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오늘의 감격반

9월 1주 차

by KRUKI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감사


이번 주는 중간중간 소나기가 왔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절묘하게 비사이로 막가(?) 신의 은총을 받았다.


지난주부터 수십 번 고민하다가 결국 일요일에 안토니곰리 전시를 본다고 원주 뮤지엄산에 다녀왔다(후회 안 함). 그런데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소나기가 내려 외제차를 들이받으면 어쩌지히며 바짝 졸았다가, 잠시 후 그쳐 가슴을 쓸어내렸다.

목요일에는 퇴근 무렵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산을 차에 두고 왔고 하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지와 구두차림이라서 곧 젖게 된다는 것이 속상했다. 그런데 18:00 퇴근할 때 비가 정말 감쪽같이 그치더니 차에 타자마자 다시 왔다.

토요일 어제는 버스를 타고 외출을 했는데,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갈때 소나기가 내렸지만, 다행히 머지않아 그쳤고 다이소도 들리고, 달리기까지 마치니 다시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우르르 쾅쾅 번개 치고 난리 났다). 일요일까지 내내 비 온다고 하는데 그전에 외출할 일을 다 마쳐서 감사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신의 가호가 있기만을 바랄 수는 없으니, 아침에 스마트폰 확인할 때 비 예보가 있으면 우산을 챙기고, 장거리 운전은 자제해야겠다. 네비를 켜도 길을 잘 못 찾는 운전센스에 앞을 안 보이게하는 비까지 내리면 정말 도로의 무법자로 총체적 난국이 될 수 있으니.




단조로운 일과 중에 드문드문 애플워치로 브런치스토리 ‘구독’과 ‘라이킷’ 알람을 진동으로 받을 때 짜릿짜릿했다.

뭔가 내가 나를 소모시키는 회사일 말고도 나만의 의미 있는 작업을 시작했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듯해서 힘이 났다.



이번 주의 베스트 새벽일출샷은 금요일에 건졌다. 여전히 4시 30분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한 시간쯤 후 보게 되는 감동적인 모습 덕분에 새벽기상을 지속할 수 있다.


그동안 숱하게 수평선을 가운데로 맞춘 일출사진을 찍어왔는데, 영화 <파벨만스>의 “지평선이 가운데 있으면 더럽게 재미없어”라는 대사가 생각나서 이번주는 다양한 각도로도 찍어 보았다. 판단은 여러분에게 :)

2025. 9. 5.(금), 05:30


격려


1. 기상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시 30분에 일어났다. 일요일 찾아갔던 안토니곰리 전시에서 ’벌떡 일어나 앉은 모습‘의 조형물을 보고는 매일 저렇게 일어나자고 다짐했음에도 알람을 끄기 위해 마지못해 일어났다. 그래도 다시 자려고 침대에 눕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한 시간 뒤에 볼 수 있는 새벽일출 덕분이다.


다만, 이 기상습관을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하려면 자는 시간도 일정해야 한다. 월요일에는 전날 늦게 자서 4시간 밖에 못 잤더니, 하루 종일 너무 피곤했고, 그러다 보니 매사가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또 다른 날은 졸음을 참지 못하고 책상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누가 이 모습을 본다면 영락없는 ‘병든 닭’의 모양새), 잠깐 침대에 누웠다가 다음날로 가버리기도 했다.


하기야 나는 작년 말 엄중한 계엄의 밤에도 초저녁부터 딥슬립해버려 다음날 점심때가 되어서야 사태를 파악한 전적이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변명해 보자면, 피곤해서 일찍 잤고, 네이버나 유튜브 접속화면을 사건사고나 광고화면이 보이지 않게 설정해 놔서 몰랐고, 오전 업무시간에 부장님이 옆에서 윤 전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며 혀를 차시긴 했지만, 하루이틀 있는 일이 아닌지라 새삼스럽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선배가 어젯밤 걱정돼서 잠을 못 자고 욕조에 물을 받아놨다는 말을 듣고 나서 “왜요?” 한마디 했다가 부서사람들에게 한동안 회자되었다.


졸릴 때는 의자에 등을 기대 선잠을 자고, 수면패턴을 22:30-04:30으로 고정시켜 보자.



