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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Feb 08. 2021

천 마스크 썼다고 떼인 과태료 50유로, 이렇게 안냈다

그 마스크가 보통 마스크냐, 30유로짜리 아니냐.

방만구 씨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려서 트램을 타려고 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스크 착용을 검사하는 다섯 명의 검사요원들이 정류소에 대기중이었다. 방만구 씨는 최근들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검사가 잦구나 싶었다. 12월엔 단 한 번도 검사를 당하지 않았는데 1월 마지막 한 주에 벌써 세번 째 검사였다. 방만구 씨는 그날 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검사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천 마스크는 공공장소에서 불법이었다.


방만구 씨가 트램에서 봉변을 당했는지, 벌금을 물었는지, 별 일이 없었는지 얘기하기에 앞서 현재 독일의 마스크 착용법에 대해 좀 얘기를 해보련다.




록다운이 기존의 1월 말에서 2월 14일까지 연장되면서 독일의 주중에서 제일 먼저 바이에른 주(뭐든 제일 먼저 하는 경향이 있음)에서 FFP2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였다. FFP2라고 혹시 들어보셨는가? 못들어 봤다면 아래의 사진 참고. 새 주둥이처럼 생겼다.



 

그 후 바이에른을 따라 다른 주들도 일제히 공공장소에서 FFP2 마스크 아니면 수술용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였다. 메르켈 총리가 집에서 만든 천 마스크도 유효하다고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좀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나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회용 마스크 보다야 아무래도 면 마스크가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면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나야 사려고 했다가 안사면 그만이지만... 갑작스럽게 일제히 FFP2 아니면 수술용 마스크만 쓰라고 하면 마스크 판매업자는 어쩌란 말인가. 막스 앤드 스펜서는, 벨렌슈타인은, H&M은, 아디다스는 어쩌란 말이냐. 게다가 1회용 마스크의 미세 플라스틱과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한 이들이 만든 유기농 마스크 브랜드들은 다 어쩌란 말이냐. 내가 이들 걱정해줄 처지는 아니지만...


방만구 씨는 이 발표가 나기 바로 며칠 전에 아래의 마스크를 부모님으로부터 선물받았다. 포장지부터가 고급스러운 29,95유로짜리, 한국돈으로 하나에 3만6천원선. 이 비싼 마스크를 4개 씩이나 선물로 받았는데, 천 마스크가 금지되다니... 10만원이 넘는 돈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사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국가에서 의무화한 마스크를 지급해줘서 개인이 마스크를 구입할 의무는 없지만 우리는 둘다 천 마스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호흡기가 안좋고 방만구 씨도 알레르기성 천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하다. 그는 입과 코가 특별히 민감하다. 그는 고무를 입에 물지 못한다. 고무와 비슷한 느낌의 실리콘(공갈 젖꼭지) 이나 아크릴, 플라스틱 종류도 입에 물지 못한다. 냄새는 개만큼 잘 맡는다. 그래서 수술용 마스크를 써봤다가 무슨 냄새가 난다며 도저히 못쓰겠다고 금방 벗었다. 그러면서 면 손수건같은 걸 쓰고 다니다가 최근들어 그 선물받은 3만원짜리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중이었다. 모양은 아래의 사진 참조.




방만구 씨는 천 마스크를 쓰고 트램에 올랐는데 당연히 마스크 검사자중 한 명이 방만구 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천 마스크가 불법인 걸 아냐고 물었다. 방만구 씨는 자기가 이럴 때를 대비해 공부해둔 내용을 읊었다.


방만구 : 이 천 마스크는 FFP2 마스크와 같은 KN95 필터를 쓰고 있어 불법이 아닙니다.


검사자 : 혹시 수술용 마스크 가지고 계신가요?


방만구 : 아니요 없는데요.


검사자 : 그럼 제가 수술용 마스크를 드릴테니 그걸 착용하십시요.


