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결정

4. 아빠를 떠나보내기로...

by 스토

아빠의 몸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의사는 아빠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음식을 몸속으로 넣는 콧줄을 하면 그나마 여명은 더 늘어날 것이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엄마와 상의하고, 오롯이 엄마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처음 아빠를 병원에 모시고, 아빠의 몸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자

엄마는 자신이 병원으로 들어가 간병을 하겠다고 나섰다.

요양병원에는 부부 병실이 있었는데 그 병실로 아빠를 옮겨서 엄마가 아빠를 돌보겠다는 거였다.

80이 넘은 엄마가 아픈 아빠를 돌본다는 건 줄초상을 치를 일이라며 자식들이 모두 나서 반대했다.

그러다가 내가, 언니가 차례로 나서서 아빠를 집으로 모셔와 돌보려 했지만 아빠 몸이 집에 모실 상태가 아니라 포기한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건 콧줄로 생명을 더 이어갈지 정하는 거였다.


엄마의 말은 단호했다.

“그건, 하지 말자. 그렇게 살아 뭐 하겠니.”

이 문제에 있어서 엄마의 의견은 처음부터 똑같았다. 엄마는 연명에 대해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사람 같았다. 하지만 자식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나는 비교적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언니와 동생은 엄마에게 제발 그러지 말자고 매달렸다. 그런 언니에게 엄마는 아빠를 편하게 보내드리자고 했다.

우리는 모두 울었다. 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모두 시한부인데 그 끝에 다다른 것이다.

낮에 본 아빠의 모습은 최근 내가 본모습 중 가장 편안해 보였다.

난 그것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면 혼자 아빠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눈물이 났지만 난 이제 아빠를 보내드리려 한다.

보내드려야 한다.




아빠,

우리는 이제 아빠를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떠나는 아빠를 붙잡을 방법을 찾지 못해 애가 탔는데

답답한 걸 못 견뎌하던 아빠를 위해.

그리울 아빠를 잘 기억하기 위해.

아빠, 이게 맞는 거 같아요. 그쵸?

아빠 우리는 좋은 자식이었나요?

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빠는 어땠나요?

아빠가 해줬던 칭찬을 기억해요.

사실 엄마보다 아빠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지요.

아빠는 마지막을 잘 정리하신 거 같아요.

집을 팔아 고르게 나눠주시고

굵직하게 용돈도 챙겨 주시고

요양병원 가시기 며칠 전에는

돈가스를 사주셨지요.

아빠는 원 없이 하신 거 같아요.

어제는 아빠가 계신 병원에 손주들이 모두 다녀갔지요?

군대 간 손자는 휴가 나오자마자,

회사 일로 바빠서 늘 늦던 손자도 할아버지 보겠다며 말이에요.

그 덕에 아이들 모두 다 보고, 멀리 사는 이모들까지 봤어요.

아빠가 그리 해주시는구나 했네요.

아빠 힘들지 않게 계세요.

천천히 작별 인사 나누면서 지내자고요.

그러고 나면 우리가 상상도 못 했던

아빠의 자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 세상 질긴 인연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의 인연이 말이에요.

아빠를 위해 늘 기도할게요.

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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