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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Dec 18. 2020

코로나 검사결과를 받고

즉석검사 1회에 45유로, 이제부터 주치의한테서 받을 수 있답니다

지난 토요일 미나가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하길래 흔쾌히 허락을 했다. 토요일 오후 3시까지 친구집에 간다길래 나는 오후에 접어들자마자 잠옷이며 치솔이며 숙제도 같이 한다길래 학용품까지 다 챙겨두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자 미나 친구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몸이 으실으실하고 근육통이 있고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도 애들은 다 즈이끼리 잘 노니까 미나가 와도 상관은 없는데 코로나때문에 걱정이 되네요. "


요즘에 안그래도 코로나때문에 조심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미나가 워낙에 가겠다고 우겨대는 통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 집 엄마는 사람이 무던해서 미나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제집처럼 드나들며 저녁을 먹고 와도, 주말에 자고와도 귀찮다는 소리 한 마디 안하는 사람이다. 감기기운이 있다고 해서 미리 잡아놓은 약속을 취소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코로나때문에 사람을 초대하기가 적잖이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결국 나는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감기환자가 있는 집안에 미나를 안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나서 일요일 오후가 되었는데 내 몸이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몸이 으실으실하고 근육통이 있고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미나가 자주 드나드는 통에 아무래도 내가 그집 감기에 옮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집 엄마에게 다시 전화해서 혹시 자세한 증상이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오늘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감기증상과 같은데 근육통이 심하고 냄새가 잘 안맡아지네요. 그래서 내일 코로나 검사를 한 번 받아보려구요."


"아이구, 정말 코로나 증상하고 비슷하네요... 코로나가 남의 얘기인 줄 알았는데 정말 우리한테 점점 가까이 오는 것 같아요. 그럼 몸조심 하세요."


그러고 나서 열이 안나길래 월요일 오전에 출근을 했는데 아무래도 뭔가를 속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인사과엘 갔다. 그간 있었던 일과 나의 증상에 대해 얘기를 했다. 인사과 과장은 펄쩍 뛰면서 감기기운이 있으면 그렇게 출근하지 말라고 일렀는데 내 말은 귓전으로 들었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는 집으로 가거들랑 검사비용은 회사에서 지불할테니 왠만하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죄인이 된 기분이 들어 기침이 나와 터질 것 같은 목을 부여잡고 참으며 급한 일만 끝내놓고 집으로 가겠다고 얘기했다.


오전 12시가 되어도 급한 일들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후 1시가 되어가자 인사과 과장이 문자를 보냈다. 왜 아직 안가고 있냐고, 지금 당장 들어가라고, 창문은 왠만하면 열어두라고... 서러운 기분이 들어 나는 미친듯 서둘러 일을 끝내놓고 오후 2시 30에 퇴근하였다.


집에 돌아오니 감기증상이 더 심해져서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 프랑크푸르트에선 지금까지 누구나 급히 코로나 테스트를 할 일이 있으면 국제공항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매장으로 출장을 다니는 리테일 매니저는 2주에 한 번씩 공항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는 얘길 들었다. 나는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공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니 엄두가 안났다. 게다가 내가 코로나에 감염됐다면 지하철을 타는 일도 위험한 일이었다. 일단 나는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다.


"제가 코로나 의심환자랑 접촉을 했는데요, 저도 감기증세가 있어서 코로나 검사를 한 번 받아보려구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이 근처에도 검사센터가 있나요? 증세가 있는 사람한테는 무료로 검사를 해주나요? 아니면 자비로 받아야 하나요?"


"검사를 원하는 분이 폭주를 해서 며칠전부터 일반 가정의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내일 저희 병원으로 내원하시면 검사해드리겠습니다. 검사료는 45유로로 본인부담입니다."


나는 45유로를 내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느니 걸어서 동네 병원에서 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병원으로 갔다. 리셉션에는 늘 그렇듯 사무적인 표정의 간호사가 무뚝뚝하게 나를 맞았다. 나는 죄인이라도 된양, 돌림병 환자라도 된양 누가 들을까봐 모기만한 목소리로 코로나 검사받으러 왔다고 했다. 덩치가 큰 그 간호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알았다. 내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병원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릴만한 큰 목소리로 대답할 거라는 것을.


"코로나 검사는 저쪽 오른쪽 방에서 하니까 거기 가서 대기하세요!"


의자에 앉아 명령대로 대기하고있자 간호사가 검사실로 들어왔다. 콧구멍 깊숙히 흰색 종이막대기를 쑤셔넣었다. 그리고 약품을 섞고 이리저리 흔들더니 임신테스트기 같은 시험지에 올려놓고는 10분이 있으면 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반 대기실에서 대기하라길래 대기실로 갔더니 환자가 3명이나 더 앉아 있었다. 대기하라던 그 10분이 얼마나 길던지... 나는 속으로 이생각 저생각 상념에  잠겼다.


아니, 임신 테스트기는 5초만에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데 코로나 테스트기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코로나 테스트기도 임신 테스트기처럼 일반 약국에서 판매하면 안되나? 집에서 간단하게 테스트하면 좀 좋아... 감염병 의심환자를 위험하게 병원으로 오라가라 하고 일반 환자 대기실에서 대기하라고 하고... 쯧쯧. 게다가 테스트 비용은 왜 또 이렇게 비싼거야? 임신 테스트기에 몇 배야 도대체!


이러고 있을 무렵 리셉션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테스트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회사에 제출해야하니 서면으로 테스트 결과 한 부 주시구요, 영수증도 같이 주세요."


이것이 내가 독일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코로나 테스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 테스트를 하려면 예약을 하고 공항까지 가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 절차가 많이 간편해졌다. 코로나 검사를 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우리 회사에도 이미 감기 증세로 공항까지 가서 코로나 테스트를 한 사람이 몇 있다. 출근하면 사람들에게 전해야겠다. 이젠 주치의한테 코로나 검사 받을 수 있다고. 예약하고 가면 20분도 안걸린다고.


집에 와서 핸드폰을 열어보니 미나 친구 엄마한테서 Whats App이 와있었다. 테스트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하고 나올 때 마음하고 다르다고 이렇게 테스트에서 음성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니 괜한 데 헛돈 쓴 거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PS.

지난 12월16일 수요일부터 독일 전역이 셧다운에 들어가서 학교는 물론 슈퍼마켓과 병원, 약국과 같은 곳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우리 회사의 매장들도 모두 문을 닫아 12월17일부터는 매장 직원들이 집에서 쉰다. 그러므로 매상이 0원. 셧다운은 1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그 이후에도 확진자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셧다운이 연장될 수도 있다. 우리 회사의 주류상품은 겨울재킷인데다 1년매상의 피크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다. 말하자면 겨울장사로 1년을 버틴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셧다운이 되는 바람에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되었다.


회사의 손해는 곧 직원들의 손해로 이어진다. 집으로 돌아간 매장 판매직원들은 월급의 60%만을 받는다.(정부에서 지원) 판매직의 월급이란 것이 최저임금 수준이라서 월급이라고 받아봤자 쥐꼬리 수준이다. 거기에서 40%나 빼면 월급이랄 것도 없다. 부디 그들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덜하길 바란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난 3,4월 코로나 셧다운때도 내 월급과 근무시간이 삭감됐었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삭감되려나... 여러모로 우울한 코로나 시즌이다.


아참, 이번 성탄절에는 호텔이 죄다 문을 닫아 시댁이 있는 함부르크에도 못간다. 올해는 집에서 가족 셋이 앉아 다이하드를 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난데없이 갑자기 겨울방학이 시작된데다 예년보다 훨씬 긴 겨울방학을 갖게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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