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져서 책을 읽었다. 이 책 저 책 많이도 읽었다. 태교를 한다고 뜨개질 책부터 시작해서 먹이고 재우는 법이 담긴 책도 읽었다. 가끔은 혼란스러웠다. 어떤 책은 먹고 놀리고 재우고 패턴으로 시간 맞춰 길들이라 어떤 책은 아기가 원하는 데로 관찰한 데로 잘 맞춰주어야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나오지 않아 건강하게 자란다고 했다. 어떨 땐 뉘어 재우려 어떨 때는 업고 잠들 때까지 동네를 헤매며 어찌어찌 살아가다 보니 아이가 컸다.
그 후로도 계속 읽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가야 할까? 물을 곳이 없어 책을 읽었다. 자녀양육서, 영성책, 그림책, 뜨개질책, 이야기책, 투자서, 고전까지
술지게미도 먹다 보면 취한다고 나도 변하겠지 하며 쑤셔 넣었다. 허기져서... 간혹 진짜 취한 것처럼 술 안 마시고도 책 속의 말을 두서없이 짓거릴 때도 많았다.
도서관 수업 과제로 책 안 읽기 과제를 받았다. 의무감에 정신없이 허기져서 쑤셔 넣었던 습관을 없애니 배고픔이 더 몰려왔다. 중간중간 조금씩 몰래 이 책 저 책 기웃거리기도 했다. 허전함에 머릿속 말을 쓰기 시작했다. 운 좋게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로 쓸 곳이 생겼다. 그리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수상 소식을 들었다. '멋있는 걸?' 그리고는 가슴이 뛴다. 다시 허기져서 나는 쓴다. '대단한 글쟁이걸?'도취되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본다. 그 글이 책 먹는 여우를 감옥에서 풀어준 것처럼 나를 풀어주기를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르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