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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Aug 28. 2020

독일의 의료보험이 지불하는 임신과 출산비용 내역

공짜같지만 공짜가 아닙니다


 독일의 의료보험은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병원비용을 지불한다. 독일의 임산부들은 임신을 하게되면 병원에서 기본적인 검진 외에도 출산교실을 다니면서 출산시 호흡법, 수유법, 기저귀 가는 법 등을 배우고, 출산후에는 산후체조교실을 다니며 빠른 회복을 꽤한다. 주로 조산사들이 운용하는 출산과 산후관리 등을 위한 코스비용은 의료보험에서 지불하게 되는데 어떤 종류의 코스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사진출처: 공보험 Techniker Krankenkasse


 

독일 의료보험에서는 임신과 출산 관련 거의 모든 병원비용을 지불한다


정기검진비용, 각종 피검사 오줌검사 비용, 임신성 당뇨검사 비용,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35세 이상) 양수검사 비용, 병원출산 비용(제왕절개, 자연분만 모두), 입원비용까지 이 모든 비용이 의료보험에서 커버가 된다. 출산후 산모가 모유수유를 못할 경우 입원기간동안 병원에서 분유가 나온다. 여러 이유로 모유수유가 어려워 유축기를 사용해야할 경우 산모는 유축기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물론 대여한 유축기는 집으로 가져와 필요한 동안만큼 계속해서 사용한 후 돌려주면 된다. 나의 경우 미나가 한쪽 젖만 빠는 바람에 유축기를 대여해서 10개월정도 사용했었다. 유축기로 젖을 짜니 젖량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10개월 후에는엄청난 짝젖이 되었다. 



사진출처 www. Papa.com /남편과 함께하는 출산교실


독일 의료보험에서 지불하는 임신과 출산 관련 병원 외 비용에는 어떤 내역들이 있냐하면 일단 임산부 출산교실, 총14시간에 대한 비용을 의료보험이 지불한다. 임산부가 7개월에 접어들어 원한다면 출산교실에 등록할 수 있다. 출산교실은 조산사들에 의해서 운영된다. 산부인과가 딸린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조산사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출산교실에서 강의하기도 하며, 조산사들중 병원에서 독립하여 사업자등록을 내고 개인 스튜디오를 차려 임산부나 산모를 위한 각종 코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출산교실을 등록하든 그것은 임산부의 결정에 달려있다. 출산교실은 총 14시간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전액을 의료보험에서 부담한다. 배우자가 시간이 있고 의욕이 있다면 부인과 함께하는 출산교실을 등록할 수도 있다. 이때 임산부 등록비는 100%, 배우자 등록비는 일부분을 의료보험에서 지원한다.


출산교실에서는 출산시 호흡법, 여러가지 기구를 이용한 출산방법,(수중분만을 비롯하여 공, 그네 등을 이용하는 방법들이 있음) 수유방법, 기저귀 가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출산교실에서 배운 호흡법이 실제 출산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독일 분만실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분만실과 많이 다르다. 일단 의사와 간호사가 분만실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제가 없는 자연분만의 경우 의사 없이 산모와 산모의 가족 그리고 조산사가 함께한다. 의사가 하는 일은 출산 후 찢어진 회음부를 꿰매는 정도다. 그러므로 조산사와 산모의 호흡이 분만에서 중요하다.


나는 출산시 진통이 멈춘동안에는 계속 분만실 내를 돌아다녔고 진통의 파도가 몰려올 땐 매트위에 엎드리거나 짐볼위에 앉아 힘을 주었는데 이 모든 것을 다 출산학교에서 배운 덕분에 무통주사없이 분만할 수 있었다.(사실 바늘공포증이 있어 무통주사를 맞지 못했음) 호흡을 잘 배워서인지 모르겠지만 무통주사 없는 출산이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았다. 나는 총 3번의 출산을 했는데 3번 다 무통주사 없이 출산했다. 내가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므로 임산부들께 출산학교 등록은 꼭 추천한다.


산후 조산사 가정방문과 산후체조교실


아이를 낳은 후 집에 오면 임산부는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수유에서부터 아기 재우기, 젖몸살, 분유선택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고, 심하면 산후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들을 겪게 된다. 이때 조산사가 가정방문을 하여 수유방법에서부터 여러가지 육아 조언을 해주고 아이의 신체적인 상태, 산모의 신체적인 상태를 체크해주고 그에 알맞는 조치를 취해준다. 보통 10회정도 방문을 해주는데 이 비용을 의료보험에서 지불한다.



산후 체조교실. 총 10회에 대한 비용을 의료보험에서 지불한다. 사진출처: 뷔르츠부르크 조산사 스튜디오




출산후 임산부는 임신기간동안 변화된 몸의 회복기를 겪게 된다. 이때 바른 몸가짐과 체조를 통해 임신전의 몸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이 산후 체조교실이다. 골반운동이 주를 이룬다. 임산부는 아기와 함께 체조교실에 등록할 수 있고 코스에는 아기 돌봐주시는 분이 있다.


나는 산후 두 달 정도 지나 엄마와 아기가 함께하는 산후 체조교실에 등록하였다. 열 명의 엄마와 열 명의 아기가 함께하는 코스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 코스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수유를 하느라 밤잠을 설친 스트레스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된 아기를 데리고 오전 10시까지 코스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기 돌보미가 체조교실에 있다고는 하지만 아기들이 울어대면 엄마들은 제대로 체조에 집중할 수가 없다. 산후 체조교실을 몇 차례 나간 후 아기도 나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의료보험에서 돈이 지불되었으므로 결석을 하거나 중도에 무단으로 안나가게 되면 그게 대한 비용은 개인이 내야한다는 이유때문이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총 10회 체조교실을 수료할 수 밖에 없었다.