방만구 : 저는 건상상의 이유로 플라스틱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렸다 시피 이 마스크는 견고한 필터가 있어 불법이 아닙니다.


검사자 : (목소리를 높이며) 그래도 공공장소에서는 누구나 수술용 마스크를 써야합니다! 경찰을 불러도 좋습니까?


방만구 :  경찰을 부르십시요. 제가 경찰에게 해명하겠습니다.


검사자는 경찰까지는 부르지 않고 방만구 씨와 다음 정거장에 내려 그의 신상정보를 기록한 후 과태료 50유로가 적힌 딱지를 끊어주었다.


방만구 씨는 집으로 돌아와 마스크를 안쓴 탓에 과태료 50유로를 물게 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얘기를 했으면 내가 길길이 날뛰며 왜 좀 조용하게 살지 못하고 이렇게 돈나갈 일을 만드냐고 바가지를 긁어댈 것을 알기에. 대신 내게 조용히 물었다.


혹시 지난번에 함부르크에서 보내준 마스크 포장지나 사용설명서 아직 있어?


라고.


나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마스크를 그에게 건네 주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내가 잠든 사이, 방만구 씨는 울분을 삭히며(나의 상상) 프랑크푸르트 교통과에 이메일을 보냈다.  아마 그의 이메일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방만구 씨가 50유로를 내야 하며, 그 결과 그가 마스크 블랙리스트에 올라(그런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도 두번째, 세번째 불법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불어난 과태료를 내야 했다면 그는 어쩌면 성격상 다른 나라로의 이민까지 고려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방만구 씨가 프랑크푸르트 교통과에 보낸 마스크 기능과 사용법이 적힌 포장지. 이 사진을 그는 프랑크푸르트 교통과로 보냈다.


그의 이메일을 요약해서 적어보자면,


사건번호 00000에 대해 의의를 제기합니다.

저는 1월 27일 12번 트램 승강장에서 마스크 검사요원들에게 검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첨부파일 1의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첨부파일 2의 마스크 기능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그 마스크에는 KN95 필터가 장착되어 있으며 FFP2 표준을 준수합니다. 검사요원에게 마스크를 보여주며 이 점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들은 제 의견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쓰라고 큰 소리로 강요하였습니다. 저는 결국 감사요원들과 함께 하차해야만 했습니다. (중략)



2월 4일 프랑크푸르트 교통과로부터 아래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1월 27일 12번 트램에서 승객들에 대한 컨트롤이 있었습니다. 검사요원의 기록에 의하면 귀하는 당시 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1월 23일부터 헤센주에서는 지역및 건물, 공공교통기관 그리고 플랫폼에서 FFP2, FFP3, KN95, N95, OP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었습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GBB §3을 위반한 혐의로 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중략)

첨부된 두 장의 증거사진으로 볼때 당시 귀하가 착용하고 있었던 천 마스크는 저희의 인텐시브한 조사결과 KN95 기능을 가진 마스크로 보여지며 이에 50유로의 벌금부과를 면제합니다.





FFP2 마스크는 현재 시중에 유통중이며 유통기한은 2년이다. 모든 사람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사용법이 좀 까다로운 편이다. 구입후 오븐에 넣어서 1시간동안 80도 정도의 열로 앞뒤로 가열시키든지 아니면 1주일 정도 일반온도의 방에 널어 건조시킨 후 사용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구입후 미나에게 그냥 착용하게 했는데... 많이 후회가 된다.


FFP2 마스크의 가격은 어디서 사는지, 몇개를 구입하는지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10장들이 한 묶음에 30유로 정도 한다. 수술용 마스크에 비하면 가격이 높은 편인데 그래서 일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받고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 60세 이상인 사람들, 당뇨, 천식, 치매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정부로부터 마스크 상품권을 지급받는다. 이 상품권으로 마스크를 사게되면 2유로 본인 부담금을 지불하면 6장 묶음을 받을 수 있다.


