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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Aug 13. 2021

크로아티아 한 달 여행기/동쪽 바닷가에서 3박

뜻밖에 좋은 아파트를 빌렸지 뭡니까.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여행날짜에 너무 임박하여 숙소를 잡다보니 마음에 드는 숙소가 전혀 없었다. 여행일정이 4주라 우선 처음 머물 숙소만 잡아서 여행을 떠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아무리 성수기라도 찾아보면 괜찮은 숙소가 있을 더라고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 바닷가에서 너무 멀어서 안되고, 너무 좁아서 안되고, 발코니가 없어서 안되고, 그릴을 못해서 안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숙소들을 제외시키다 보니 이스트라 반도에서 마지막에 남은 곳은 호스텔과 1박에 몇 십만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빌라가 전부였다. 모레 체크아웃을 해야하는데 갈 곳은 없고... 결국 숙소를 잡는 것은 내게 큰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지막 희망이 있었다. 누군가가 캔슬한 숙소였다. 그런 물건들이 종종 올라왔는데 내가 본 어떤 숙소보다 알짜인 곳이 많았다. 그래서 갑자기 그런 숙소가 부킹닷컴에 뜨면 동네가 어딘지 이용후기가 어떤지 읽어보고 괜찮다 싶어 예약하기를 누르면 누군가가 이미 낚아채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서너 번 괜찮은 숙소를 번번히 놓치다가 바닷가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숙소 하나를 발견하고는 얼른 예약하기를 클릭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루, 이틀 이렇게 메뚜기처럼 호텔을 옮겨다니다가 주방이 딸린 바닷가 근처의 숙소에 3박 일정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Apartman Juretic in Drenje

부킹닷컴에서 이미지를 빌려옴

이스트라 반도의 서쪽 해안은 이탈리아와 가까워서 그런지 큰 도시들이 많은 반면 동쪽 해안은 예전에 어촌이었던 작은 마을들이 주로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둘러본 바 동쪽 해안이 물도 맑고 경치도 더 좋은 것 같다. 크로아티아의 바닷물은 그야말로 맑기가 에메랄드 빛이다. 물속의 자갈색깔과 물고기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동쪽 해안도시 Labin에서 남쪽으로 10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시골해안이다. 빵집도, 슈퍼도 없고 가구 수라고 해봤자 총 10가구가 될까말까. 그 덕분에 우리는 아파트 옆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15분정도 내려가면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적적한 혜수욕장에서 혜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


오후면 숙소로 돌아와 그릴을 하였다. 우리 아파트 옆에는 폴란드에서 온 4인가족이 묵었다. 그 집 엄마 마르티나와 같이 그릴을 하며 얘기하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화들짝 좋아했다. 그러면서 득달같이 16살짜리 딸을 데려왔다. 딸은 흡사 나를 케이팝 가수를 보는 양 좋아하며 자기는 케이팝 팬이며 한국말도 몇 마디 한다고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이 가족이 몰고온 차도 현대 i30 이었다. 20년 이상 외국살면서 요즘처럼 한국 사람이라고 대접받기는 처음이라 기분이 으쓱했다.


미나는 여기서 모기한테 20방 넘게 물렸다. 모기향을 피워도 소용이 없었다. 미나가 모기때문에 긴팔을 입고 다리를 감싸고 있다.


Drenje에 있는 이 적적한 혜수욕장이 정말로 좋았구나 하고 생각한 것은 이웃한 호텔로 꽉찬 휴양지인 Rabac, Brsec 등에 가보고 일았다. 이스트라 반도의 동쪽 해안은 많은 부분이 절벽이고 혜수욕을 할 수 있는 해안이 적다보니 혜수욕장에는 혜수욕객으로 그야말로 발디딜 틈 없이 꽉 차있다. 나는 그런 도시들에 가보고 너무 놀라 아니, 다들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서 놀지말고 Drenje로 가세요! 하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혹시 다시 이스트라를 찾는다면 나는 주저하지않고 다시 Drenje를 찾을 것이다. 빵을 사러 2 킬로미터를 걷는 한이 있더라도. 8월 말에 다시 이곳으로 올까 싶어 검색해보니 이 아파트는 늘 예약이 꽉 차있다. 가격은 성수기 가격 1박에 단돈 50유로! 너무 싸서 깜놀!


PS.

모기때문에 결국 우리는 이스트라 반도에서 제일 큰 도시인 Pula에 간 김에 모기약을 샀다. 모기 물리기 전에 바르는 약과 물린 후에 바르는 약. 모기물린데 바르는 약은 무색 무미 무취의 젤이었는데 효과는 글께... 물파스보다는 못한 것 같다. 여름에 크로아티아로 오려거든 물파스를 가지고 오시라. 방만구 씨의 모기퇴치법은 생마늘을 먹는 것. 그는 종종 마늘 냄새를 풍겨서 모기의 접근을 막는다며 생마늘을 먹었다. 생마늘을 안먹어도 모기에겐 인기없는 몸뚱이를 가졌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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