2. 운동


이번 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달렸다. 월-금요일은 출근 전에 3~4km를 달렸고, 토요일은 오후에 10km를 달리며 평일날 5km를 못 달린 걸 만회했다.


이번 주에 시간에 쫓기면서도 매일 나가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건 9할은 손열음 피아니스트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연히 알게 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들으며 낙엽이 떨어진 길을 달리니 너무 좋았다. 특정 구간에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섬세한 연주에 6일 연속 감동받았다(가을타나봄).


이제 피아노를 친지 오래되어 낮은음자리표도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에 전자피아노 렌털을 알아보다가 1년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면 나에게 보상으로 주기로 했다.

최소한 ‘두근두근 오늘의 감격반’ 매주 연재,
브런치스토리 조회수 1,000건, 라이킷 500건, 구독자 50명 / 2026. 8. 31. 한

그전까지는 키보드를 피아노 삼아 열심히 글을 지어보자고 다짐했다.


다음 주는 평일에 무조건 6:30분에 나가서 5km 달리기를 완주하자!



3. 식사


프랑스캠페인을 따라 ‘하루 채소과일 5개 먹기’를 매일 실천했다. 점심때 구내식당에서 2-3개, 저녁때 2-3개 먹으니 가능했다.


점심메뉴 베스트는 우렁강된장 열무비빔밥이었고, 요즘 제철이라는 풋고추 된장무침, 아욱국도 맛있었다. 저녁에는 반찬가게 찬스를 활용했는데, 깻순볶음, 들깨 고구마줄기볶음을 사 와 돌아가며 먹었다. 깻잎의 향긋함과 고소한 나물이 너무 맛있었다. 또 과일은 자두와 냉동블루베리를 먹었다.


그동안 반찬가게에 가도 거의 항상 ‘진미채’만 집어왔는데, 제철나물의 맛에 눈을 떴고, 채소과일 먹는 것에 신경 쓰다 보니 속편함을 느끼며, 왜 더 먹을 수 있을 때 그만 먹는 게 좋은 지도 조금 알 것 같다(언제나 실천이 어렵지).

1인가구로서 끼니를 대충, 또 스트레스 풀기용으로 과식하지 않으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4. 영어


지난주보다 ebs 파워잉글리시를 월-금까지 열심히 익히려 애썼다. 출근 전 생방 듣고, 출근길에 리스닝하고, 퇴근길에는 따라 하며 스터디카톡방에 녹음인증할 때도 메서드연기를 열연했다. 또 오전부터 오후까지 중간중간 통틀어 5번 정도 써보니 반복한 만큼 체화되는 것 같았다.


목요일은 좀 지친 날이어서 인증이고 뭐고 귀찮은 생각이 들었는데,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터디원 덕분에 동기부여가 되어 꾸역꾸역 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부분 너무 유용한 표현과 재밌는 표현이 매번 나오니 익히고 싶어 열심히 하게 된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영어가 입으로 그냥 튀어나오려면 더 열심히 듣고 따라 해야 하는 것 같다. 주말에는 보상차원에서 영어원서, 영화를 보고, 다음 주부터 더 메서드 연기를 열연해 보자.



5. 독서


이번 주 읽기로 계획한 책 2권(인간실격, 소설에서 만난 사회학)을 모두 다 읽고 독서메모 21개를 생산했다.


책 <인간실격>을 읽으며, 나는 주인공 요조에게서 ‘실격’의 면모뿐 아니라 ‘합격’의 면모도 발견한 것 같다. 특히 요조의 남을 웃기게 만드는 글재주가 부러웠다. 본인 자신도 자기가 쓴 글을 읽으며 웃는 선생님을 보고 크게 만족했다는 점에서 실격 아닌 합격 아닌가.

선생님은 교실을 나서자마자 다른 친구들의 작문 틈에서 제 작문을 끄집어내더니 복도를 걸으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킥킥거리며 웃던 선생님이 끝까지 다 읽었는지 교무실에 들어서자 얼굴이 벌게지도록 껄껄껄 웃고는 곧바로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읽으라고 권유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만족했습니다. (p. 27).


