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주 차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되고 싶은 나로 중심 잡고 살기 위해 애쓴 일은 "격려" 하며, 후회되는 일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
감사
지지난주에 이어 팀장님을 포함한 5명이서 외부출장을 다니며, 점심 맛집탐방의 즐거움을 누렸다.
월요일은 내가 좋아하는 생선구이로 시작했다. 식당에 가서 삼치구이 3인분, 갈치구이 2인분을 시켰는데, 갈치구이를 시킨 팀장님이 갈치가 맛있는데 왜 삼치를 먹냐는 핀잔에, 차장님이 삼치는 ‘국내산’이고 갈치는 세네갈산이라고 응수하셨다(차장님 나이스! 삼치구이 시킨 1인). 화요일은 추어칼국수에 추어튀김을 먹었는데, 맛집이라 대기를 탈까봐 내가 미리 예약을 해두어 바로 입장할 수 있었고, 줄서서 대기하는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팀장님한테 잘했다는 소리를 족히 세 번은 들었다(난 일로 칭찬받고 싶은데). 수요일은 내장탕을 먹었는데 식당이 깔끔해서 좋았고, 국물에서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다. 목요일은 팀장님이 극찬하시며 데려가주신 칼국수집에서 인생 감자전을 맛봤다. 내가 채소식사모임에 '감자'전 먹었다고 공유한다고 하니, 차장님이 기름에 튀긴 감자도 채소로 볼 수 있냐고 하셨다(그런가ㅎ). 금요일은 짬뽕전문점에서 화끈한 불맛 짬뽕(나 혼자 볶음밥에 국물서비스), 찹쌀탕수육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월요일에 점심을 잘 먹고 나서 법인카드로 결제하려는데 계속 오류가 나길래 급한 대로 내 카드로 5명분의 식사를 결제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도록 다들 정산하자는 얘기가 없어 쪼잔하게 내입으로 돈 얘기를 말하게 하는 상황이 싫었지만 내일 얘기해야지 하며 퇴근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체카톡 알림이 와서 본 미리 보기 화면에 "식사..."라고 떠있길래, ‘그럼 그렇지, “점심값” 정산 얘긴가 보다’ 지레짐작하며 전문을 확인했더니, 오늘 “저녁식사” 뭐 해 먹지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이 사람들이... 근데 또 나도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정보를 받아들인다는걸 느끼기도).
다행히 정산은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내 계좌번호를 적어달라는 차장님의 지시로 점심 먹기 전에 완료되었다는 후문이다. 나도 후배가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을 먼저 캐치하고 챙겨주는 센스를 장착하고 싶다.
지난 한 주 내내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들으며 팬이 되었는데, 일요일에는 여유 있는 주말에 듣기 좋은 또다른 곡(바흐,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을 알게 되어 무한반복 감상했다.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책도 빌려봤는데(덕질 시작), 앞으로 '자연' 속에서 '음악' 듣는 시간을 많이, 꾸준히 가지자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많고 많은 아름다움이 있지만 사람을 울릴 정도의 아름다움은 많지 않다는 것… 그중 하나가 "음악"이라면 또 다른 하나는 "자연"이라는 것.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p. 306)
이번 주의 "Aurum moment"(빛나는 새벽)는 목요일이었다. 월화수요일 내내 날이 흐렸고 주말 비소식이 있던 터라, 이번 주에는 일출을 못 보는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운좋게 볼 수 있었다. 또 그날 아침은 유난히 태양빛이 찬란하게 느껴졌고 풀도 그새 자라나 있는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져 감탄을 하며 아침운동을 했다. 좋은곳에서 살고 있어 감사하다. 이곳에서 내가 완수하고 싶은 일을 소명이라 여기며 달리고 있다.
격려
이번 주는 평일 5일 연속으로 출근 전 5km를 달렸고, 토요일인 어제는 10km 달리기로 마무리했다.
지난주는 시간에 쫓겨 3~4km에 그친 게 아쉬웠는데, 이번 주는 일찍 나가 달리며 나와의 약속(5km)을 지켜내 뿌듯했다. 물론 이번 주도 달리다 자꾸 멈춰 사진을 찍게 만드는 낙엽길과 손열음 님의 연주 덕분이었다.
그런데 유난히 길고 뜨거웠던 올여름에 비해 이미 가을의 절정을 맛본 듯 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벌써 아침저녁 공기가 달라진 게 느껴져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겨울 달리기는 좀 두려우니(막상 달리고 나면 땀 나서 괜찮지만) 월동준비를 해야겠다.