산후 체조교실은  정상적으로 분만한 엄마들 뿐만 아니라 유산이나 사산, 혹은 분만후 아기가 어떤 이유로 죽은 경우를 당한 엄마들을 위해서도 제공된다. 나는 첫 아이를 임신중에 잃은 후에 너무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체조교실에 등록하였다. 그 수업에서는 골반운동법도 배웠지만 명상을 하기도 했고 같은 경우에 처한 엄마들과 얘기를 하면서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그때 만난 엄마들과는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어서 그런지 체조교실을 수료한 후에도 꾸준히 자주 만났다.


육아 스트레스로 우울하다면 의사의 진단하에 3주간 의료보험이 지불하는 휴가를


우리가 3주동안 지냈던 AWO Altenau Kurhaus




애를 낳아보지 않으면 애키우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절대 알지 못한다. 나의 경우 주위에 언니도 친정엄마도 없이 육아를 했으므로 출산 2년후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갔다. 그래서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 의사에게 부탁해서 의료보험이 지불하는 3주간의 휴가(Kur)를 다녀왔다. 의료보험이 지불하는 휴가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선택했던 것은 엄마와 아기(Mutter Kind kur)를 위한 코스였다. 독일 전역 산과 바다 근처에 이런 종류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들이 많은데, 선택지는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정할 수가 있다. 내가 갔던 곳은 중부 독일 산악지역인 Altenau라는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로 밤에는 새들과 곤충들의 소리 외에 도시의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3주동안 오전에는 10명의 엄마들과 그들이 데리고 온 10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코스들을 체험했다. 이곳에서 제공했던 코스들은 노르딕 워킹, 맛사지, 명상, 요가, 사우나, 아로마 목욕, 도자기 굽기, 스트레스 탈출하기 강의 등. 물론 오전에 엄마들이 이런 코스에 참여하는 동안 센터에서는 아이를 돌봐주었다.


나는 오전 코스가 끝나면 미나를 재우기 위해 늘 유모차를 끌고 이웃마을까지 꽤 긴 거리를 산책을 나갔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갈때면 미나는 조용히 유모차에 앉아 잠이 들었다. 그때 기분이 아주 묘했다. 미나가 2살이 되기까지 나는 남편 없이 미나와 그렇게 긴 시간을 혼자 지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센터에는 의사와 각종 스포츠 지도자, 상담사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은 내 가족이 아니었으므로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3주간이긴 하지만 아이를 오롯이 나 혼자서 책임져야한다는 기분은 내게 꽤나 묵직한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싱글마마, 싱글파파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닥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때 알게되었다. 한 생명을 혼자서 책임져야하는 일은 세상 어떤 일보다 힘든 일이란 것을.


당시 미나는 어린이 집에도 다니지 않을 때였으므로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본 적이 없었던 때라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감기가 걸려 늘 코가 막혔다. 잠자리가 바뀐데다 코까지 막혀 미나는 자주 잠에서 깨었고 엎친데 엎친 격으로 노로 바이러스에 옮아 종일 설사를 해댔다. 센터내 다른 손님께 옮으면 안되었으므로 우리는 사흘간 자가격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생전 처음해보는 자가격리라 어찌나 답답했던지… 자가격리가 풀리자 마자 이틀 후에 다시 장염에 걸려 또 사흘간 자가격리… 이렇게 쉬려고 갔던 곳에서 우리는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는 통에 얼마나 심심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던지…  오죽하면 3주후 우리를 데리러 온 방만구 씨를 보며 이산가족이 재회하는 것 같은 기쁨을 맛보았다. 그리고 휴가는 늘 가족끼리 완전체로 다녀와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자가격리만 빼면 코스들은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누군가가 엄마와 아기 코스를 체험하고 싶다면 나는 적극 추천하겠다.


이렇게 다 퍼주면 의료보험사는 뭐먹고 사나?


내가 독일의료보험 혜택에 대해 이렇게 써보았는데,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그렇게 다 퍼주면 의료보험은 뭐먹고 사냐고. 다 먹고살 방도가 있으니 의료보험 회사들이 공보험이건 사보험이건 족족 생기는 것이다. 독일의 의료보험료는 살인적이다. 나는 한 달에 직장 의료보험료로 36만원 정도 낸다.(나는 내 나이에 비해 저렴한 월급 수령자임) 여기다 회사에서 내주는 36만원을 더하면 내 앞으로 한 달에 지불되는 의료보험료만 70만원. 이 정도로 내면서도 1년 있어봐야 거의 병원에 갈 일이 가물에 콩나듯 하니 애 낳을 때 몰아서 저 많은 혜택을 좀 받은들 의료보험 회사가 망할 일이 있겠는가.


한국 살때 지불했던 의료보험료를 생각하면 독일 의료보험료는 너무 비싸단 생각은 든다. 혜택이 아무리 많다해도 너무 비싸다. 그런데 연금보험료는 의료보험료보다 더 비싸다. 이러니 이것 떼고 저것 떼고 나면 통장에 들어와 박히는 돈은 정말 쥐꼬리. 맘놓고 친구들 모임에서 한 턱 쏘고 싶어도 손이 떨려서 못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잘된 유럽에 더치페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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