나도 읽는 사람이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난다 작가의 웹툰 <어쿠스틱라이프>처럼 가끔 우울할 때 생각나서 찾아보고 싶은(오늘 그랬다)... 40대 직장인의 애쓰는 일상을 담은 이른바 <어쿠스틱라이프> 싱글 버전으로, 누구보다 진지하게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약간 어설프고 짠하고 때로는 유쾌하기도 한 내용을 지금 연재하는 감격반에 담아내고 싶다. 난다님이 인터뷰에서 본인도 글을 쓰면서 잘 쓰게 되었다고 하시니, 나도 계속 써볼 일이다.


또 다른 책 <소설에서 만난 사회학>에서는 내가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매스미디어의 힘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입문서나 연구 사례들을 통해 사회학의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p. 168)



반성


일요일에 국립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들어가 잠깐 책을 읽으려고 앉았다가, 양반표 조미김 한 봉지를 뜯어 김 한 장 먹고 책 한 장을 넘기는(같은 손으로!) 할아버지와 방귀 뀌는 아저씨 사이에서 생기를 잃고 나왔다.


문득 대학생 때 구립도서관 열람실에서 사과를 사각사각 깍아드시던 아주머니, 엄청 딱딱한 브이콘 과자를 오도독 씹어먹던 초등학생을 마주했던 기억까지 소환되었다.(TMI: 초등학생이라 만만하게 보아 주의를 주려고 째려봤는데, 초등학생이 갸우뚱하더니, 아! 하는 표정으로 먹던 브이콘을 나에게 나눠주려 했다. 너만 먹냐로 알아들었던걸까…).


그런데 나도 솔직히 빈도와 정도의 차이지, 토요일에 빵을 먹으면서 책을 봤다. 남 비판할 처지가 못 되는 것이다. 내 책이라도, 또 누가 쳐다보고 있지 않더라도 민폐가 되는 행동은 자제해야겠다.




책 <인간실격>을 읽었으니, 나의 인간실격적인 면모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으로서 나 자신의 말과 행동에 자신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갖지 못한 채, 혼자만의 번민은 가슴 깊은 곳에 작은 상자에 감춰두고서,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기며 그저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인 척하며 저는 점점 익살스러운 괴짜로 완성되어 갔습니다.(p. 21)


나 또한 속내를 드러내면 환영받지 못할 것 같아서 어렸을 적부터 속내를 알 수 없는 모습을 완성했다. 또 끝까지 숨기지도 못할 거면서 부정적 감정을 쌓아놓고, 감정적으로 격화되기 싫어 상황을 모면하고 회피하는 모습이 있다.


소중한 관계라면, 제 때 속마음을 부드럽게 드러내는 것까지는 해봐야 관계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거기까지는 부딪쳐야 한다.


또 주인공 요조는 비록 원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방인, 인간실격의 삶을 살았지만, 마담을 비롯해 요조의 본성을 귀하게 여기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나마 보금자리를 틀 수 있었던 것 같다.

마담이 무심히 중얼거렸다. “우리가 아는 요조는 정말이지 순수하고 재치 있고, 술만 안 마셨더라면, 아니, 술을 마셨어도 천사처럼 착한 친구였지.”(p. 163)


나 또한 원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서(주인공처럼은 아니지만), 내가 내 위주로만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과 달리 다른 사람에게 행하는 말과 행동들은 거짓과 위선인지를 돌아봤다.


또 요즘의 나는 대면 관계(가족, 회사) 보다 비대면 관계(온라인 독서, 영어스터디모임)에 애정을 느끼는데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는지 싶고, 어쩌면 나는 매일의 일상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져 마음 한 구석이무거웠다.


그런데 사실 나는 혼자 있는 게 99% 즐겁고 편한 사람이다. 대면 관계든, 비대면 관계든 모두 적정 거리와 온도가 필요하며,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나의 본성을 아껴주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따로 또 같이 어울려 살고 싶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업), 누구와 함께하며(관계),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공간)는 내가 풀어나가야 할 인생의 숙제다. 이를 위해 자전적 소설의 주인공과 저자처럼 꾸준히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엔딩송: 손열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참고자료>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김소영 역, 미르북컴퍼니)

소설에서 만난 사회학(조주은, 박한경, 경북대 출판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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