아무래도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먹지 않고 5일 내내 외식을 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되니 속이 그다지 좋지많은 않았다. 그래서 저녁은 두부를 주식으로 제철채소와 과일로 건강하게 차려 먹었다. 고사리나물과 아리수 사과를 맛있게 먹은 한 주였다.
일요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필사했고, 평일애는 ebs 파워잉글리시를 출근 전, 퇴근 후 듣고 따라 하고 받아쓰며 5일분을 익혔다. 수요일은 안 하고 자버려서 다음날 이틀 치를 하려니 힘들었지만 그래도 했다.
앞으로는 차 안에서, 또 주말 하루는 영어사용 비중을 더 높이는 것으로 박차를 가하려 한다.
책을 반납하고 다시 5권을 새로 빌려와서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읽고 메모를 생산했다.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섬,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었는데, 8월부터 하루키상처럼 한 문장이라도 더 통과시키려 노력하니,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장 그르니에의 <섬>에서 읽은 구절을 통해 나에게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독일여행, 학교 은사님이 해주신 말…)”을 떠올려보며 내가 그 장소와 순간들에서 인식한 “진정한 나 자신”을 향해서 나아가는 방향으로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지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섬, p. 93)
정수복의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에서는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일상에서도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한 감각을 위해서라도 낯선 곳에도 틈틈이 방문해 볼 필요를 느꼈다.
노명우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에서는 당장의 현실에서 만족되지 않는 부분을 해소해 주는 디지털 놀이집단 활동이 현실에서 나만의 의미있는 업을 쌓고 유대감을 느낄수 있는 관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망가와 애니메이션의 저력에는 오타쿠라는 디지털 놀이집단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면서부터다. 중요한 사실은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으로 대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간섭하지 않고 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p. 154)
노명우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위축감이 있다는 구절을 읽으며나 또한 직장에서 1인가구에 대한 편견(제대로 끼니를 안 챙겨 먹을 것 같나 보다.)을 몸소 느끼고 있어 공감했다. 그래서 나역시 입을 다물기로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굳이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숨겨진 위축감이 있다. 혼자 사는 사람보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이 더 많은 우리의 환경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사생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해봤자 그다지 이롭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사람들은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조용하게 소리 소문 없이 혼자 산다.(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p. 38)
반성
일요일 아침에 외출하려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는데, 차가 없어서 뭐지?(도난?) 하다가 어제 외출할 때 차를가지고 나가 인근에 주차하고는 버스 타고 돌아왔다는걸 알아차렸다. 버스 안에서 읽겠다며 들고 갔던 책을 읽는데에, 돌아올 때는 다이소 들리는 일에 정신이 팔렸던 것 같다. 정신머리가 이렇게나 없다고? 하는 생각에 경각심이 들었다.
금요일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에 성공했다. 2차 말고 "1차"... 1차 신청기간에 네이버페이로 사용하겠답시고 어느 블로거의 글을 따라서 체크카드까지는 만들었는데, 정작 1차 쿠폰 신청을 깜빡했던 것이었다. 어쩐지 새로 발급받은 카드로 결제를 하면 지급금액 먼저 차감된다고 들었는데, 네이버페이 금액이 충전되는 것이 이상해서 안 쓰고 확인을 미루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제 차장님이 1차 쿠폰 사용기한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오늘 점심때 내가 커피를 사겠다며 카드를 가져왔기에 그나마 1차 신청기한 마감 4시간 전에 부랴부랴 신청할 수 있었다. 순간 놓칠까봐 어찌나 쫄리던지…
남들은 이미 1차 쿠폰 진작에 소비하고 2차 신청일을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나중에 늦게 알아서 1차 신청을 놓쳤다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계엄사태 이후로 또 회사사람들에게 회자되었을 것이 뻔하다(지난주 감격반 글 참고). 정신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두 번째 경각심을 얻었다.
근무시간에 카톡, 브런치스토리 등을 수시로 확인하며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파워잉글리시에서 익힌 문장이 생각났다. 다음 주에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출근 전, 점심시간, 퇴근 후 7시 30분 전까지로 설정하고 그 외 시간에는 자제해야겠다.
A: what did you do when you try to digital
detox?
B: I kept my phone in a drawer after 9pm.
(ebs power english, 2025. 9. 10.)
엔딩송: 바흐의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13:32~)
< 참고자료>
-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손열음, 2015)
- 섬(장 그르니에, 2020)
-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정수복, 2015)
-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2013)
-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