마스크 상품권. 사진출처 https://osthessen-news.de/n11641826/wochenlanges-warten-wo-bleiben-die-coupons-fuer-ko


우리집도 방만구 씨 앞으로 이 상품권이 배달되었다. 나와 미나한테는 배달되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방만구 씨한테? 그가 건강보험회사에 천식 환자로 등록되어있고 그 이유로 배달되지 않았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60세 이상도 아니고 당뇨, 천식 등의 질환도 없으며 실업자도 아닌 어린이한테도 이 상품권이 배달되기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누가 어떻게 상품권 수혜 여부를 결정하는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다만, 우리집에는 이리하여 때아닌 FFP2 마스크 풍년이다. 상품권도 받았고 방만구 씨 회사에서도 마스크를 여럿 지급받았고. 이것들을 쓸 일이 있을까 싶다만...




앞에서 나와 방만구 씨는 천 마스크를 선호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에 관심이 가서 친환경 패브릭 마스크에 대한 기사를 한 번 찾아보았다. 그중 함부르크 환경 연구소가 발표한 2월 3일자 보도자료가 꽤 흥미로웠다. 그 보도자료를 요약하여 인용해 본다. 원문은 http://hamburger-umweltinst.org/에 실려있다.



학생 스타트 업 회사 Holy Shit 와 산업 파트너가 협력하여 인체에 무해한 유기농 친환경 천 마스크를 만들었다. 이들의 모토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은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라는 것이다.


학생 스타트 업 회사와 산업 파트너가 협력하여 만든 이 마스크의 패브릭과 귀 밴드는 100% 분해되는 친환경 물질이다. 마스크의 원단은 세균번식을 방지하고 냄새와 피부자극이 없다. 게다가 기존의 일회용 마스크와 비교하면 인체에 미세 플라스틱이 흡수 또는 축적되지 않는다.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마스크의 브랜드는 ViaMask라고 한다.


함부르크 환경 연구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존 아시아에서 생산 판매되는 일회용 마스크중 일부는 상당한 양의 유해물질을 방출하는데 휘발성 유기 탄화수소 또는 포름 알데히드가 그것이고, 동시에 염화은과 같은 해로운 항균성분이 추가되어 피부 표피에 상당한 손상을 입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부르크 환경 연구소는 기존의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하기 전에 꼭 휘발성 유기물질의 대부분이 증발할 수 있도록 마스크를 몇 시간씩 실온에서 걸어두거나 오븐에 넣어 50도에서 30분간 가열할 것을 권장한다.


자연 보호 단체 인 Oceans Asia에 따르면 코로나 전염병의 결과로 이미 15 억 개 이상의 마스크가 바다에 떠다니며 직간접적으로 인간과 자연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며, 그러므로 백신과 병행하여 일반대중을 위해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마스크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쯤에서 나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이 스타트 업 회사가 만든 유기농 천 마스크를 쓰고 탔다가 검사요원에게 걸렸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 성격상,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의를 제개하지 못하고 분명히 과태료를 송금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이상의 트러블이 싫어 정부가 쓰라고 하는 FFP2 마스크를 쓰고 다녔을 것이다. 이 스타트 업 회사는2021년 1월1일부터 발효된 FFP2 마스크 쓰기 조항때문에 어떤 피해를 입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나처럼 트러블을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1월 23일 이후 매출이 전무하지 않을까... 왜 독일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는 이토록 민감하면서 친환경 마스크 사용에는 이다지도 소극적일까. 비용때문일까?


항간에는 독일 보건복지부에서 유효기간이 2년밖에 안되는 FFP2 마스크를 1Million개가 넘게 사다가 쟁여두었다는 썰이 나돌기도 했다.(카더라 통신) 그렇게 많은 플라스틱 마스크가 단 한 번 쓰이고 나서 바닷가를 떠돌거나 땅속에 묻혀진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아찔하다. 환경오염에 둔감한 나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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