 시애틀에서 내 마음을 녹인 노래는 벤의 벚꽃이 피면 우리 그만 헤어져 이다.


벚꽃과 함께 사랑이 샘솟을만한 이 시기에 헤어진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했고,

그런 상상의 맥락 속에 써 내려간 가사들은 절절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 유난히 머릿속에 맴도는 요즘,

부디 이별과 만남이 공존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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